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시들 중에서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라는 광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시애틀, 볼티모어 및 위기주부가 사는 동네인 워싱턴DC, 그리고 뉴욕시 등으로 의외로 많지는 않은 반면에,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이라는 기차역은 거의 모든 대도시를 포함해서 약 140개의 도시에 있다고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2박3일 뉴욕여행의 첫 행선지는 딸의 아파트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맨하탄의 전통있는 유니언 스퀘어였다.
연말 전구장식을 한 노스폴 익스프레스(North Pole Express) 투어버스가 지나는 도로 건너편이 1832년부터 Union Square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광장이다.
여기를 찾아온 이유는 연말연시에만 임시로 만들어지는 홀리데이 마켓(Holiday Market)을 잠깐 구경하기 위해서인데, 광장 남쪽에 보도블럭이 깔린 곳에만 임시 상점들이 빼곡하게 만들어져 있다.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라서 가게 지붕을 따라 걸린 조명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분위기는 잘 살지 않지만, 그래도 토요일 오후에 구경을 나온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위기주부는 항상 여기 아래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만 했지, 위에 올라와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인데, 뉴요커 따님 말씀이... 평소에 이 광장은 불법으로 대마초를 팔고 사거나 피우는 사람들만 많은 곳이라서, 홀리데이 마켓 등이 열릴 때 빼고는 와볼 필요가 전혀 없는 곳이란다~^^
여하튼 이 날 우리 가족은 이런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의 가게들을 즐겁게 구경하면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광장의 남쪽에는 1856년에 세워진 조지 워싱턴의 기마상이 있는데, 모자를 벗어서 옆구리에 끼고 있는게 특이했다.
그리고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북쪽에는 망토를 감아쥐고 서있는 링컨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독립전쟁의 영웅인 라파예트(Marquis de Lafayette)의 동상과, 특이하게 1986년에는 간디(Mahatma Gandhi)의 동상도 이 광장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제 광장 서쪽 경계인 브로드웨이(Broadway)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이 길 좌우에 들어선 파머스마켓인 Union Square Greenmarket은 연중내내 주말마다 항상 열린다. 지도를 보니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위기주부가 좋아하는 곳이 또 나와서 찾아가는 중이다.
E 20th St에 위치한 그 곳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탄생지 국립사적지(Theodore Roosevelt Birthplace National Historic Site)로 뉴욕시 맨하탄에 있는 9개의 NPS Official Unit들 중에서 위기주부가 방문하는 4번째 유닛이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지?" 얼떨결에 예정에 없던 국립 공원 탐방에 끌려온 모녀~^^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현관 위에 걸린 명패에는 1858년 10월 27일에,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인 테디 루즈벨트가 여기서 태어났다고 적혀있다. 단, 원래 집은 여기가 상업지구가 되면서 1916년에 없어지고 새로 2층의 가게가 들어섰는데, 그가 1919년에 죽은 후에 기념재단에서 바로 가게를 다시 사들여서 헐어버리고는, 옛날과 똑같은 3층 주택을 기념관으로 새로 만들어서 1923년에 오픈한 것이란다. 역시 돈 많은 집안은 달라...ㅎㅎ
입구인 반지하의 Ground Level로 내려가니 역사 선생님같은 파크레인저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는데, 나중에 우리 투어를 진행해주실 분이다. (한 번 선생님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자꾸 존댓말이 저절로^^)
책방(book store)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이 책꽂이 하나가 전부였는데, 제일 위에 하얀 올빼미는 무슨 의미일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책들의 표지만 봐도 살짝 느낌이 오는데, 전반적인 그의 삶에 대한 소개는 그가 최후를 맞이한 롱아일랜드 자택에 대한 포스팅을, 특히 그의 자연보호에 대한 노력은 DC의 기념관을 방문했던 포스팅을 각각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그러니까 이 곳이 블로그에 벌써 3번째로 등장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기리는 넓은 의미의 국립 공원인 것이다. 전시실에는 수 많은 그의 사진과 각종 소품들이 이렇게 빼곡히 전시되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전시물은 역시 제일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1898년에 쿠바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전쟁에, 그가 "Rough Riders"라는 의용병을 끌고 참전했을 때 실제로 입었던 군복과 장갑이다. 이 복장을 입고 찍은 사진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차례로 뉴욕 주지사, 미국 부통령,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진 오른편에도 그가 입었던 하얀 셔츠와 안경집, 연설문 원고가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 총알 구멍이 있다! 그가 뒤늦게 대통령을 또 하겠다고 1912년에 제3당 후보로 출마해서,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Milwaukee)에서 선거유세를 하다가 암살범의 총을 맞았었기 때문이다.
오후 2시반의 마지막 가이드투어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리집 3명과 가운데 서있는 부부, 그리고 뒤늦게 젊은 커플이 추가되었다. 레인저 선생님께서 여기 1층 거실에서 아이패드로 루스벨트의 할아버지부터 차례로 모두 보여주시길래, 시작부터 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었다...
여기는 서재인데 이 재미없던 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 두 개를 떠올린다면... 각 방의 화려한 '벽지(wallpaper)'와 테디가 어릴 때 '천식(asthma)'으로 고생했다는 것이 떠오른다. 가운데 너머의 식당에 놓인 식탁과 의자가 실제 루즈벨트 가족이 사용했던 것을 다시 가져다 놓은 오리지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2층으로 올라가서 무서운 인형이 놓여있던 놀이방에서 또 한참 테디의 천식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에,
마지막으로 그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태어난 부모 침실을 둘러보았다. 그는 13세까지 여기 살다가 가족이 W 57th St의 더 큰 집을 구해 이사를 했단다. 이로써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이름이 들어간 5곳의 공원들 중에 3곳을 방문했는데, 과연 남은 2곳도 모두 가볼 수 있을까?
유적지를 나와서 다시 브로드웨이를 따라 올라가 매디슨 스퀘어(Madison Square)도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뉴욕답게 그 쪽에서 시위대가 이리로 내려와서 경찰이 통행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가봤으니 홀가분하게 건너 뛰고, 옆길로 레드라인 지하철 역을 찾아가서 타고 링컨센터(Lincoln Center)를 방문했던 이야기도 이미 소개해드렸으니 각각을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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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갑자기 이 동네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또 이사를 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워싱턴DC 지역에서 안 가본 국립 공원과 박물관 등을 일부러 부지런히 찾아 다녔었다. 그래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5일 동안 짬짬이 총 12곳의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공원과 다른 3곳의 박물관을 부지런히 방문했었는데, 그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과 박물관들' 시리즈 시즌1의 마지막 15번째 포스팅이다.
화강암 덩어리 하나가 거의 전부인 제36대 존슨 대통령 기념물이 있는 컬럼비아 섬을 구경한 후에, 포토맥 강의 바로 상류에 있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섬(Theodore Roosevelt Island)을 찾아왔다. 공원 간판의 아래쪽이 특이하게 녹색으로 보이는게, 섬을 의미한다거나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잠깐 생각했었는데... 그냥 페인트 칠이 불량이라서 벗겨지고 있는 것이었다.^^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에 대해서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저택을 방문했던 여행기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었는데, 이제 사진의 다리로 건너가려고 하는 섬 전체가 워싱턴DC에 있는 그를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물(Living Memorial)'이다. 자연주의자(naturalist)였던 그는 1901년에 얼떨결에 대통령이 된 후에 많은 국립공원, 모뉴먼트, 국유림 등을 지정해서 미국의 자연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특히 두번째 임기중인 1906년에 유물법(Antiquities Act)을 제정해서, 연방정부 소유의 땅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국가기념물(National Monument)에 지정해서 보호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중요한 관련 업적으로 꼽힌다.
위기주부가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이 흑백사진 한 장은 꼭 보여드리고 싶은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03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해서 존 뮤어(John Muir)와 함께 글레이셔 포인트에 오른 사진이다. 그는 목장 생활을 한 경험으로 캠핑같은 야외 활동에 익숙했고, 특히 뛰어난 사냥꾼으로 유명했다. 봉제 곰인형을 테디베어(teddy bear)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의 이름 Theodore의 애칭인 Teddy에서 유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행교를 건너다가 북쪽을 바라보면, 키브리지(Key Bridge)의 멋있는 아치와 조지타운(Georgetown) 대학교 건물의 첨탑이 어우러져서 마치 유럽 어디의 풍경을 보는 듯 한데, 여기를 클릭해서 저 동네를 돌아다닌 여행기를 보실 수 있다.
다리를 다 건너오면 이끼가 잔뜩 낀 낡은 지붕의 설명판과 나지막한 어린이용 안내판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이 섬에 뭐 대단한게 있을까 싶지만... 섬의 가운데로 향하는 넓은 트레일을 조금만 걸어가면,
나무들 사이로 숲속 한가운데 누가 손을 흔들고 있는게 보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남북전쟁 당시에 군부대가 주둔했다가 민간 소유로 바뀐 섬을, 루즈벨트 기념재단이 구입해 1932년에 연방정부에 기증하면서 서류상으로는 기념물이 만들어졌지만, 높이 17피트(5.2m)의 이 동상을 포함해 실제로 모든 공사가 끝나서 헌정식이 열린 것은 1967년 10월이란다.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여름 시즌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포스팅이고 하니, 그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셀카도 한 장 올려본다~
가까이서 바라보니까 KFC 할아버지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ㅎㅎ 동상의 포즈가 누구 귀싸대기를 한 대 때릴 분위기처럼 보이지만, 연설을 할 때 항상 격정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했던 모습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데, 동상만 있는게 아니라 중앙의 넓은 광장에 2개의 분수대를 비롯해서, 저 너머 사람들이 건너온 계단과 그 아래에는 인공 연못도 광장을 감싸며 좌우로 만들어져 있었다. 섬의 숲속에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LBJ 기념물과 함께 리빙메모리얼(Living Memorial)로 불리기는 하지만, 의외로 인공적인 구조물이 크게 만들어져 있어서 좀 놀랐던 기억이다.
거기에다 동상의 좌우로 4개의 석판을 더 만들고 어록 등을 새겨놓아서, 비록 진입로가 대리석 계단이 아니라 비포장 흙길에 기둥과 지붕만 없다 뿐이지, 이 정도면 링컨이나 제퍼슨 기념관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이상으로 인공적인 Memorial Plaza 구경은 마치고, 계단을 넘어서 섬의 트레일을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이런게 자연주의자의 길이지...! 먼저 섬의 북쪽 끝까지 올라가봤지만, 강가로 내려가는 트레일은 막아 놓아서, 뒤돌아 다시 Upland Trail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섬 전체가 대통령 기념물이다 보니 트레일 중간에도 안내판들이 가끔 등장한다.
이 섬은 작년 벚꽃구경 포스팅의 마지막에 잠깐 소개했던 조지 메이슨 가문이 대대로 소유해서 원래는 메이슨 섬(Mason's Island)으로 불렸는데, 남북전쟁 때 연방정부가 점령해서 군부대를 만들고 흑인 병사들 훈련장으로 사용했단다. 안내판의 큰 사진은 1898년 쿠바에서 벌어진 미국-스페인 전쟁에 "Rough Riders"라는 의용병을 끌고 참전한 루스벨트로 함께 싸운 흑인 부대를 칭찬한 그의 말이 왼편에 적혀있다.
그런데, 트레일에 뭔가 커다란게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국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크기의 거북이였다!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까, 이스턴박스터틀(Eastern Box Tutle) '북미 상자거북'으로 미동부에서는 굉장히 넓은 지역에 서식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한국에서는 애완용으로 키우시는 분들이 있단다.
섬의 남쪽 끝에는 집에서 내셔널몰 구경갈때 항상 지나는 다리인 시어도어루스벨트 기념다리(Theodore Roosevelt Memorial Bridge)의 교각이 섬에 세워져 있다. 여기서 트레일의 작은 다리를 건넌 후는 습지라서 길이 모두 보드워크로 만들어져 있고 이름도 Swamp Trail이다.
플로리다라면 딱 악어가 나오기 좋을 듯한 길이고, 중간에 벤치와 안내판을 만들어 놓았는데, 작은 안내판에는 여기서 관찰할 수 있는 새(bird)에 대해서 설명을 해놓았다.
동그란 흑백사진이 10살때의 루즈벨트로 뉴욕 맨하탄의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틈만 나면 자연에서 새와 동물들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렸단다. 확대해서 보실 수 있는 작은 스케치가 두더지의 일종인 'shrew(뾰족뒤쥐)'를 그린 것인데, 이 단어가 성질 더러운 여자를 뜻하기도 한단다. (셰익스피어 5대 희극의 하나로 익숙한 제목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원제가 The Taming of the Shrew라고 함)
섬 동쪽으로 오면 강 건너 케네디 센터(Kennedy Center)와 워터게이트 호텔(Watergate Hotel)이 잘 보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둘 다 나무와 덤불에 가려서 깨끗이 보이지는 않았다. 계속 북쪽으로 섬을 한바퀴 돌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듯 해서 뒤돌아 돌아가기로 했다.
루즈벨트 다리 아래로 보이는 작은 섬은 이름도 그냥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로 여기와 떨어져 있고 아무 시설도 없다. (뉴욕의 '리틀아일랜드'는 여기를 클릭) 그런데, 저 작은 섬에 엄청나게 큰 빌딩이 세워지고 루즈벨트 섬 전체에도 건물이 만들어져, 두 섬이 완전히 하나로 연결된 모습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2014년에 개봉했던 마블 영화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에서 S.H.I.E.L.D. 본부인 The Triskelion 건물이 위치한 곳이 바로 이 섬들이다. 유튜브를 클릭해서 보시면 내셔널몰을 내려다 보는 쉴드 기지의 위용이 소개되는데, 영화에서는 기지 옆의 포토맥 강물이 갈라지며 그 아래에 숨겨져 있는 '날으는 항공모함'인 헬리캐리어(Helicarrier)가 이륙하다가 추락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아직까지 이사 안가고 계속 잘 살고 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이다.^^ 정면의 고층건물들은 알링턴 시의 다운타운인데, 저 중에 꼭대기 전망대가 무료로 개방되어서 DC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던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지난 여름의 우리 동네 국립 공원 도장깨기 시즌1은 막을 내렸지만... 가을/겨울의 시즌2가 벌써 시작되어서 그 첫번째 포스팅을 올린 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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