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란다

<자유의 언덕>, 홍상수 (2014)

By  | 2015년 2월 7일 | 
<자유의 언덕>, 홍상수 (2014)
2014년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부끄럽게도 해마다 모든 신작을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단연코 내게 최고였던 <자유의 언덕>. 드물게 철마다 서대문과 종로 어딘가의 멀티플렉스를 찾는 이유가 있다면, 나를 압도하는 화면과 사운드로 봐야만 하는 말하자면 그런 종류의 예의를 표해야만 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나는 친구에게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했고 그 말을 한 이후의 만남, 바로 그 직전에 친구는 교내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왔었다. 저녁을 먹기 시작하려는데 엉뚱하고 진지하고 귀여운 내 친구는 주저주저하면서, 혹시 네 얘기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진지하게, 니가 감독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냐고...? 음. 그건 불가능하다. 나 같은 말그대로

20161120. <토니 타키타니>

By  | 2016년 11월 20일 | 
20161120.  <토니 타키타니>
<토니 타키타니> 이치카와 준 감독,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2005) 토니 타키타니. "고독은 감옥과도 같다." 아름다운 저채도의 화면, 이따금 화면 속 인물의 독백으로 연결되는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내레이션,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인상적이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듯 오른쪽으로 서서히 팬 되는 화면도 좋았다. 관객으로서 드라마를 정말 순종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5초뒤를 예상하려 들기보다 그때그때의 대사에 충격을 받듯 감상하도록 만들었다. 잘 모르지만 '미니멀'한 구성과 '건축적'인 화면이 이런걸까.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아내. 그녀가 내는 또각또각 구두소리, 클로즈업된 발. "정말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거야?" - "어떻게든 이겨내볼게" 라

<동주> (신연식 각본, 이준익 감독) (2015)

By  | 2016년 2월 18일 | 
<동주> (신연식 각본, 이준익 감독) (2015)
송몽규는 '난놈' 이었다. 꽁트로 단번에 신춘문예상을 받았고, 우선 꽁트를 제출할 호기가 있었다. 시보다 세상이었다. 피가 끓는 혁명가. 확신과 행동을 사랑했다. 윤동주는 '된놈' 이었다. 가장 조심스럽고 서정적인 시어로 시를 썼고, 신춘문예상을 꿈꾸긴 해도 '내가 감히' 물러섰다. 세상보다 시였다. 부끄러움을 가장 무서워했다. 장면 1. 너무나 그림 같던. 수감번호 478 윤동주 - 이여진과 윤동주 교차, '별 헤는 밤' 낭송. 장면 2. 감옥에서의 마지막 심문 전 윤동주 - 송몽규 교차, 왜 어떤 이는 서명을 하지 않고, 어떤 이는 서명을 하는지. 덧붙여, 어떤 칼럼니스트의 글.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가끔 내가 떠올렸던 것과 유사한 말들을 옮겨본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흐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