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며 몇 권의 쿠바 여행서적을 읽었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섬의 지도에서 낯선 도시의 지명들을 짚어보았다. 어디 어디를 가 볼까. 환전은 어떻게 할까. 숙소는 어떻게 구할까. 이런 기본적인 준비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역사 공부였다. 근현대사의 기록들과 정치 지형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가장 필요했다. 거칠게 이야기 해보자. A국의 지배를 오래토록 받아온 이 나라에 독립의 바람이 불었다. 독립을 일궈내려는 순간 지켜보던 B국이 A국에 전쟁을 건다. 자국의 함대를 침몰시키면서까지 빌미를 만든 전쟁에서 B국이 승리한다. 고로 지배 체제가 바뀐다. B국은 이 나라에 어용 정부를 세운다. 신생 정부는 B국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한다. 물론 소수의 지배 계급을 제외한 모두는 고통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