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바라보는 노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슬몃 손이 닿는, 찰나의 찌릿한 감성의 소통. 임권택 하면 그간 내 머릿속 이미지는 선구자격인 인물에게 부여되는 예의상의 추앙이랄까, 거장이란 항간의 설레발은 그저 나이든 배우들 티비에 나오면 너나 없이 선생님 호칭 붙여주듯 그런 쯤의 경로우대일 거라 생각했다. 사실 그의 영화도 제대로 본 게 없으면서도 말이다. 씨받이랑 장군의 아들 정도? 서편제도 못봤으니. 어릴 때 못먹던 음식이 나이 들어 입에 맞듯 취향이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보는 그 순간 시기적절한 감흥이 우러나 부합된 것인지 아무튼 아주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단숨에 영화에 빠져들었다. 집에선 죽어가는 아내의 병수발을 묵묵히 드는 자상한 남편.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