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위기주부가 방문한 42곳의 미국 내셔널파크들 중에서, 바다와 접한 곳은 캘리포니아 채널아일랜드(Channel Islands)와 레드우드(Redwood), 워싱턴 올림픽(Olympic),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Everglades), 그리고 하와이볼케이노(Hawaii Volcanoes)의 5곳 뿐이다. 이 중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채널아일랜드만 바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이고, 나머지 4곳은 사실 바다보다는 내륙의 숲과 산, 습지와 화산 등이 관광의 핵심인 곳이다. 그런데 LA 앞바다에 있는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은 존재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 - 특히 동부에 사는 분들은 '바닷가 국립공원'하면 북동부 메인주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를 제일 먼저 떠올리고, 특히 다녀오신 한인들은 자주 한국 남해안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많이 비유를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찾아가기 위해서 아래쪽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고 있는데, 전편의 비하이브 트레일에서 내려다 보이던 주차장이 저 곳이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기 1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주차장을 지나서 걸어가 샌드비치(Sand Beach)라 씌여진 간판과 함께, 국립공원청에서 가져다 놓은 안내판들을 보니 미국의 '국립 해수욕장'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래사장까지는 또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되는 것을 보고는... 그냥 위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방금 절벽을 기어서 '벌집'의 꼭대기에 다녀온다고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도 빨리 당을 보충해야 했다. 그래서 바로 차로 돌아가 해안가 일방통행 도로를 달려서 급히 마을을 찾아가는 바람에 아래의 유명한 장소는 서지도 않고 지나쳤다.
썬더홀(Thunder Hole)은 도로 바로 옆으로 잘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오면 나오는 해안가 절벽이 움푹 파인 곳으로, 파도가 솟구쳐 오르면서 천둥소리가 난다고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는데, 2015년에 멕시코 엔세나다 여행에서 봤던 바닷가 블로우홀(blowhole)과 거의 같은 곳인 모양이다.
아무리 목이 마르고 단 것이 급해도 한 번은 바닷가에 차를 세워야 할 것 같아서, 바다가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온 여기 Otter Cove에서 정차를 했다.
Otter Creek 위로 놓여진 다리에 앉아서 V자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출발해서 가까운 Northeast Harbor를 먼저 갔지만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나 마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운트데저트(Mount Desert) 섬을 동서로 나누는 만인 Somes Sound를 빙 돌아 30분 이상을 운전해 건너편 Southwest Harbor에서 마침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이 동네 학교들이 개학을 했는지 'Back to School' 특별할인 가격에, 아주 많이 떠주신 이 아이스크림 한 통으로 둘이 나눠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다. 그리고는 섬의 제일 남쪽 끝에 있는 등대를 찾아서 다시 출발을 했다.
1편에서 소개했던 비지터센터 직원에게 오후에 배스하버헤드 등대(Bass Harbor Head Light Station)를 갈거라고 하니까, 주차장이 작으니까 시간여유를 가지고 일찍 가야한다고 했었다. 실제로 이렇게 진입로에 차들이 한 줄로 기다리면서, 차가 빠질 때마다 한 대씩만 들어와 주차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주차한 직후라 5~6대 정도만 기다리고 있지만, 나갈 때는 10대 정도로 줄이 늘어났음)
주차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빨간지붕의 집만 먼저 보였는데, 현재 등대는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등대지기가 필요없고 대신에 해안경비대 직원과 그 가족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58년에 만들어서 역사유적지로도 지정되어 있다는 등대는 집 뒤쪽으로 붙어서 높이 약 10미터로 세워져 있는데, 오전에 들렀던 '포레스트검프 등대'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 등대가 아카디아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의 주인공은 맞지만, 그것은 여기 가까이서 올려다 보는 모습이 아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반대편으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조금 걸으면, 이렇게 바다로 내려가는 잘 만든 나무계단이 나온다.
90도로 꺽어서 계속 내려가는데, 이 때까지는 줄을 서서 힘들게 주차한 것에 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계단이 끝나고 해안가 바위가 나오면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모여 있어서 살짝 놀랐다~ 여기서는 아직 주인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저 멀리까지 더 가야한다.
짜잔~ DSLR을 든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풍경사진의 명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렇게 바라보는게 서향이라서 지금 일몰시간이 가장 붐빈다고 한다. 비록 DSLR은 집에 놔두고 왔지만 조금 더 잘 찍어보고 싶어서 가운데 삼각대를 세워둔 분이 계시는 곳까지 위기주부만 더 가봤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도 등대가 있는 유명한 풍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진만으로도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아카디아 내셔널파크를 미국의 대표적인 '바닷가 국립공원'으로 부르는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조금 전에 우리가 서있던 절벽 위의 난간에 기대어서 이 쪽을 바라보는 관광객의 모습이 보인다.
서있는 바위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서 한바퀴 돌아야 했던 360도 풍경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뒤쪽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그만 찍고 빨리 집에, 아니 밥 먹으러 가자~"
많은 독자의 예상을 깨고... 커플셀카 대신에 아내가 찍어준 위기주부의 독사진을 올린다. ㅎㅎ
붉은 노을과 함께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등대에도 불이 들어오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주차장 입구에서 포기하고 차를 돌릴까말까 고민하실 분들이 눈에 밟혀서, 볼거 다 봤으니 우리 차 한 대라도 일찍 빼주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와서는 랍스터말고는 먹을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온 곳은 우리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육지에서 마운트데저트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바로 직전에 있는 여기 Trenton Bridge Lobster Pound 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인 스팀으로 바닷가재를 찌는 것으로 인기있는 랍스터집이었다.
여기서는 바로 쪄서 먹을 살아있는 랍스터를 직접 고르는데, 껍질이 딱딱한(hard) 또는 부드러운(soft) 두 종류에 또 크기에 따라서 작고 큰 것들이 미리 나누어져 있어서 파운드 당 단가가 4개나 표시되어 있는게 보인다. 우리는 부드러운 껍질의 작은 놈들 중에서는 큰 것으로 하나만 고르고 랍스터롤을 추가로 시켰다.
찜질방에 다녀온 우리의 45번 랍스터가 호명되어서 가지고 와서, 롤과 함께 둘이서 저녁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기다리면서 보니까 랍스터 한 마리가 저 까만 트레이에 꽉 차는 엄청나게 큰 것들도 있었는데, 다음에 다시 메인주를 여행하면 그 만한 크기의 랍스터를 꼭 사주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이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여행기록으로 남겨두면... 밤 10시쯤 둘 다 곤히 잠들었는데, 엄청난 화재경보기 소리가 12시에 울려서 깼다. 밖으로 나와보니 모텔 전체에 알람이 울린 것이고, 사람들이 911에 신고해서 소방차가 출동한 모습이다.
반대편의 어느 객실 중의 하나에서 화재경보기가 동작을 한 것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제로 불이 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완전히 잠을 설친 후에 다시 침대에 누웠고, 다음 날 아침에는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다시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서 미국의 대표적 바닷가 국립공원인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로 다시 향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의 50개주 중에서 등대(lighthouse)가 제일 많은 주는 어디일까? 누구나 대양과 접해있는 바닷가의 커다란 주들을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정말 의외의 정답은 바로... 약 120개의 등대가 있는 중북부 내륙의 미시간(Michigan) 주가 압도적 1위이다! 그 다음으로 2위가 이번에 여행을 다녀온 북동부 끝에 대서양과 접한 메인(Maine) 주로 약 70개이고, 3위는 약 50개인 뉴욕, 그리고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가 각각 30개 정도로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방문했던 메인 주의 등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떻게 내륙의 미시간 주에 등대가 그렇게 많은 이유를 지도와 함께 설명을 해드리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두산백과에서 가져온 위의 지도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미시간 주는 오대호의 호수들에 둘러싸인 두 개의 커다란 반도로 이루어져 있어서, 호수와 접한 물가의 길이가 무려 3,200마일로 알래스카 다음으로 긴 쇼어라인(shoreline)을 가지고 있는데다, 수상교통도 활발한 지역이라서 호숫가와 섬들에 많은 등대가 필요했다고 한다. 중북부 미시간은 아직 위기주부가 밟아보지 못한 주(state)라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잠깐 찾아보았고,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북동부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 3박4일 여행기로 돌아가보자~
전날 집에서 하루만에 1천km 이상을 달려서 메인 주 최대도시인 포틀랜드의 북쪽에 있는 프리포트(Freeport)라는 마을에서 숙박을 했고, 아침에 다시 미국의 1번국도를 따라 해안가를 2시간 가까이 달려서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의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먼저 주차장 가까이 만들어져 있던 이 동네 세인트조지(St George)의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어부들을 추모하는 Fisherman Memorial을 잠시 들렀다. 까만 비석 너머로 보이는 납닥한 섬들이 떠 있는 곳이 차가운 북쪽의 대서양(Atlantic Ocean) 바다이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들러보고 싶었던 마샬포인트 라이트하우스(Marshall Point Lighthouse)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등대지기의 집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특이하게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는 왼쪽의 저 작은 등대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바로 떠오르는 분이 계실까?
영화 속 앵글과 똑같이 이 쪽에서 좀 더 가까이 찍은 모습을 보면 생각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다. 이 등대는 바로...
1994년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3년여간 미대륙을 동서로 달리기를 회상하는 장면의 앞부분에서 나왔다. 무작정 앨라바마 주의 집을 떠난 검프가 서쪽으로 계속 달려서 태평양을 만나는 곳이 LA의 산타모니카 부두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다음 장면에서 반대로 대륙의 동쪽 끝까지 다시 달려서 대서양과 만나는 장소가 여기 메인주 마샬포인트라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셨을거다.^^ 물론 그 달리기를 끝내는 유명한 풍경의 도로는 또 많은 분들이 알고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지가 되었고, 당연히 위기주부도 옛날에 방문해서 블로그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다.
톰 행크스 또는 그의 동생이 뛰었던 나무판 위에서 손을 흔드는 아내... "잠깐, 동생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을 드리면, 그 달리기 장면에 미대륙 곳곳의 여러 장소들이 나오는데, 빠듯한 촬영일정의 톰 행크스가 그 많은 장소를 직접 다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체격과 외모가 비슷한 톰 행크스의 동생이 대타로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많다고 하는데, 여기 장면도 앞모습이 크게 나오지는 않으므로 동생이 대신 찍었을 가능성이 큰 곳이다.
다리 위로 등대의 끝까지 걸어가서 주변 풍경을 360도 돌아본 모습을 클릭해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그리고는 어떤 사람이 포레스트 검프처럼 달리기로 등대까지 뛰어갔다가 돌아나오는 장면도 찍은 것을 그 뒤쪽에 붙여놓았으니 끝까지 감상하시기 바란다~
그래서 유명해진 등대를 배경으로 커플셀카 한 장 찍고는 이제 등대지기의 집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구경하려고 했지만,
박물관은 낮 12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 있어서 예쁜 집의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러면 구글에는 왜 오픈시간이 오전 10시라고 되어 있었을까? 주차장까지 특별히 게이트같은 것이 없었으니 등대만 보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했으니까, 숙소에서 좀 더 일찍 나올걸...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찾아온 김에, 이 반도의 조금 북쪽에 있는 다른 등대를 하나 더 찾아가보기로 했다.
두번째 등대는 메인 주의 아울스헤드 주립공원(Owls Head State Park)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비포장의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었다. 왼편으로 가면 수영을 할 수 있는 바닷가이고, 오른편이 절벽 위에 만들어진 등대를 보러가는 길이다.
가운데 작게 보이는 나무판에 조각한 자동차 진입금지 표지판이 재미있어서 한 장 찍었다. 이 상쾌했던 길을 따라서 바닷가 언덕의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 걸어가면,
해안경비대(Coast Guard)가 관리하는 건물들과 아울스헤드 라이트하우스(Owls Head Lighthouse)가 나왔다. 여기는 기념품가게가 문을 열어서, 먼저 등대를 구경한 후에 들러보기로 했다.
앞서 '포레스트검프 등대'는 다리를 건너가야 했는데 여기 '부엉이머리 등대'는 계단으로 연결된 것이 다를 뿐, 두 등대가 생긴 것은 아주 비슷했다. "메인 주의 등대는 다 이렇게 짜리몽땅하게 만들었나?"
많은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다 쉬시는 사모님... 이것은 이 날 오후 하이킹의 준비운동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진다~
좀 전의 위 영상 마지막에서 대륙횡단 달리기를 하시던 분을 여기서 또 만났다. ㅎㅎ
기념품 가게는 입구부터 등대에 관한 책들이 가득 전시가 되어 있었다. 이처럼 등대는 그 자체로 관광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그동안 위기주부의 블로그에 주인공 또는 주연급으로 등장하셨던 등대들을 한 번 찾아보니... 오레곤 헤세타헤드(Heceta Head), LA 포인트비센테(Point Vicente), 하와이 카우아이 섬 킬라우에아포인트(Kilauea Point), 캘리포니아 포인트아레나(Point Arena), 그리고 지난 봄에 방문했던 메사추세츠 케이프코드 국립해안의 너셋(Nauset) '감자칩' 등대 등이 있다.
메인(Maine) 여행기를 미시간 지도로 시작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가게에 걸려있던 메인 주의 등대들을 표시한 지도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여드리기로 했다.^^ 대서양에 접한 가장 북쪽의 미국땅인 메인 주의 바닷가는 옛날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피요르드처럼 좁게 내륙 깊숙히 들어온 바다 때문에 해안선이 울퉁불퉁하고 섬들도 많아서, 해안선 길이에 비해 많은 등대가 건설되었단다. 대표적인 등대 사진들 오른편 두번째 줄에 '포레스트 검프 등대'가 보이고, 이제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1번국도를 또 2시간 더 달려서, 그 바로 옆에있는 사진의 등대로 유명한 국립공원을 찾아간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전망이 좋은 숙소에서 자게 되면, 그 전날 여행기의 마지막 사진과 다음날 여행기의 첫 사진이 모두 그 숙소에서 바라본 같은 풍경에 시간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보스턴에서 워싱턴까지 편도 2박3일의 봄방학 가족여행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는, 아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뷰(view)'가 좋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었다.
전편의 마지막 사진은 전날 흐린 오후의 밋밋한 모습이었지만, 다음날 해뜨기 전에 바다 위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여줘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메마른 풀숲과 짙푸른 바다가 같은 방향으로 바람에 쓸려가는 것이 멋있어서, 핸드폰을 제자리에서 꼭 붙들고 그냥 찍어본 동영상이니까 안 보셔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릭하시겠다면... 전체화면으로 해서 뚫어지게 쳐다보시면 수평선 우측 1/4 지점에서 등대도 하나 찾으실 수 있다.
우리가 숙박한 곳은 매사추세츠 주의 케이프코드 국립해안(Cape Cod National Seashore) 지도의 제일 위쪽에 보이는 마을인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이다. 미리 준비한 빵과 요거트, 즉석죽으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차를 몰고 항구쪽 부두로 나가봤다.
부두 주차장에서 제시카와 맞장 뜨는 우리집 차... 맑아져서 다행이었지만, 바닷바람이 너무 추워서 모녀는 내리지도 않았다.
전편에서 알려드린 것처럼 보스턴(Boston)에서 여기 프로빈스타운까지 여름철에는 페리를 타고 올 수도 있단다. 찾아보니까 Bay State Cruise라는 선사에서 5월~10월 기간에만 운행을 하는데, 고속선(Fast Ferry)은 어른 $63부터로 1시간반이 소요된다.
돌아보니까 굉장히 특이하고 높은 탑이 눈에 띄었는데, 1620년에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온 '순례의 조상들'을 기념하는 필그림 모뉴먼트(Pilgrim Monument)이다. 그들은 전편에서 소개했던 플리머스(Plymouth)에 정착했다고 해놓고, 왜 여기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지는 잠시 후에 다시 알려드린다.
여름 휴가철에는 굉장히 붐비는 '섬머타운'이라지만, 자동차 뒷유리창과 건물 지붕에 밤사이 하얗게 진눈깨비가 내려서 쌓일만큼 추웠던 3월 중순의 이른 아침에는 거의 유령마을 '고스트타운' 수준으로 적막했다.
말끔하게 지어진 타운홀(Town Hall) 너머로 필그림 기념탑과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역시 비수기라서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저 탑이 이 마을에 세워진 사연을 알아보기 위해서 마을 끝에 있는 Pilgrims' First Landing Park라는 곳을 찾아갔다.
공원 중앙에 만들어진 이 동판에 따르면, 대서양을 건너 항해한 필그림들은 1920년 11월 11일에 이 부근에서 육지를 처음 밟았다. 하지만 원래 그들의 목적지는 훨씬 남쪽인 지금의 버지니아였기 때문에, 이 땅에서는 영국 국왕의 특허장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식민지를 수립해야 했다. 그래서 이 앞바다에 정박한 메이플라워 호의 선실에서 성인 남자 41명이 서명한 계약서를 체결하는데, 그것이 바로 메이플라워 서약(Mayflower Compact)으로 식민지의 기본법이 되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정치사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제 케이프코드 국립해안을 둘러보기 위해서 북쪽에 있는 프로빈스랜드(Province Lands) 비지터센터를 찾아왔는데, 역시 비수기라 문을 열지 않았고 내부는 수리중이었다. 참, 필그림들은 자신들이 도착한 여기가 삼면이 바다인 길쭉한 반도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모두 배에 올라서, 그해 12월 21일에 케이프코드 만(Cape Cod Bay)을 서쪽으로 건너 전편에 소개했던 플리머스(Plymouth)에 최종적으로 상륙을 해서 마을을 건설한 것이다.
위로 올라간 김에 제일 북쪽의 해안인 레이스포인트비치(Race Point Beach)까지 왔는데, 센 바람에 모래까지 날려서 도저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주차장에 외롭게 세워져 있던 저 차는 거의 '샌딩(sanding)'으로 페인트 도장이 벗겨진 것처럼 보일 정도여서, 저 사이로 걸어가서 대서양과 만나는 것은 포기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6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트루로(Truro) 마을의 하이랜드 등대(Highland Lighthouse)를 찾아왔다. 안내판에 필기체로 씌여있는 "I have a room all to myself; it is natures."라는 말은 전편에서 소개했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코드곶> 책에서 따온 것이다.
이 해안공원에 있는 18개의 등대들 중에서 그냥 '케이프코드 등대'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등대라고는 하지만, 혼자 저기까지 걸어가볼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곳에서 진짜로 유명한 등대는 따로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다시 차에 올라서 더 남쪽으로 달려서 어제 들렀던 입구쪽 비지터센터가 있는 이스트햄(Eastham) 지역까지 내려갔다.
바로 그 등대는 스톱(Stop) 표지판과 똑같은 빨간색으로 윗쪽을 칠해놓은 너셋 라이트하우스(Nauset Lighthouse)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필그림들이 상륙한 첫 해 겨울에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만, 나머지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옥수수 씨앗을 주고 농사법을 가르쳐 준 원주민들이 '너셋(Nauset)'인데, 독립된 원주민 부족은 오래 전에 소멸되었고 그 이름만 이렇게 남아있다고...
케이프코드에 와서 이 등대를 안 보고 가면, 뉴욕 여행에서 타임스퀘어를 빼먹는 것과 같다는 설득에 따님도 차에서 내려서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
왼편의 아내는 이런 벤치 하나 우리집 뒷마당에 놔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오른편의 지혜는 등대 보고 사진도 찍었으니 빨리 따뜻한 차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내판의 설명이 굉장히 복잡한데 (클릭해서 직접 읽으실 수 있음), 간단히 정리하면 1836년부터 여기 많은 등대들이 세워졌다가 심한 바닷바람에 낡아 버려지고, 지금의 등대는 1923년에 만들어져서 1940년부터 위쪽만 빨간색으로 칠했다는 내용이다.
빨간 등대야 한국에도 있고 별로 높지도 않아서,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이 너셋 라이트가 '감자칩 등대'로 불리며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아래와 같이 미동부에서 인기있다는 케이프코드 감자칩(Cape Cod Potato Chips)의 포장지에 떡하니 등장해주시기 때문이다.
봄방학 여행계획을 세울 때 코스트코에서 이렇게 처음 눈에 띄어서 샀는데, 안 짜고 기름기도 적어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또 먹고 있다. 등대 구경을 마친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케이프코드의 하이애니스(Hyannis) 마을에서 1980년에 탄생한 감자칩으로 동부에서는 제법 유명한 브랜드이다. 하이애니스는 보스턴 출신인 케네디 대통령의 고향이라서 박물관도 있으며, 전편에서 소개한 마사스빈야드(Martha's Vineyard)와 낸터컷(Nantucket) 섬으로 배가 떠나고, 무엇보다 무료로 감자칩 공장투어가 가능하다고 하므로 다음 번에는 꼭 들러봐야 겠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