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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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루에 10시간 동안 차를 몰고 6곳의 목적지를 찾아다녔던, 지난 4월말의 '펜실베이니아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해질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첫인상은 얼핏 묘비처럼 보이기도 했던 아래 사진의 공원 간판에는, 앨러게니 포티지 레일로드 국립사적지(Allegheny Portage Railroad National Historic Site)라 씌여 있으니까 기차(train)와 관련된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테두리의 돌로 만든 아치는 철도가 지나가는 다리의 교각이나 터널의 형상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 같다.
내륙에 해발고도까지 높아서 나무에 새순이 이제야 올라오고 있었던 숲속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를 않다가...
숲을 지나서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니까, 아주 크고 튼튼하게 잘 지어놓은 기차역같은 건물들이 나와서 놀랬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소에서 아주 멋진 기차역을 만나니까... 주변 풍경과 건축 양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15년전에 방문했던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켈소(Kelso)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건물들은 기차역은 아니고, 이 곳이 1964년에 국립사적지로 지정이 되며 건설된 비지터센터와 관리사무소 등이 모여있을 뿐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공원청 로고가 붙어있는 오른편 안내소로 들어가면, 당연히 기차가 먼저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입구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물체는 배(boat)였다! 퇴근을 준비하다가 종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 털보 레인저가 틀어준 안내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원 브로셔의 지도나 그림을 PDF로 못 찾아서 아래에 앞면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이렇게라도 보여드려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흥미로운 경우는 매우 드물다.^^
1830년대는 증기기관(steam engine)을 이용한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했지만, 대량의 물류운송은 아직도 운하(canal)가 효율적이던 시기였다. 1사분면의 펜실베니아 지도와 같이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운하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높은 앨러게니 산맥(Allegheny Mountain)에 가로막혀 불가능하니까, 거기 블레어 고개(Blair Gap)를 넘는 36마일 구간은 운하를 다니는 배를 통째로 차량에 실어서 철도로 산을 넘도록 만든게 1834년에 개통된 Allegheny Portage Railroad란다. (두 수로 사이의 구간을 육로 운송하는 행위가 '포티지(portage)'라는 단어의 뜻)
아주 잘 만들어 놓은 이 디오라마처럼 기관차가 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인데... 배가 두동강이 나있다? 처음에는 모형이 만든지 오래되어서 갈라져 떨어졌나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철도 차량 길이에 맞춰서 화물선이 분리가 가능하도록 일부러 만든 것이란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번이나 짐을 옮겨 싣는 수고를 할 필요없이 전구간 운송이 가능하도록 했다는건데, 어찌보면 현대의 규격화된 컨테이너 화물운송의 원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비지터센터에는 배를 실은 차량을 '평지에서' 끌었던 기관차도 하나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증기 기관차가 아니라 그냥 보일러에 바퀴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이 철도의 더 대단한 사실은 밖으로 나가서, 옛날 선로가 지나가는 곳에서 직접 확인하게 되는데, 그 전에 중요한 장소를 설명하는 안내판 하나만 더 보여드린다.
미국 최초의 기차가 지나는 동굴로 약 300미터 길이의 '스테이플 벤드 터널(Staple Bend Tunnel)'도 이 철도와 함께 만들어졌는데, 시리즈 전편에 소개했던 존스타운(Johnstown) 부근에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창문 밖으로 이 날 위기주부와 함께 수고했던 차가 보임^^)
철도가 놓여진 곳으로 오니까, 미국 토목학회가 지정한 국가유적이라는 의미인 National 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 간판이 먼저 보였다. 그런데 뒤쪽으로 보이는 철도가 복선이다. 단선으로 교차 운행도 가능했을 건데 굳이 복선으로 꼭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혹시 브로셔 그림을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복선 철도를 덮고 건설된 저 커다란 하얀 건물인 '엔진 하우스(Engine House)'에 있다. 브로셔 사진 제일 아래에 이 노선의 고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도가 있는데, 배를 실은 무거운 기차가 산을 넘기 위해서는 10곳의 경사로마다 이런 엔진실을 만들어서 열차를 밧줄로 잡아 당겨야 했던 것이다!
엔진하우스 내부 복선 철도의 바닥에 피스톤 엔진과 커다란 톱니바퀴가 보이는데, 그냥 줄을 감아서 끌어올릴 힘은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밧줄로 도르래를 이용해 복선 철도의 양쪽의 기차를 연결해서, 한 대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는 내려오는 식으로 엔진은 바퀴를 돌려주는 역할만 했다고 한다. 즉, 푸니큘라 또는 인클라인이라 부르는 경사철도(incline railroad) 혹은 강삭철도(cable railway) 시스템을 10개나 만든 것이다.
제목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언급했지만, 약 200년전에 이런 기계로 배를 산으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여기서는 정말 "의지만 있으면 배도 산으로 간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처음 15년 동안은 사진에 보이는 삼(hemp)을 꼬아서 만든 밧줄이 짐을 가득 실은 배와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며 사고도 발생을 했지만, 새로 발명된 강철 케이블(iron wire rope)로 1849년에 모두 바꿔서 안정적으로 내륙 물류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했으나...
증기기관의 개선으로 기차의 마력이 증가하고, 토목공학의 발달로 보다 긴 터널과 교량의 건설이 가능해져서, 결국 1854년에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한 번에 연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을 하자마자, 운하를 다니는 배를 싣고 밧줄로 끌어서 산을 넘었던 이 구식 철도는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 6번 엔진하우스의 고도가 전구간에서 가장 높은 해발 717 m이고, 사진의 서쪽 방향으로 완만한 서밋레벨(Summit Level)을 지나 1~5번의 경사로를 내려가서 해발 358 m의 존스타운에서 기차에 실린 배를 다시 운하에 내렸던 것이다. 여기서 반대편 동쪽 방향으로 10번 엔진하우스 자리까지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쪽으로 철도가 끝나는 홀리데이스버그(Holidaysburg) 마을은 291 m로 거리는 훨씬 가깝지만 고도차는 더 크다.
바로 옆으로는 레몬 하우스(Lemon House)라 불리는 2층 건물이 있는데, 과일 레몬과는 관계가 없고 운영한 부부의 성씨가 레몬이었단다.^^ 철도와 함께 만들어져서 작업자와 이용객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친목의 장소였다고 하는데, 이미 레인저가 문을 잠그고 퇴근해서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는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레몬하우스 뒤로 버려진 이 철도를 따라 건설되었던 옛날 22번 국도(Old Route 22)가 살짝 보인다. 위기주부는 공원 출입구와 연결된 왕복 4차선의 현재 22번 국도를 이용해 산을 내려가 3시간 거리의 집까지 운전해 돌아갔는데, 여기를 포함해 이 날 방문했던 6곳을 대표하는 연도를 시간 순으로 링크를 걸어보면 1754년, 1789년, 1834년, 1889년, 1936년, 그리고 2001년까지... 참으로 부지런히 시공간(時空間)을 헤집고 다녔던 2024년 4월 22일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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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하탄 미드타운(Midtown)에는 공식 명칭이 '6½ Avenue'인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타임스퀘어 북쪽 W 51st St부터 W 57th St까지 고층 빌딩 사이로 만들어진 약 400미터의 통로인데, 좌우로 6번가(6th Ave)와 7번가(7th Ave)의 사이에 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길을 따라서는 아기자기한 휴식공간 및 노천카페와 식당 등이 들어서 있는데, 작년 여름에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나온 딸과 뉴요커처럼 간단한 점심을 먹었던 푸드코트도 6½ 애비뉴에 위치해 있었다.
그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찾아서 W 53rd St에서 6½ Ave로 접어들면, 유리 지붕에 매달린 조명과 화려한 바닥 및 꽃나무 화분들로 장식된 모습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라 그랑데 부쉐리(La Grande Boucherie)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도 미국의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체인점인데, 특히 여기 맨하탄 미드타운 지점이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프랑스어인건 알겠는데 'boucherie'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까... 정육점, 푸줏간이란다~
지난 5월 중순의 마더스데이 방문에 이어서 불과 2주만인 메모리얼데이 휴일에 당일치기로 또 뉴욕까지 나들이를 한 이유는 축하할 일이 있어서인데, 그래서 건배를 위해 오전부터 맥주도 한 잔 시켰다. 채광이 좋으니까 머리카락에 빛이 반사되어 백발로 보이는 단점이 있군...^^
따님은 지난 한달여 동안 매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면서 매달렸던 거래가 일단락 된 것을, 옆에 사모님은 직장에서 승진한 것을 가족이 함께 모여서 기뻐하기 위해서였다. 맛집 평가는 위기주부의 능력 밖이지만... 두툼한 프렌치 토스트가 특히 맛있었고, 브런치라서 그랬겠지만 맨하탄 물가를 고려하면 가격도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만족스런 식당이었다.
이른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뭘할까 하다가, 바로 서쪽에 있는 현대미술관 '모마'를 또 가보기로 했다. 왼편에 있는 파란 길거리 조각은 5년전 콜로라도 덴버 컨벤션센터에서 봤던 블루베어(Blue Bear)를 떠올리게 했지만, 찾아보니까 같은 작가의 작품은 아니었다.
작년 연말에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일찍 닫는다고 5층만 급하게 둘러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장 최근의 작품들이 전시된 2층부터 먼저 천천히 감상을 시작했다.
요즘 화두인 인공지능 AI 시스템의 해부도라는데... 심각하게 분석하고 계신 분의 등짝에 "No Problems, Just Solutions"라 적힌게 오묘하다.
3개의 커다란 화면들 가운데 놓여진 것은 기우뚱하게 놓여진 2인용 러브체어였다.
줄줄이 수 없이 매달려 있는 것은 실제 사용한 듯한 염주로, 이 방은 오래된 절간의 퀴퀴한 냄새까지 작품의 일부인 듯 했다.
거대한 정육면체 8개를 네 귀퉁이에 쌓아놓은 방에서 찍은 모녀의 바닥샷~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이 방에는 비슷한 색깔의 털인형들을 둥글게 꼭꼭 뭉쳐서 매달아 놓았다. 옛날에 라스베가스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 '공굴리기 경마'로 딴 동물 인형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하나로 뭉쳐 저렇게 매달아두면 우리집에도 현대미술 작품이 하나 생기는 건가? ㅎㅎ
자세히 보면 인형들의 얼굴이 안쪽으로 향해서 잘 안 보이고, 대부분 뒷모습만 보이도록 해놓았는데, 어릴적 동심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무슨 설명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2층 구경을 먼저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유명한(=비싼) 작품들이 모여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연휴라서 그런지 유명한 그림들 앞에는 지난 번 보다도 관람객들이 더 많았던 듯 하다.
다 벗고 추는 '강강수월래'도 구경하고...^^
비슷한 화풍의 그림들을 많이 모아놓았는데, 같은 그림이라도 이렇게 배치와 전시 주제가 계속 바뀌는 것이 묘미가 있었다.
어디에 어떻게 걸어 놓아도, 항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모마의 '얼굴마담'이다. 홈페이지에서 입체적인 붓터치까지 3D로 확대할 수 있고, VR기기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가까이서 명화를 직접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4층으로 내려갔다.
앞에 앉은 4명은 통조림 수프를 좋아하지 않으시나, 왜 다들 고개를 돌리고 계시지? ㅎㅎ
마지막으로 1층 특별전시실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작가의 작품 속을 한 번 걸어보고는 뉴욕 현대미술관 관람을 마쳤다.
출입구로 향하는 벽면에도 커다란 사진작품이 걸려있어서 한 컷 더... 지하의 기념품 매장도 재미있게 둘러보고는, 따님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또 있다고 해서 그만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7th Ave 북쪽으로 옐로우라인 지하철역을 찾아 걸어가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거주용 빌딩인 센트럴파크 타워(Central Park Tower)의 꼭대기가 비구름에 가려있다. 우리는 우산을 미리 준비했지만, 지하에서 나왔을 때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신발이 다 젖었고, 그래서 그냥 아파트 입구에서 딸과 헤어지고는 바로 주차한 차를 몰고 버지니아 집으로 향했다. 2주 연달아 뉴욕을 갔더니 거의 '뉴요커'가 다 된 느낌이지만, 아마도 다음 방문은 제법 간격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P.S. 본 포스팅으로 '다른 도시관광기>뉴욕' 카테고리의 글이 36개가 되면서, 미서부 라스베가스의 35개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네요~ 대륙횡단 이사 전에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서 쓰려고 남겨둔 사진들이 있다는게 갑자기 떠올랐는데, 오래간만에 추억의 라스베가스 여행기나 써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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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셨던 많은 한국분들이 그냥 '미동부 최대 정원'이라고만 여행기에 계속 따라 쓰시는 것 같은데, 위기주부가 조사한 바로는 서부에도 더 면적이 넓은 사설 정원(private garden)은 없는 듯 하므로, 사실상 제목처럼 미국 전역에서 최대이자 최고로 유명한 야외 정원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펜실베이니아 주 동남쪽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s)을 마침내 다녀왔다. 굳이 '야외'를 덧붙인 이유는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내부의 꽃장식이 공식적으로는 실내 정원인데, 아마도 롱우드보다 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이런 쓸데없는 꼼꼼함이라니...^^
월요일 아침 10시 개장시간으로 예약을 했는데도 문이 열리길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 한인여행사에서 필라델피아와 여기 및 아미쉬 마을(Amish Village)을 묶어서 일일관광 상품으로 운영할 정도로, 나이아가라 폭포 말고는 특별한 자연 경관이 없는 미동부에서 가장 유명한 '내츄럴' 여행지들 중의 하나인 듯 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신기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사진을 하도 많이 찍어서 두 편으로 나눠야 하나 잠깐 고민도 했지만... 3시간 정도 걸려 둘러봤던 모든 곳들을 이 안내지도의 번호와 함께 간단히 소개해서, 앞으로 방문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한다. 26번 비지터센터에서 표를 보여주고 밖으로 나오면 만나는 사거리에서 간단한 토의 후 우리 부부는 좌회전을 했다.
19번 로즈가든(Rose Garden)의 장미들은 아직 다 피지 않았지만 다른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너머는 나무들을 기막히게 다듬어 놓은 20번 토피어리가든(Topiary Garden)인데 잔디밭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서쪽으로 계단을 내려오면 클래식한 유럽식 장식과 연못이 있는 16번 그로토(The Grotto)를 먼저 만나고 뒤돌아서면...
분수와 나무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넓은 15번 주분수정원(Main Fountain Garden)에 들어선다. 여기 분수들은 3년간의 공사를 거쳐 2017년에 완전히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지금은 벨라지오 못지않은 화려한 분수쇼를 선사한다. "라스베가스는 잘 있나? ㅎㅎ" 여기는 나중에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고, 북쪽으로 관통해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뒤로 보이는 거대한 온실의 동쪽 입구를 찾아갔다.
12번 동쪽 온실(East Conservatory)의 전체 모습으로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정말 구석구석 예쁜 꽃들과 또 재미있는 장소들을 많이 배치해 놓았는데,
실내 어린이 정원(Indoor Children's Garden)은 아이들이 좋아할 재미있는 조각과 분수들로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연결된 전체 건물의 정면에 해당하는 13번 메인컨저버토리(Main Conservatory)로 특히 여기는 '오랑제리(Orangery)'로 불리는데, 이 단어는 이 날 오후의 다음 방문지에서 또 만나게 되므로, 계속 이어지는 1박2일 여행기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다. 가운데는 관리 직원들로 어디를 가나 꽃을 심고 시든 낙엽을 떼내는 직원들을 볼 수 있어서, 예약할 때는 비싸다고 느꼈던 현재 32불의 입장료가 나갈 때는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날 커플셀카를 십여장은 찍었는데, 그 중에서 사모님이 엄선해 페북에 올렸던 것으로 하나만 골라 블로그에도 남겨둔다~^^
그 뒤쪽은 전시장(Exhibition Hall)이라 되어 있는데, 이 때는 그냥 가운데 바닥에 얇게 물이 흐르도록 해놓았었다. 여기서 왼편으로 나가면 원래는 연꽃이 핀 동양식 연못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전체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Longwood Reimagined"라는 별도의 온실과 정원들을 추가하는 대규모 공사가 또 진행되어서 올해 11월말에 새로 오픈 예정이라고 한다.
온실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무도장(Ballroom)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뒤쪽으로는 Pipe Organ & Gallery도 만들어져 있어 둘러보았다. 그 전시를 구경하며 우리 부부는 정확히 10년전에 방문했던 'LA지역 No.2 관광지라던 네더컷 컬렉션'의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떠올랐다!
아무리 간단히 포스팅하려 해도 여기 그린월(Green Wall) 사진은 꼭 하나 보여드리고 싶은데, 양치식물이 가득 덮은 벽에 칸칸이 만들어진 문들이 개인 화장실이다. 옛날에 멋진 풍경의 국립공원 화장실 사진들은 좀 올린 적이 있지만, 그 외 여행지의 화장실 입구를 보여드리는 것은 아마도 블로그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온실의 서쪽 끝에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인장들이 있던 실버가든(Silver Garden)을 둘러본 후에 시간이 되어서, 전체 지도 14번 온실 전망대(Conservatory Overlook)의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현재 낮 분수쇼는 11:15분 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음)
난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체 10분을 정말 오기(傲氣)로 모두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화면의 좌우 중앙이 좀 맞지 않고, 바로 옆 한국인 가족의 해설이 곁들여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야간개장을 하는 여름철 목~토요일에는 화려한 조명과 불꽃놀이도 곁들여진 쇼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보고싶을 정도로 스케일이 아주 크고 멋진 분수쇼였다.
그리고는 25번 건물의 카페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사먹었다. 건물 안에는 '1906'이란 레스토랑이 함께 있으며, 야외 테이블 옆에는 비어가든(Beer Garden)도 있었다. "여기서 비어가든이면 맥주를 키우는 정원인가? ㅎㅎ"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첫번째 온실이기도 했고, 지금은 이 곳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있는 5번 퍼스-듀퐁 하우스(Peirce-du Pont House)의 겉모습 사진 한 장만 보여드린다. 롱우드는 1730년대부터 퍼스(Peirce) 가문이 살았던 농장인데, 대대로 신기한 꽃과 나무를 심고 잘 관리해서 1850년대부터 식물원으로 제법 명성을 얻었단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운영이 어려워져 개발업자에게 팔릴 뻔한 것을, 우리가 다 아는 화학회사 듀퐁(DuPont) 창업자의 증손자들 중 한 명인 당시 36세의 피에르 듀퐁(Pierre S. du Pont)이 1906년에 매입하고, 이 집에 살면서 많은 돈을 들여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단다.
그렇게 벌목될 뻔했던 숲속에 만들어진 9번 Lookout Loft Treehouse에서 사진 찍어주며 놀고 있는 커플~^^ 여기 전망대와 또 아래에 소개할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는...
숲에 둘러싸인 넓은 초원(Meadow)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정원의 동쪽으로 가는데는 저렇게 초원으로 나가서 걸을 수도 있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비포장도로도 있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나무들 사이로 만들어진 보드워크를 이용했는데, 시간이 되시면 이 멋진 '숲길'도 꼭 걸어보시기를 바란다.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잠시 북쪽으로 오리들이 사는 연못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초원의 가장자리까지 가 본 후에, 뒤돌아 남쪽으로 롱우드를 대표하는 사진이 자주 찍히는 곳으로 이동했다.
7번 이태리 분수정원(Italian Water Garden)은 듀퐁이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을 여행한 후에 돌아와 1927년에 추가한 곳으로, 지금 내려다보는 발코니의 아래쪽에 장식된 많은 조각들과 함께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리고 여기 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면,
넓은 호수와 함께 건너편의 경사진 잔디밭에는 편하게 뒤로 기대 앉을 수 있는 의자들도 많이 가져다 놓았다. 또 계단을 내려가 호수 속을 보니까 아주 커다란 메기들이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을 치고 있어서 한 참을 구경하기도 했다.
호수 건너편 넓은 길가에 있는 6번 Canopy Cathedral Treehouse의 정말 성당같은 외관으로, 기둥을 빼고 실내의 사방이 거울로 장식된 저 꼭대기까지도 꼭 올라가보시기를 바란다~
그렇게 거의 한바퀴를 다 돌아서 그야말로 제철 '꽃나들이'를 하며 걸은 후에 도착한, 2번 Flower Garden Walk and Compartment Gardens의 정중앙에 있는 동그란 분수의 모습이다. 동서 방향의 기다란 꽃길(flower walk) 좌우에 심어진 신기하고 예쁜 꽃들과 그 남쪽에 두 개의 별도 칸(compartment)으로 꾸며진 정원 사진들 중에서 아래 한 장만 더 올려본다.
요즘 한국에서 봄나들이를 취재한 방송의 인터뷰에 나와 “아내와 꽃이 구분이 안 된다”는 멘트를 날린 남편이 화재가 되고있는 모양이던데... 나는 왜 잘만 구분이 되지? ㅎㅎ 그리고는 무대에도 분수가 설치된 1번 야외극장(Open Air Theatre)을 지나서 출발점으로 돌아왔는데, 2시간만에 다시 또 분수쇼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발걸음을 빨리해 이번에는 높은 분수가 발사되는 곳 바로 앞으로 갔다.
스쿨버스를 타고 단체 견학을 온 아이들애 매달려 있는 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가장 뒤쪽으로 떨어져 있어도 물보라가 엄청나게 날렸다. (물보라하니까 옛날에 디즈니 월드오브칼라 분수쇼를 보면서 홀딱 젖었던 것이 또 떠오름)
대신에 정말 이렇게 시야를 꽉 채우며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분수쇼가 끝난 후에는 뒤쪽 언덕에 있는 종탑(carillon)인 22번 차임타워(Chimes Tower)와 제법 높은 폭포 등도 잠깐 둘러보았다.
Festival of Fountains 분수쇼가 끝나고 2시간 전에 우리가 서있었던 온실쪽을 찍어 본 모습이다. 다시 저리로 건너가 비어가든에서 '키운' 맥주도 한 잔 하고, 꽃들도 더 구경한 후에 레스토랑에서 저녁까지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충분히 잘 봤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다른 국립 공원 하나를 이 기회에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 나가기로 했다.
연분홍 꽃들이 핀 길 가운데서 아마도 히스패닉 성인식에 해당하는 만15세 생일을 성대하게 축하하는 퀸세네라(Quinceanera)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옛날 아내 친구 딸의 그 파티에 참석했던 추억을 보시려면 클릭) 3년전 대륙횡단 이사 포스팅에도 등장했던 미주중앙일보사 미국여행가이드 책자에도 명소로 소개가 되어있어, 미동부로 이사온 후에 계속 가보고 싶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s)를 마침내 방문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끝맺는다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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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루에 10시간 동안 차를 몰고 6곳의 목적지를 찾아다녔던, 지난 4월말의 '펜실베이니아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해질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첫인상은 얼핏 묘비처럼 보이기도 했던 아래 사진의 공원 간판에는, 앨러게니 포티지 레일로드 국립사적지(Allegheny Portage Railroad National Historic Site)라 씌여 있으니까 기차(train)와 관련된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테두리의 돌로 만든 아치는 철도가 지나가는 다리의 교각이나 터널의 형상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 같다.
내륙에 해발고도까지 높아서 나무에 새순이 이제야 올라오고 있었던 숲속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를 않다가...
숲을 지나서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니까, 아주 크고 튼튼하게 잘 지어놓은 기차역같은 건물들이 나와서 놀랬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소에서 아주 멋진 기차역을 만나니까... 주변 풍경과 건축 양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15년전에 방문했던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켈소(Kelso)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건물들은 기차역은 아니고, 이 곳이 1964년에 국립사적지로 지정이 되며 건설된 비지터센터와 관리사무소 등이 모여있을 뿐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공원청 로고가 붙어있는 오른편 안내소로 들어가면, 당연히 기차가 먼저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입구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물체는 배(boat)였다! 퇴근을 준비하다가 종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 털보 레인저가 틀어준 안내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원 브로셔의 지도나 그림을 PDF로 못 찾아서 아래에 앞면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이렇게라도 보여드려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흥미로운 경우는 매우 드물다.^^
1830년대는 증기기관(steam engine)을 이용한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했지만, 대량의 물류운송은 아직도 운하(canal)가 효율적이던 시기였다. 1사분면의 펜실베니아 지도와 같이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운하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높은 앨러게니 산맥(Allegheny Mountain)에 가로막혀 불가능하니까, 거기 블레어 고개(Blair Gap)를 넘는 36마일 구간은 운하를 다니는 배를 통째로 차량에 실어서 철도로 산을 넘도록 만든게 1834년에 개통된 Allegheny Portage Railroad란다. (두 수로 사이의 구간을 육로 운송하는 행위가 '포티지(portage)'라는 단어의 뜻)
아주 잘 만들어 놓은 이 디오라마처럼 기관차가 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인데... 배가 두동강이 나있다? 처음에는 모형이 만든지 오래되어서 갈라져 떨어졌나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철도 차량 길이에 맞춰서 화물선이 분리가 가능하도록 일부러 만든 것이란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번이나 짐을 옮겨 싣는 수고를 할 필요없이 전구간 운송이 가능하도록 했다는건데, 어찌보면 현대의 규격화된 컨테이너 화물운송의 원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비지터센터에는 배를 실은 차량을 '평지에서' 끌었던 기관차도 하나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증기 기관차가 아니라 그냥 보일러에 바퀴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이 철도의 더 대단한 사실은 밖으로 나가서, 옛날 선로가 지나가는 곳에서 직접 확인하게 되는데, 그 전에 중요한 장소를 설명하는 안내판 하나만 더 보여드린다.
미국 최초의 기차가 지나는 동굴로 약 300미터 길이의 '스테이플 벤드 터널(Staple Bend Tunnel)'도 이 철도와 함께 만들어졌는데, 시리즈 전편에 소개했던 존스타운(Johnstown) 부근에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창문 밖으로 이 날 위기주부와 함께 수고했던 차가 보임^^)
철도가 놓여진 곳으로 오니까, 미국 토목학회가 지정한 국가유적이라는 의미인 National 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 간판이 먼저 보였다. 그런데 뒤쪽으로 보이는 철도가 복선이다. 단선으로 교차 운행도 가능했을 건데 굳이 복선으로 꼭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혹시 브로셔 그림을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복선 철도를 덮고 건설된 저 커다란 하얀 건물인 '엔진 하우스(Engine House)'에 있다. 브로셔 사진 제일 아래에 이 노선의 고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도가 있는데, 배를 실은 무거운 기차가 산을 넘기 위해서는 10곳의 경사로마다 이런 엔진실을 만들어서 열차를 밧줄로 잡아 당겨야 했던 것이다!
엔진하우스 내부 복선 철도의 바닥에 피스톤 엔진과 커다란 톱니바퀴가 보이는데, 그냥 줄을 감아서 끌어올릴 힘은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밧줄로 도르래를 이용해 복선 철도의 양쪽의 기차를 연결해서, 한 대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는 내려오는 식으로 엔진은 바퀴를 돌려주는 역할만 했다고 한다. 즉, 푸니큘라 또는 인클라인이라 부르는 경사철도(incline railroad) 혹은 강삭철도(cable railway) 시스템을 10개나 만든 것이다.
제목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언급했지만, 약 200년전에 이런 기계로 배를 산으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여기서는 정말 "의지만 있으면 배도 산으로 간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처음 15년 동안은 사진에 보이는 삼(hemp)을 꼬아서 만든 밧줄이 짐을 가득 실은 배와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며 사고도 발생을 했지만, 새로 발명된 강철 케이블(iron wire rope)로 1849년에 모두 바꿔서 안정적으로 내륙 물류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했으나...
증기기관의 개선으로 기차의 마력이 증가하고, 토목공학의 발달로 보다 긴 터널과 교량의 건설이 가능해져서, 결국 1854년에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한 번에 연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을 하자마자, 운하를 다니는 배를 싣고 밧줄로 끌어서 산을 넘었던 이 구식 철도는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 6번 엔진하우스의 고도가 전구간에서 가장 높은 해발 717 m이고, 사진의 서쪽 방향으로 완만한 서밋레벨(Summit Level)을 지나 1~5번의 경사로를 내려가서 해발 358 m의 존스타운에서 기차에 실린 배를 다시 운하에 내렸던 것이다. 여기서 반대편 동쪽 방향으로 10번 엔진하우스 자리까지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쪽으로 철도가 끝나는 홀리데이스버그(Holidaysburg) 마을은 291 m로 거리는 훨씬 가깝지만 고도차는 더 크다.
바로 옆으로는 레몬 하우스(Lemon House)라 불리는 2층 건물이 있는데, 과일 레몬과는 관계가 없고 운영한 부부의 성씨가 레몬이었단다.^^ 철도와 함께 만들어져서 작업자와 이용객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친목의 장소였다고 하는데, 이미 레인저가 문을 잠그고 퇴근해서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는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레몬하우스 뒤로 버려진 이 철도를 따라 건설되었던 옛날 22번 국도(Old Route 22)가 살짝 보인다. 위기주부는 공원 출입구와 연결된 왕복 4차선의 현재 22번 국도를 이용해 산을 내려가 3시간 거리의 집까지 운전해 돌아갔는데, 여기를 포함해 이 날 방문했던 6곳을 대표하는 연도를 시간 순으로 링크를 걸어보면 1754년, 1789년, 1834년, 1889년, 1936년, 그리고 2001년까지... 참으로 부지런히 시공간(時空間)을 헤집고 다녔던 2024년 4월 22일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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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셨던 많은 한국분들이 그냥 '미동부 최대 정원'이라고만 여행기에 계속 따라 쓰시는 것 같은데, 위기주부가 조사한 바로는 서부에도 더 면적이 넓은 사설 정원(private garden)은 없는 듯 하므로, 사실상 제목처럼 미국 전역에서 최대이자 최고로 유명한 야외 정원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펜실베이니아 주 동남쪽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s)을 마침내 다녀왔다. 굳이 '야외'를 덧붙인 이유는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내부의 꽃장식이 공식적으로는 실내 정원인데, 아마도 롱우드보다 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이런 쓸데없는 꼼꼼함이라니...^^
월요일 아침 10시 개장시간으로 예약을 했는데도 문이 열리길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 한인여행사에서 필라델피아와 여기 및 아미쉬 마을(Amish Village)을 묶어서 일일관광 상품으로 운영할 정도로, 나이아가라 폭포 말고는 특별한 자연 경관이 없는 미동부에서 가장 유명한 '내츄럴' 여행지들 중의 하나인 듯 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신기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사진을 하도 많이 찍어서 두 편으로 나눠야 하나 잠깐 고민도 했지만... 3시간 정도 걸려 둘러봤던 모든 곳들을 이 안내지도의 번호와 함께 간단히 소개해서, 앞으로 방문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한다. 26번 비지터센터에서 표를 보여주고 밖으로 나오면 만나는 사거리에서 간단한 토의 후 우리 부부는 좌회전을 했다.
19번 로즈가든(Rose Garden)의 장미들은 아직 다 피지 않았지만 다른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너머는 나무들을 기막히게 다듬어 놓은 20번 토피어리가든(Topiary Garden)인데 잔디밭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서쪽으로 계단을 내려오면 클래식한 유럽식 장식과 연못이 있는 16번 그로토(The Grotto)를 먼저 만나고 뒤돌아서면...
분수와 나무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넓은 15번 주분수정원(Main Fountain Garden)에 들어선다. 여기 분수들은 3년간의 공사를 거쳐 2017년에 완전히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지금은 벨라지오 못지않은 화려한 분수쇼를 선사한다. "라스베가스는 잘 있나? ㅎㅎ" 여기는 나중에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고, 북쪽으로 관통해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뒤로 보이는 거대한 온실의 동쪽 입구를 찾아갔다.
12번 동쪽 온실(East Conservatory)의 전체 모습으로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정말 구석구석 예쁜 꽃들과 또 재미있는 장소들을 많이 배치해 놓았는데,
실내 어린이 정원(Indoor Children's Garden)은 아이들이 좋아할 재미있는 조각과 분수들로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연결된 전체 건물의 정면에 해당하는 13번 메인컨저버토리(Main Conservatory)로 특히 여기는 '오랑제리(Orangery)'로 불리는데, 이 단어는 이 날 오후의 다음 방문지에서 또 만나게 되므로, 계속 이어지는 1박2일 여행기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다. 가운데는 관리 직원들로 어디를 가나 꽃을 심고 시든 낙엽을 떼내는 직원들을 볼 수 있어서, 예약할 때는 비싸다고 느꼈던 현재 32불의 입장료가 나갈 때는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날 커플셀카를 십여장은 찍었는데, 그 중에서 사모님이 엄선해 페북에 올렸던 것으로 하나만 골라 블로그에도 남겨둔다~^^
그 뒤쪽은 전시장(Exhibition Hall)이라 되어 있는데, 이 때는 그냥 가운데 바닥에 얇게 물이 흐르도록 해놓았었다. 여기서 왼편으로 나가면 원래는 연꽃이 핀 동양식 연못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전체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Longwood Reimagined"라는 별도의 온실과 정원들을 추가하는 대규모 공사가 또 진행되어서 올해 11월말에 새로 오픈 예정이라고 한다.
온실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무도장(Ballroom)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뒤쪽으로는 Pipe Organ & Gallery도 만들어져 있어 둘러보았다. 그 전시를 구경하며 우리 부부는 정확히 10년전에 방문했던 'LA지역 No.2 관광지라던 네더컷 컬렉션'의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떠올랐다!
아무리 간단히 포스팅하려 해도 여기 그린월(Green Wall) 사진은 꼭 하나 보여드리고 싶은데, 양치식물이 가득 덮은 벽에 칸칸이 만들어진 문들이 개인 화장실이다. 옛날에 멋진 풍경의 국립공원 화장실 사진들은 좀 올린 적이 있지만, 그 외 여행지의 화장실 입구를 보여드리는 것은 아마도 블로그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온실의 서쪽 끝에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인장들이 있던 실버가든(Silver Garden)을 둘러본 후에 시간이 되어서, 전체 지도 14번 온실 전망대(Conservatory Overlook)의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현재 낮 분수쇼는 11:15분 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음)
난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체 10분을 정말 오기(傲氣)로 모두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화면의 좌우 중앙이 좀 맞지 않고, 바로 옆 한국인 가족의 해설이 곁들여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야간개장을 하는 여름철 목~토요일에는 화려한 조명과 불꽃놀이도 곁들여진 쇼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보고싶을 정도로 스케일이 아주 크고 멋진 분수쇼였다.
그리고는 25번 건물의 카페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사먹었다. 건물 안에는 '1906'이란 레스토랑이 함께 있으며, 야외 테이블 옆에는 비어가든(Beer Garden)도 있었다. "여기서 비어가든이면 맥주를 키우는 정원인가? ㅎㅎ"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첫번째 온실이기도 했고, 지금은 이 곳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있는 5번 퍼스-듀퐁 하우스(Peirce-du Pont House)의 겉모습 사진 한 장만 보여드린다. 롱우드는 1730년대부터 퍼스(Peirce) 가문이 살았던 농장인데, 대대로 신기한 꽃과 나무를 심고 잘 관리해서 1850년대부터 식물원으로 제법 명성을 얻었단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운영이 어려워져 개발업자에게 팔릴 뻔한 것을, 우리가 다 아는 화학회사 듀퐁(DuPont) 창업자의 증손자들 중 한 명인 당시 36세의 피에르 듀퐁(Pierre S. du Pont)이 1906년에 매입하고, 이 집에 살면서 많은 돈을 들여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단다.
그렇게 벌목될 뻔했던 숲속에 만들어진 9번 Lookout Loft Treehouse에서 사진 찍어주며 놀고 있는 커플~^^ 여기 전망대와 또 아래에 소개할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는...
숲에 둘러싸인 넓은 초원(Meadow)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정원의 동쪽으로 가는데는 저렇게 초원으로 나가서 걸을 수도 있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비포장도로도 있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나무들 사이로 만들어진 보드워크를 이용했는데, 시간이 되시면 이 멋진 '숲길'도 꼭 걸어보시기를 바란다.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잠시 북쪽으로 오리들이 사는 연못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초원의 가장자리까지 가 본 후에, 뒤돌아 남쪽으로 롱우드를 대표하는 사진이 자주 찍히는 곳으로 이동했다.
7번 이태리 분수정원(Italian Water Garden)은 듀퐁이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을 여행한 후에 돌아와 1927년에 추가한 곳으로, 지금 내려다보는 발코니의 아래쪽에 장식된 많은 조각들과 함께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리고 여기 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면,
넓은 호수와 함께 건너편의 경사진 잔디밭에는 편하게 뒤로 기대 앉을 수 있는 의자들도 많이 가져다 놓았다. 또 계단을 내려가 호수 속을 보니까 아주 커다란 메기들이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을 치고 있어서 한 참을 구경하기도 했다.
호수 건너편 넓은 길가에 있는 6번 Canopy Cathedral Treehouse의 정말 성당같은 외관으로, 기둥을 빼고 실내의 사방이 거울로 장식된 저 꼭대기까지도 꼭 올라가보시기를 바란다~
그렇게 거의 한바퀴를 다 돌아서 그야말로 제철 '꽃나들이'를 하며 걸은 후에 도착한, 2번 Flower Garden Walk and Compartment Gardens의 정중앙에 있는 동그란 분수의 모습이다. 동서 방향의 기다란 꽃길(flower walk) 좌우에 심어진 신기하고 예쁜 꽃들과 그 남쪽에 두 개의 별도 칸(compartment)으로 꾸며진 정원 사진들 중에서 아래 한 장만 더 올려본다.
요즘 한국에서 봄나들이를 취재한 방송의 인터뷰에 나와 “아내와 꽃이 구분이 안 된다”는 멘트를 날린 남편이 화재가 되고있는 모양이던데... 나는 왜 잘만 구분이 되지? ㅎㅎ 그리고는 무대에도 분수가 설치된 1번 야외극장(Open Air Theatre)을 지나서 출발점으로 돌아왔는데, 2시간만에 다시 또 분수쇼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발걸음을 빨리해 이번에는 높은 분수가 발사되는 곳 바로 앞으로 갔다.
스쿨버스를 타고 단체 견학을 온 아이들애 매달려 있는 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가장 뒤쪽으로 떨어져 있어도 물보라가 엄청나게 날렸다. (물보라하니까 옛날에 디즈니 월드오브칼라 분수쇼를 보면서 홀딱 젖었던 것이 또 떠오름)
대신에 정말 이렇게 시야를 꽉 채우며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분수쇼가 끝난 후에는 뒤쪽 언덕에 있는 종탑(carillon)인 22번 차임타워(Chimes Tower)와 제법 높은 폭포 등도 잠깐 둘러보았다.
Festival of Fountains 분수쇼가 끝나고 2시간 전에 우리가 서있었던 온실쪽을 찍어 본 모습이다. 다시 저리로 건너가 비어가든에서 '키운' 맥주도 한 잔 하고, 꽃들도 더 구경한 후에 레스토랑에서 저녁까지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충분히 잘 봤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다른 국립 공원 하나를 이 기회에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 나가기로 했다.
연분홍 꽃들이 핀 길 가운데서 아마도 히스패닉 성인식에 해당하는 만15세 생일을 성대하게 축하하는 퀸세네라(Quinceanera)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옛날 아내 친구 딸의 그 파티에 참석했던 추억을 보시려면 클릭) 3년전 대륙횡단 이사 포스팅에도 등장했던 미주중앙일보사 미국여행가이드 책자에도 명소로 소개가 되어있어, 미동부로 이사온 후에 계속 가보고 싶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s)를 마침내 방문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끝맺는다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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