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동안 여행을 다닌 후 달라진 것은, 여행에 대한 준비와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 여행 계획은 간결하게, 준비는 무심하게, 짐은 최소한으로. 이번 제주여행도 다르지 않았다. 비행기표와 숙박만 정하고, 김영갑갤러리와 빵다방에 간다는 생각과, 짐은 겨우 잠옷만 챙겼다. (폼클렌징도 챙기지 않은, 조금 심하다싶은 간소함;) 준비와 부담이 줄어든 만큼 설렘과 환상도 줄어들었다. 비행기만 봐도 세계일주를 할 것같던 기세도,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종종걸음치던 체력도, 귤나무만 봐도 반짝거리던 눈빛도 사그라들었다. 여행의 짜릿함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고할까. 그래도 여전히 떠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우리,라서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작 이 종이지도 한장.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