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비가 내렸다. 2월 중순, 호치민에 도착한 뒤로 가장 겁을 내어왔던 시기가 다가오고있다. 여름을 좋아하는 내가, '베트남은 항상 썸머네요' 라며 즐거워할 때마다 현지의 친구들은 '베트남도 계절이 두 개야' 라고 답해왔다. 건기와 우기. 알다시피 열대지방의 우기에는 매일 한 차례씩 스콜이 내린다. 스콜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매점에서 여름만 되면 얼려서 파는 복숭아맛 음료수가 떠올라, 시원하다! 라고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실제의 스콜은 그것 만큼 시원한 느낌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후련한 느낌에 가까운. 스콜이 내리기 직전의 공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무겁다. 온 대지에 수분이 가득 차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과 짜증과 피곤이 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