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지역에 살면 많은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공짜로 자주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이미 언급했었는데, 그에 더해서 클래식 음악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국립 관현악단(National Symphony Orchestra, NSO)'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명한 음악가가 출연하는 케네디센터 연주회의 티켓 가격이 LA 디즈니홀이나 뉴욕 링컨센터에 비해서 싼 것이 큰 이득으로, 이미 소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길샴(Gil Shaham)에 이어서 일주일만에 또 다른 연주자의 공연을 보러갔다.
그 전에 토요일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우리 동네 식당을 잠깐 소개하면, 미션비비큐(Mission BBQ)는 "The American Way"를 모토로 하는 바베큐 전문 레스토랑이다.
가게 주차장에는 검게 도색하고 성조기를 뒤에 꽂은 군용 트럭이 세워져 있는데, 짐칸에 실린 거대한 바비큐 그릴에서 알 수 있듯이, 출장 케이터링 서비스에 이용되는 차량이라고 한다. 그 옆에 주차된 하얀 경찰차는 물론 장식용이 아니고...
보안관(sheriff)들이 점심을 사먹으러 타고 온 것이다~ 이웃 메릴랜드에서 시작된 이 체인점은 미동부를 중심으로 현재 130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데, 창업자 두 명이 텍사스에서 캔자스시티, 캐롤라이나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BBQ는 전부 먹어보고 가장 '미국적인 맛'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었단다.
또 일부러 첫번째 점포를 9·11 테러 10주년에 맞춰서 오픈할 정도로 애국적인 테마로 운영이 되어서, 군인과 경찰 및 소방관 등을 기리는 장식들로 꾸며져 있고, 그들에게 할인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주문한 텍사스 정통 브리스켓(Brisket)과 베이비백립(Baby Back Ribs)은 둘 다 기대이상의 맛이었고, 특히 백립은 대륙횡단을 하면서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서 먹었던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점심을 잘 먹은 후에 오래간만에 차를 몰고 케네디센터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면 바로 만국기가 좌우로 걸려있는 Hall of Nations 통로가 나온다. 왼편의 태극기가 이 날따라 특히 눈에 띄었던 이유는 협연자가 조성진(Seong-Jin Cho)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클래식 검색을 좀 했더니 페이스북에 알아서 떴던 광고 화면인데, 조(Cho)와 조(jaw)의 두운(頭韻, alliteration)을 맞춘 표현이 재미있어서 가져와 봤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현재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한국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단다.
저녁 8시 공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꼭대기의 케네디 대통령 전시실을 먼저 잠깐 구경했다.
국립 공연장인 케네디센터(Kennedy Center)는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의 기념관 역할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기를 클릭해 보시면 된다.
케네디 재임시절인 1963년 1월에 루브르의 모나리자를 여기 DC의 내셔널갤러리에서 대여 전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체험시설이 새로 생겨서 보여드리는데, 세로 화면 앞에 서서 카메라를 쳐다보면, 예전에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봤던 케네디 대통령 그림과 같은 스타일로 각자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서비스였다.
위기주부의 얼굴이 그려지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보실 수 있는데, 마지막 QR코드를 스캔해서 파일로 다운로드를 받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공짜 초상화도 하나 건지고, 카페에서 간단히 샐러드로 저녁을 먹은 후에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콘서트홀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인데, 이 날은 특히 검은 머리... 그 중에서도 한국분들이 아주 많이 오셨다.
우리 좌석은 1층 관람석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나중에 피아노를 치는 조성진의 앞머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ㅎㅎ
오랜만에(?) 부부 셀카 한 장 찍어 뉴욕에 있는 딸에게 보내주고, 처음 들어보는 Carlos Simon의 "Wake Up! Concerto for Orchestra"라는 곡으로 음악감상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이번 공연의 모습으로,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Beethoven’s Piano Concerto No. 4)을 연주했다.
앵콜곡으로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Pathetique)'의 2악장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이다. 1부를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아 기다려야 하는 앵콜 공연이라서 당연히 하나만 했는데, 솔로 콘서트에서는 재미있는 곡으로 많은 앵콜이 가능하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관객들이 빠져나간 2부에서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Shostakovich’s Fifth Symphony)의 모든 악장을 마치고 NSO 지휘자와 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이다. 현재 내셔널심포니의 음악감독인 지아난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는 영국의 런던심포니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이듬해인 2016년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하고, 처음으로 스튜디오 녹음으로 음반을 낼 때 협연한 런던심포니를 지휘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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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고도 벌써 1월말인데, 새해맞이 등산이나 일출 구경 등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급은 생략하기로 하고... 지난 주에는 한국의 해외토픽에도 나올 정도로, 여기 미동부에 일주일 내내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다. (뉴스를 보니 서울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 전후의 일요일에 잠깐 나들이를 했던 것과 주중에 동네 설경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실질적인 2024년의 첫번째 이야기를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겨본다.
LA 헐리우드가 아니니까 놀라지 마시고...^^ 집에서 서쪽으로 50분 정도 거리인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주의 찰스타운(Charles Town) 에 있는 헐리우드 카지노(Hollywood Casino)라는 곳에 잠깐 드라이브도 하고 새해운세도 시험해볼 겸해서 다녀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예상보다 규모도 아주 크고 손님들도 많아서 놀랐던 이 시골 카지노는 또 특별한 시설도 함께 있는데, 사진 오른편의 '오케이 목장(OK Corral)' 통로를 통해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실제 경마장이 나오지만, 겨울이라서 말들의 경주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곳의 공식 명칭은 Hollywood Casino at Charles Town Races로 호텔과 이벤트 장소도 함께 있다. 여름에 다시 와서 실제 경마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실내로 돌아가서 슬롯머신만 잠깐 했는데... 우리집이 2024년에 대박나려는지, 무려 50%의 수익률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ㅎㅎ
바로 다음날 월요일 낮부터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했는데, 직전 겨울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눈삽으로 차고 앞을 치우기 직전에 한 장 찍었다. 치운 후에도 밤까지 계속해서 눈이 내려서, 다음날 출근을 위해 야밤에 드라이브웨이를 또 쓸어낸 후에...
눈 내리는 모습을 너무 좋아해서 "전생에 개였나 보다"고 내가 맨날 놀리는 아내와 함께,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소복히 덮인 우리 동네 산책을 했다~^^
2년만에 보는 제대로 된 설경이었는데, 집에서 저 아래 큰 길까지는 내리막이고, 주요 도로는 기가 막히게 제설을 잘 하기 때문에, 이 때는 다음날 아침에 차를 몰고 출근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화요일 아침의 발코니 모습으로 눈이 4인치 이상은 내린 듯 했다. 문제는 계속 낮기온도 영하라서 하나도 안 녹는다는 것...
따뜻한 2층에 있는데 창문 밖으로 우리집 뒷마당에 붉은 여우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평소에도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저 놈들이 눈이 와서 마을에 많이 내려온건지? 아니면 내가 설경을 계속 구경했기 때문인지? 지난 한 주 동안에 참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금요일 새벽부터 또 폭설이 시작되어 출근시간에도 계속해서 내리는 바람에, 이 날은 차를 몰고 나갔다가 언덕에서 포기하고 스노우체인을 장착한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버지니아에 계속 살려면 자동차를 4WD로 바꿔야 하나?" 눈 오는 날 별미인 라면을 끓여서 점심으로 먹은 후에 다시 삽질을 하는 모습이다.
사모님은 빗자루 들고 푹푹 빠지는 눈밭을 지나서, 뒷마당 작은 나무들 위에 쌓인 눈을 털어주러 가시는 중이다~ 이렇게 두 번에 걸쳐 내린 눈도 전혀 녹지 않은데다, 이어지는 주말에는 섭씨 영하 10도 밑으로 아침 기온이 내려갔지만... 예약해놓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일요일에 지하철을 타고 DC로 향했다.
실버라인을 타고 와서 '안개낀 바닥' 포기바텀(Foggy Bottom) 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빨간 케네디센터 셔틀버스가 딱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역과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 대해서는 여기를 클릭해서 직전 연주회 포스팅을 보시면 됨)
케네디센터 입구의 2023-2024 시즌 배너에 National Symphony Orchestra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이탈리아 출신의 Gianandrea Noseda 사진이 걸려있다.
이 곳에 소지품 검사 엑스레이 게이트가 설치된 것을 처음 봤는데, 이 날 오페라하우스의 뮤지컬 <프로즌> 마지막 공연에 혹시 백악관의 VIP나 그 가족이 오는건가? 우리 연주회는 반대편 콘서트홀이라서, 별도의 검사같은 것 없이 조금 기다리다가 바로 입장을 했다.
우리 자리는 앞줄 3번째 왼쪽 가장자리라서, 하프 연주자 집중 관람석이었다. ㅎㅎ
다행히 오후 3시 공연이기는 했지만, 아침에 최저 체감온도 섭씨 영하 20도의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거의 다 찼다. 아무래도 이 날은 1부의 아래 협연자를 직접 보기 위해 오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바이올리니스트 길쌈, 즉 '베짜기'가... 아니고 길 샤함(Gil Shaham)이 그 전 목요일에 여기서 드보르작 바이올린 콘서트(Dvořák’s Violin Concerto)를 NSO와 협연하는 위 사진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다.
연주를 끝내고 인사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인데, 지휘자 표정 지못미...^^ 콘체르토를 연주하는 동안에 계속 웃으면서 아주 즐겁게 일하는게(?)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아쉬운 점은 짧은 소품이라도 앵콜 공연을 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중간 쉬는 시간에 잠깐 밖으로 나와서 하얀 눈밭 위에 계속 힘든 자세로 서있는, 미국 조각가 조엘 사피로(Joel Shapiro)의 24피트(7.3 m) 높이의 파란 "Blue"를 잠깐 구경했다. (케네디 대통령 기념관이기도 한 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첫번째 방문했던 포스팅을 보시면 됨)
2부로 슈베르트 9번 교향곡(Schubert’s Ninth Symphony) “The Great” 전악장 연주를 모두 마치고 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가는 셔틀을 기다리는데, 앞쪽에 DC 투어를 끝낸 뮤지컬 <프로즌>의 무대장치 철수를 위한 컨테이너 트럭이 보였다. 위기주부 가족은 2016년에 LA 캘리포니아 어드벤쳐 극장에서 1시간 길이로 짧게 처음 만들었던 이 뮤지컬을 공짜로 봤었기 때문에, 아마도 2시간짜리 브로드웨이나 투어 공연을 따로 볼 것 같지는 않다. (여기를 클릭하면 옛날 관람기를 보실 수 있음) 이상과 같이 저기 쓰인 그대로 '꽁꽁 얼었던(frozen)' 한 주가 지나갔고, 지금은 기온이 올라가며 겨울비가 내려서 쌓였던 눈들이 순식간에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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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울프트랩 야외극장에서 빗속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긴 했지만, 위기주부에게는 와인을 곁들인 피크닉 겸 새로운 국립 공원 탐방에 더 가까웠고, 그 전에는 2019년 가을에 딸이 연주했던 하버드 대학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던게 마지막이었다. 옛날에 LA에 살 때는 클라리넷을 하는 딸 덕분에, 또 지휘자를 찾아가 사인을 받을 정도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내를 둬서 연주회에 자주 다녔었다. 그 동안 팬데믹도 있었고 미동부로 이사를 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 날 콘서트홀에서 진지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한 것이 그러니까 딱 4년만인 셈이다.
공연장의 비싼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한 김에, 조금 일찍 DC에 도착해서 올라가봤던 옛날 우체국 건물의 시계탑이 오른편에 서있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펜실베니아애비뉴 국립사적지(Pennsylvania Avenue National Historic Site)의 소소한 볼거리들을 구경하며 이제 뒤돌아 케네디센터까지 걸어가보자~
1910년에 세워진 이 기마상의 특이한 점은 말의 콧구멍이 유달리 크다는 것과 올라탄 사람의 특이한 복장과 모자이다. 카시미르 풀라스키(Casimir Pulaski)는 폴란드 귀족으로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해서 워싱턴의 목숨을 구한 후에 대륙군 준장(brigadier general)에 오르며 "미국 기병대의 아버지(The Father of American cavalry)"로 불렸다. 그러나 불과 34세이던 1779년에 남부 사바나(Savannah)에서 벌어진 영국군과의 전투를 선봉에서 이끌다 전사했고, 지금까지 단 8명뿐인 미국 명예시민권을 받은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동상이 서있던 곳은 넓고 평평한 프리덤 플라자(Freedom Plaza)의 동쪽 끝이다. 이 광장은 사진처럼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에게 인기라는데, 국립공원청이 공식적으로는 금지하지만 거의 묵인하는 수준이란다.^^ 넓은 바닥에는 전편에 보여드린 것처럼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의 지도가 그려져 있고, 두 건물의 평면도까지 자세히 바닥에 새겨져 있었다.
(점프하는 순간을 찍었어야 되는데 ㅎㅎ)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 뒤로 평범해 보이는 건물에 내셔널시어터(National Theatre), 즉 국립극장 간판이 보인다. 광장 북쪽에 처음 문을 연 것은 1835년이고, 지금의 1,700석 규모의 극장 건물은 1923년에 만들어져서, 지금도 브로드웨이 뮤지컬 등의 공연이 계속 열리고 있단다.
14th St를 건너서 퍼싱 공원(Pershing Park)에는 제1차 세계대전 미국 원정군 총사령관이었던 존 J. 퍼싱(John Joseph Pershing)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는 미군 역사상 단 4명만 존재하는 대원수(General of the Armies), 즉 소위 말하는 '6성 장군'에 해당한다.
그의 맞은 편에 제1차 세계대전 기념물(World War I Memorial)이 2021년에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작년에 슬쩍 지나가며 봤을 때 저 벽의 까만 부분은 동상이 완성되었고, 하얀 부분은 아직 제작중이라 그림을 붙여놓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1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까만 부분도 동상이 아니라 그림 또는 사진이었다. (저 통쾌하게 비웃으시는 표정^^) 따로 세워진 안내판에 따르면 38개의 인물상으로 만들어지는 "A Soldier's Journey"는 2024년에 전체가 완성되어서 여기 설치될 예정이란다~
퍼싱 공원 북쪽에는 1901년에 지금의 12층 건물로 만들어진 윌라드 호텔(Willard Hotel)이 있어서 로비를 잠깐 구경했다.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로 지금은 인터컨티넨탈이 운영을 하고 있다.
잠시 앉아서 쉰 곳에는 일본풍 그림과 기모노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200여년 전부터 호텔이 운영되어서 수 많은 대통령과 유명인사들이 거쳐간 화려한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도 따로 있다고 하므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
호텔을 나와 15th St를 건너면 남쪽 내셔널몰 방향으로 높은 기단의 기마상이 눈에 띈다. 우리 가족에게는 남북전쟁의 영웅보다는 '세계 최대의 나무' 이름으로 처음 기억되었던 윌리엄 테쿰세 셔먼(William Tecumseh Sherman) 장군 기념물인데, 보안구역 안에 위치해 있어서 바로 앞까지 갈 수는 없게 막혀있다. 그리고 '남의 집' 잔디밭을 가로지를 수는 없으니 여기서 북쪽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주소가 '1600 Pennsylvania Ave, Washington, DC'인 그 집이 높은 철제 담벼락 너머로 보인다.
1981년부터 저 자리에 들어섰다는 '세계평화'를 주장하는 텐트가 요즘은 다 부질없어 보이고, 비밀경호국 경찰들이 작년 여름보다 주변에 훨씬 많이 보였다... 멀리 나폴레옹처럼 모자를 벗어서 인사하고 있는 기마상을 포함해 여기 화이트하우스 주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작년에 올린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백악관의 서쪽 지역을 포기보텀(Foggy Bottom)이라 부르는데, 거기에 1821년에 개교한 조지워싱턴 대학교(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캠퍼스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사립대이기는 하지만 초대 워싱턴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미의회가 헌장을 만들어 설립을 추진했다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으며, 미국 수도에 있는 만큼 정관계쪽으로 매우 유명하단다.
케네디센터 배너가 걸려있는 가로등 옆으로 나무들 색깔이 아주 이뻤는데, 확실히 DC는 도시라서 그런지 시골인 우리 동네보다는 단풍이 조금 늦게까지 남아있는 듯 했다. 문제는 걸어오면서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었기 때문에 지나온 대학 캠퍼스와 박물관, 또 이런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는 것...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심플한 외관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고, 이 곳의 역사와 대통령 전시관 등에 대해서는 여기를 클릭해서 지난 여름의 첫번째 방문기를 보시면 된다. 배고픈 우리 부부는 우측 계단으로 바로 들어갔지만, 사진 왼쪽에 보이는 동상을 멀리서 찍은 사진으로 간단히 소개한다.
이렇게 정면에서 봐서는 무슨 동상인지 감이 안 오실텐데... 바위와 청동을 결합해서 만든 돈키호테(Don Quixote) 조각으로, 스페인 국왕 부부가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해서 1976년에 선물한 작품이란다. 옆에서 찍은 다른 사진을 보면 기다란 창을 든 돈키호테가 왠지 괴물처럼 보이는 그의 말 로시난테(Rocinante)를 타고 바위를 부수며 나오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이다.
우리는 만사 제치고 꼭대기 층에 있는 KC Cafe로 직행했다! 치즈버거와 양파링, 샐러드와 수프로 늦은 점심을 정말 배불리 잘 먹었는데, 여기 카페의 샐러드는 특히 추천할만 하다~ 역시 "유자왕도 식후경" ㅎㅎ
앞서 언급한 케네디 대통령 기념전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 공연장은 처음부터 국립공원청에서 직접 관리를 하다가 1994년에 재단으로 이관되었다고 하니, 사실상 워싱턴DC에 있는 8번째 대통령 국가기념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날은 3개의 무대 중 가장 남쪽의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교향악단(National Symphony Orchestra) 연주회를 관람했다. 이름에 '내셔널'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국가대표급의 실력이나 위상은 전혀 아니고, 대충 찾아보니까 미국에서 10~20위권의 오케스트라로 보시면 된다. 참고로 음악(연주 실력)은 시카고 심포니가 1등인 듯 하고, 매출(장사 실력)은 LA필이 독보적인 1등이었다.
우리 부부의 좌석은 제일 윗층의 가장자리로 화려한 샹들리에를 눈높이에서 가까이 감상할 수 있는 큰 잇점이 있었다.^^
콘서트홀도 오페라극장과 마찬가지로 1층 바닥의 경사가 별로 없고 2~3층은 테두리를 따라 좁게 만들어져 있는 옛날 유럽식 소극장 분위기라서 옛날 살던 동네의 극장과 계속 비교를 하게 되었다. (비슷한 위치에 앉아서 내려다 본 LA 디즈니홀의 모습을 보시려면 클릭)
1부는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 협연이었고, 앵콜곡을 지휘자와 함께 피아노 연탄을 한 후에 인사하는 모습이다. 2부는 시벨리우스 교향곡이었는데, 예전에 지혜도 클라리넷으로 공연한 적이 있는 곡이라고 아내가 끝나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도 케네디센터 북쪽의 이 둥근 건물이 모든 '○○게이트'의 원조인 워터게이트 호텔(Watergate Hotel)이라고 알려주었다. 만약 이 호텔 이름이 워터파이프(Waterpipe)였다면, 그런 사건들을 모두 '○○파이프'라고 지금 사람들이 부를거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조지워싱턴 대학병원 안에 있는 포기바텀-GWU 역에서 탔다.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라서 대통령도 위급시에 이 곳을 이용하는데, 1981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에서 총상을 입은 로널드 레이건이 여기 실려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참, 케네디센터 연주회 티켓은 4번의 공연을 한꺼번에 예약해서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여기 지하철역은 자주 이용하게 될 듯 하므로 이 동네에 얽힌 다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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