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로는 12만원 아니면 15만원이었다. 몇 달 동안 게임 잡지에 실리는 기사와 정보를 보며 플레이할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해도해도 가격이 너무했다.나는 쭈뼛쭈뼛하며 아직 내 것이 되지 않은 게임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몇 년을 단골로 다녔던 게임샵 사장님은 그런 내 얼굴과 내 옆에 말없이 서 계시던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를 위해 게임을 사주러 다니지 않던 시절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샵에 들어온들 그 가격을 확인한 후에는 등짝을 후려갈기고 끌고 나가기 일쑤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마른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동안 엄마는 어느새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계셨다. "이거 주세요." 내 평생 들어본 엄마의 대사 중 가장 멋진 대사였고, 한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