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동주]만큼 담담하게 시대를 정면으로 바라본 사극은 본 적이 없다. [동주]는 영화가 시작되면서 시인 윤동주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순수 창작물임을 밝혀두고 윤동주의 삶을 이끌어간다. 분명 윤동주의 실제 행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짰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야기는 윤동주의 삶과 일치하지만, 영화의 주제가 윤동주의 실제 사상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의 자서전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동주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는 영화 속에서 시와 함께 흘러나오고, 그 정서는 관객들 마음에 정확히 내리꽂힌다. [동주]는 값싼 감성팔이나 어설픈 민족주의에 기대지 않는다. 일본 제국주의를 어설프게 비난하지 않는다. [동주]는 그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과 일본,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에 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