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보라색 석양이 내렸다.’ 이 문장은 이르쿠츠크, 정확하게는 바이칼 호숫가의 작은 마을 리스트뱐카를 돌아다닌 감상을 적었던 글의 마지막 구절이다.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그곳만의 느낌을 담은 석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대도시를 비추는 석양은 왠지 따스하다. 빌딩 사이, 길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은 마치 깃털 이불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어깨를 덮어 준다. 너른 벌판 한가운데서 보는 석양은 나무와 같다. 아무것도 없는 평원, 그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가려가는 태양기둥 주위로 아른거리는 다채로운 빛조각의 이파리 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정오의 뙤약볓을 피하기 위해 그늘을 찾듯 발길이 끌린다.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