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초니까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미대륙을 횡단해서 이사온 지도 딱 반년이 되었다. 여기 워싱턴DC 지역에는 그냥 사진만 보여드려도 감탄의 댓글이 달리는 그런 멋진 풍경은 없고, 그 동안 방문한 곳들이 대부분 설명이 필요한 기념물, 유적지, 박물관들이다 보니... 블로그 쓴다고 팔자에 없는 미국역사와 미술사 공부만 '주구장창'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밤낮으로 쉬지않고 늘 계속해서"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주구장창'은 표준어가 아니고, 한문 사자성어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쓰는 것이 맞다고 함. 이제는 국어공부까지^^)
지난 3월 봄방학에 보스턴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올라가서, 지혜를 태우고 2박3일 여행을 하며 집으로 왔던 이야기는 이미 다 해드렸고, 이제 그 때 동네 나들이를 하루 다녀왔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누어 기록해본다. 어김없이 박물관과 미술관 이야기들이지만 이제 공부는 좀 그만하고 대충대충 쓰련다~
이 날 원래는 저 특이한 외관으로 가장 최근에 개관한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을 가족이 함께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이렇게 길어서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이 때가 날씨도 좋고 점심때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몇 주 후 흐린 날씨에 문 여는 시간에도 줄이 길었음. 삼세번이라고 다시 세번째 기회를 노리는 중)
방향을 돌려서 어디를 갈까 방황하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도 잔디밭에 올라가서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혜는 안 가봤던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을 잠시 구경했는데, 3월이 '여성의 달'이라고 현재 미국의 여러 각 분야의 여성들의 모습을 이렇게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건물 여기저기에 많이 세워 놓았었다. "이 플라스틱 동상들은 나중에 본인들에게 선물로 주는걸까?"
별 생각없이 우리의 발길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국립미술관 서쪽에 있는 야외 조각정원(Sculpture Garden)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왼편 "Welcome!" 안내판 아래의 그림처럼 정사각형의 정원의 가운데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는 큰 분수가 있고, 그 주변으로 커다란 현대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테인레스로 만든 커다란 나무와 빨간색 철판조각... 위기주부는 미술공부 좀 쉬기로 했으니까, 이제 소개할 조각들의 작가와 작품명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서 전체 작품들에 대한 사진과 해설을 직접 먼저 보시면 된다.
이 곳에서 제일 유명한 노란 판자집을 대표사진으로 낙점했는데, 판자들 전체가 평면일까? 아니면 안으로 들어갔을까? 밖으로 나왔을까?
옛날 살던 로스앤젤레스의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라끄마(LACMA)에서도 본 적이 있는 시꺼멓고 커다란 조형물과 비슷한 것도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생각하는 토끼를 아이들이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다. 뒤쪽에 휘어진 쇠막대기도 당연히 조각작품...
시멘트 벽돌을 쌓아서 만든 것 같은 피라미드도 구경했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약간의 착시가 일어나는 것 같다.
사진을 수직을 맞춰서 잘 찍은 것인지 헷갈리는 삐딱하게 세워진 의자들... 서커스에서 진짜 의자를 저런식으로 높이 쌓은 후에, 사람이 저 위로 올라가서 물구나무를 서는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동쪽 입구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커튼 뒤로 다크서클이 심한 여자의 무서운 얼굴이 보인다. 내셔널몰 건너편에 있는 스미소니언의 허쉬혼 현대미술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이 외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가림막을 쳐둔 것인데, 저 걸개그림은 지나다니며 자주 봤으니 깔끔하게 공사가 끝나면 저기도 한 번 방문을 해야겠다. 또 미술공부 하려고?
반년 전에 1차 대륙횡단을 마지고 지하철로 DC에 놀러와서도 저기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신 것을 이미 보여드렸었지만, 이 조각정원은 저 Pavilion Café를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참, 카페 앞쪽으로 휘어진 가로등(?) 사이에 'Métropolitain'이라 적혀있고 고풍스런 난간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별도의 미술작품이다.
아라크노포비아(Arachnophobia, 거미공포증)가 있으신 분은 눈을 감고 지나가셔야 할 커다란 거미도 한 마리 있다.
사람 키의 두 배 크기로 뭔가를 커다랗게 확대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아시거나 실제로 작은 이 것을 본 적이 있으신 분은 최소 오십대일 것이다.
공사장 철골구조물로 만든 알파벳을 서로 분리가 불가능하게 엮어놓은 것 같다. 참고로 바닥에 놓여진 것은 작품의 일부가 아니고, 그냥 작업차량이 지나가는데 잔디가 파이지 않도록 깔아놓은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자조각인데,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가 적혀있다. 그런데 김연자의 트로트곡 제목 <아모르 파티>가 본인은 지금까지 Amor Party 즉, '사랑의 파티'로 알고 있었는데... "네 운명을 사랑하라(Love your fate)" 뜻의 라틴어인 Amor Fati를 한글로 쓴 것이며, 독일철학자 니체의 운명애(運命愛) 사상을 나타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 된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쇳덩이~ 이 외에도 대여섯 작품이 더 있는데, 앞서 소개한 링크를 클릭해서 모두 보실 수 있다.
잔디밭에 불규칙하게 놓여진 까만 대리석들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는, 이제 조각정원 북쪽으로 헌법가(Constitution Ave) 건너편에 있는 저 멋진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래... 내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으니, 이것도 내 팔자려니 생각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이것저것 쓸데없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P.S. 여기 국립미술관 조각정원에서는 5월말부터 7월말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Jazz in the Garden>이라는 무료 재즈공연을 하는데, 워싱턴DC의 가장 인기있는 음악행사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무료지만 반드시 일주일 전 정오에 예매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므로, 금요일 저녁이고 하니까 나중에 지하철을 타고 한 번 구경하러 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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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초에 지혜와 함께 온가족이 (그래봐야 3명^^) 다녀왔던 워싱턴DC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관람기의 두번째 이야기로, 지하통로를 이용해 동관으로 이동해서 현대미술 작품들을 둘러본 것을 보여드린다. (미술관의 안내지도와 함께 서관의 서양미술 작품들을 소개한 전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미술관의 역사를 보여주는 흑백사진들이 걸려있는 복도가 끝나는 곳에, 이스트빌딩(East Building)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서관의 주황과 보라 테마색이 동관은 고급진 푸른색 계열로 바뀌었는데, 이 색깔은 아래에 한 번 더 등장을 하게 된다.
지하로 내려오면 먼저 구미를 당기는 Espresso & Gelato Bar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아주 넓은 Cascade Café가 있다. 내셔널몰을 관광하다 보면 푸드트럭 말고는 특별히 먹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박물관이나 미술관 내부에 제법 큰 카페들이 있어서 요기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 카페의 이름이 캐스캐이드(Cascade)인 이유는,
반대편에 이렇게 '층층의 급류(cascade)'를 만들면서 떨어지는 인공폭포인 Cascade Waterfall이 유리벽 너머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모습과 함께 다음에 소개하는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다.
약 60미터의 지하통로와 무빙워크를 약 41,000개의 LED로 장식한 이 설치미술 Multiverse 작품은 2008년에 설치되었다고 하니, 우리 가족이 옛날 2011년에 여행을 왔을 때도 지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말로는 '다중우주'로 번역하는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말은 마블(Marvel)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통해서 최근에야 많이 대중화된 것 같은데, 작가님이 마블 만화의 팬이셨는지 일찌기 작품 이름을 시대를 앞서서 지으셨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한 번에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에 내려오면서 차례로 구경하고 싶었지만, 엉겁결에 화물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몇 층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내려야만 했다. 이 동관은 현대미술 작품들만 따로 전시하기 위해서 1978년에 만들어 졌는데, 건물 자체도 현대적(?)으로 만들어져서 이해가 상당히 어렵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래서 그냥 가까운 아무 전시실이나 들어가서 관람을 시작했는데, 여기가 몇 층인지? 이게 무슨 작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모녀가 보고있는 12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것은 커다란 시계판으로 사용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다.
뒤집어 걸어놓아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Number 1, 1950 (Lavender Mist) 작품이다. 언제 까만 물감을 주사기에 좀 넣어 가지고 가서, 몰래 이 그림에다가 조금 더 뿌리면... 과연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정말 해보고 싶다. 정말 해보고 싶어~
가운데 보이는 하얀 물체(?)는 똑같은 모양을 LA의 어느 미술관에서도 본 것이 기억이 났는데,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Bird in Space 작품이란다. 그 뒤로 오른쪽 벽에는 스페인 출신의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호안 미로(Joan Miró)의 Head of a Catalan Peasant 작품이 걸려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Harlequin Musician 그림을 감상하는 모녀의 모습이고, 그 왼편에 서있는 오렌지 눈을 한 외계인은 스위스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The Invisible Object (Hands Holding the Void) 조각이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무슨 작품같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 건물은 1981년에 미국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단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꼭대기 실내 전시실 하나에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화가인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들만 떼거지로 걸려있다. 이런 그림들은 물감 색깔만 잘 골라서 주면 나도 그리겠다고 계속 중얼거리다가 아내와 지혜에게 혼이 났는데...
그 옆방에는 색깔을 고를 필요도 없는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된 그림들이 또 걸려있었다. 미국의 색면추상 화가인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이 1958~66년에 그린 14점의 평면회화 시리즈인데, 놀랍게도 예수의 십자가에 못박힘에서 부활까지의 14단계 고행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옆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속으로 조용히 속삭여 본다~ "정말로, 나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오면 미술관의 옥상이라 할 수 있는 루프테라스(Roof Terrace)가 나온다. 예상보다는 좀 밋밋했지만 그래도 이런 도심 건물의 옥상밖으로 나오는 것은 항상 즐거운 경험이다.
바로 북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넓은 도로는 국회의사당부터 백악관까지를 비스듬히 직선으로 연결하는 펜실바니아 애비뉴(Pennsylvania Ave)로 대통령의 취임식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 퍼래이드가 열리는 길이다. 그 때는 당연히 미술관 옥상을 일반에게 개방하지 않겠지?
그런데 이 녹슨 쇳덩어리로 만든 숫자들도 작품인 것은 같은데, 최근에 설치가 되었는지 홈페이지에도 안내가 없으므로, 혹시 작가와 작품명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드린다.
옥상에서 최대한 몸을 내고 동쪽으로 보면 국회의사당의 북쪽 절반과 함께 그 앞으로 게이트가 없는 주차장이 보였다. 일반인도 저기에 주차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상원(Senate)과 관련된 차량의 퍼밋이 있어야만 주차가 가능한 곳이라고 되어 있는데, 일요일에 이렇게 국회에 출근을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휴일에는 일반인도 퍼밋 없이 주차할 수 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 테라스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독일 조각가 Katharina Fritsch의 '수탉' Hahn / Cock 이다. 높이 4.4 m의 이 조각은 그녀의 대표작으로 2013~2015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설치되었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라 한다.
건너편 타워의 실내로 들어가면 '움직이는 조각'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작품이 공기의 약한 흐름을 따라 아주 조금씩 움직이면서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 가족의 가장 많은 눈길을 받은 작품은,
Finny Fish 물고기였는데 양쪽 가슴지느러미에 사람 손모양의 철판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는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된 여러 전시실을 통과해서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의 유리벽을 뚫고 들어온 저 돌무더기는 영국의 대지미술가인 앤디 골드워시(Andy Goldsworthy)의 Roof 작품이다. 심지어 지금 아내와 지혜가 앉아서 쉬고있는 저 가죽의자도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때 처음 선보인 현대식 디자인으로 '바르셀로나 체어(Barcelona chair)'라 불린다고 지나가시는 분이 알려주었다. 대강 찾아보니까 지금은 많은 가구회사들이 제작을 하는데 가장 싼 제품은 하나에 $799 정도지만, 디자이너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1953년부터 생산을 했던 원조 브랜드의 제품은 무려 $6,738 이라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설마 미국의 국립미술관에 짝퉁을 가져다 놓았을까? 빨리 다시 가서 앉았던 의자의 상표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멀티버스를 통과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의 우주를 떠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우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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