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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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18

Diary Minimo|2016년 3월 17일

#18 터미널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틀어 들어가니 식당들이 마주보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망설임 없이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홀이 꽤 넓고 격실도 대여섯 개나 있다. 엊그제 봤던 삼척 짜장면 맛집보다도 훨씬 큰 식당이다. 기대감이 높아진다. 삼선 짬뽕이 얼마냐고 종업원에게 물어 보지만 자리를 치우느라 바쁜 종업원은 묵묵부답이다. 카운터 쪽을 향해 좀 크게 소리쳐 삼선 짬뽕을 주문한다. 드디어 먹는 바닷가의 삼선 짬뽕이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 아빠는 화물차를 운전하셨다. 집 근처의 피혁 공장에서 짐을 받아 수출항이 있는 부산까지 운반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하셨다. 아빠는 항상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시며 식대를 아꼈지만, 부산에서 일이 길어져 저녁을 먹고 출발하게

강원도 #17

Diary Minimo|2016년 3월 16일

#17 날씨가 많이 덥다. 에어컨 밑에 앉아 있는데도 이마엔 땀에 맺히고 커피잔엔 이슬이 맺힌다. 평소 같았으면 닦아내기라도 할 텐데, 한번 터진 주인 여자의 수다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살짝 걸쳐 놓고, 난 아직 작업 중이니 좀 혼자 놔 달라는 사인을 강하게 어필한다. 이여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이방인이 반가운 건지 쉴 새 없이 자신의 속초 이야기를 쏟아낸다. "결혼하고 남편이랑 부천에서 맞벌이 하면서 살았었어요. 연애할 때는 둘이 좋아하는 커피 마시러 많이 다녔었는데, 결혼하고 애들 생기고 하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없는 거에요. 회사일에, 집안일에, 애들 챙겨야지, 밥해 먹어야지. 정말 여유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충동적으로 남

강원도 #16

Diary Minimo|2016년 3월 14일

#16 허벅지 아래쪽이 벌겋게 익었다. 방바닥에 누워 꽤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다. 아줌마가 문을 쾅쾅 두드려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열두 시가 다 된 시간이다. 해는 이미 중천에 걸려 방 안으로는 그 창문 크기보다 훨씬 작은, 쪼그라든 네모 하나만을 허락한다. 방 안 이곳 저곳으로 눈부시게 산란하던 빛은 자취를 감추고, 네모칸 안에는 내 발목만 걸려 있다. 진흙에 빠져 장화만 남기고 발을 빼낸 모습 같아 보인다. 쿵쾅거리는 문 쪽을 향해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치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아줌마가 짜증을 낸다. 문을 열기 전부터 체크아웃이 늦네, 방 정리해야 손님을 받네, 하면서 성화다. 짜증이 나서, 하루더 있겠다고 한다. 하늘로 치솟을 듯 째졌던 아줌마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바뀌고, 난 지갑에서

강원도 #15

Diary Minimo|2016년 3월 13일

#15 120524. 목요일 오랜만에 꿈 없이 깊은 잠을 잤다. 다리께를 비추는 아침햇살이 싱그러워 상쾌하게 잠에서 깼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볕이 비추는 방바닥에 누워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 연기가 행복한 구름이 되어 피어 오른다. 좁은 창으로 비쳐 쬐는 볕이 바닥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온전히 속해 빛의 세례를 받는다. 누런 색 장판에 네모 반듯한 관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벌거벗고 누운 거인이 있다. 혹시라도 손발 끝이 그 금을 넘어갈 까 몸을 살짝 웅크린다. 눈을 감고 담배를 빨아들인다. 담배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바닥을 다그닥 두드려 리듬을 만들고 있다. 자세히 들어 보니 작은 소리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다. 담배를 다 태우고 눈을 뜨면, 작은 소리로 외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