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약 10년. 빈곤은 끝났다는 나라의 선언과 달리, 도시의 제반 시설은 미비하며 사람들의 생활은 그 이상으로 아직 희망없이 치열하기만 하다. 전쟁을 겪은(전범국 국민이라는 자각과 특별한 이념도 없었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10년이란 그 모든 것을 떨치기에 턱없이 부족했으며, 그만큼 마음 안에는 패배감과 허무함, 상실감 등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한 소년이 있다. 패전 즈음에 태어나 상흔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순수한 세대다. 소년 노부오는 또 다른 소년 키이치를 만난다. 키이치 역시 전후 세대아니 그에게는 전쟁의 여파가 여실히 남아있다. 아비는 전사하로 홀로 남은 어미는 맨몸으로 내몰린 세상에서 곤궁한 삶이나마 이어갈 요량으로 매춘을 선택했다. 노부오의 가정은 전쟁에서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