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 기간만 60년이 넘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스크린으로 옮긴다면, 슬라이드 쇼로 180분을 채워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 대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격변해온 역사의 산 증인으로, 영연방의 군주로의 활약을 일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긴 재위 기간에 비해, 우리에게 비춰진 여왕과 왕실의 모습은 제한적이다. 현존하는 군주이지만, 조선을 마지막으로 우리 땅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인데다, 영국이라는 심리적, 지리적 거리 때문이라도 동화 속 그것만큼이나 쉬이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유통하는 왕족의 화려한 일면만을 소비하고 기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더욱이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와의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찾기 어려운 까닭에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