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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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하탄의 센트럴파크 내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1870년에 민간 주도로 처음 설립되어서, 현재 미국 최대인 동시에 흔히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지난 연말의 뉴욕여행 이후 2개월만에 당일로 딸을 만나러 올라가서 여기를 가보기로 했는데, 하루 동안 왕복 운전에 소요된 9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과연 그 넓은 미술관을 얼마나 둘러볼 수 있었을까?
시간이 빠듯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먼저 코리아타운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하철 그린라인 33 St 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사거리 서쪽에는 까마득한 옛날에 올라가봤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북쪽으로는 재작년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갔던 원밴더빌트 빌딩이 좌우로 반짝이며 높이 솟아있다.
우리가 로스앤젤레스에 살 때 자주 갔던 아가씨곱창이 맨하탄 지점을 2월에 오픈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벽과 메뉴판에 만화가 그려진 코믹한 선술집 분위기였던 LA 한인타운과는 달리, 보라와 핑크색의 꽃들이 만발한 '아가씨스러운' 분위기라서 처음에 약간 당황했었다. 그리고 고기도 미식가 뉴요커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정말 살짝만 구워서는 다 됐으니 먹으라고 하더라는...^^
다시 그린라인을 타고 86 St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보통 줄여서 '더멧(THE MET)'이라 부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중앙의 The Great Hall 왼편에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보인다. 1880년부터 여기에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해서 현재 약 20개의 건물이 남북과 서쪽으로 확장 연결이 되었는데, 방금 들어온 정문이 있는 5번가(5th Ave)에 면한 건물의 전체 길이가 약 400 m에 이르며, 전시면적은 무려 19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약 26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대기줄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중앙 안내데스크의 꽃장식 너머로 고대 이집트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 2011년 미동부 여행을 마치며 이 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에는 저쪽 Egyptian Art 구역과 덴두르 신전(The Temple of Dendur) 등을 주로 구경했었지만, 이 번에는 거기 근처에 갈 시간이 전혀 없었다.
10개의 창구가 있는 매표소 모습으로, 그 10여년 전에는 권장가격 20불이지만 전세계 누구나 1달러 이상만 돈을 내고 입장이 가능했었다면, 지금은 뉴욕주민 이외에는 성인 입장료 30불을 반드시 내야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또 뉴욕주민과 이웃 코네티컷, 뉴저지 학생들은 얼마 전까지는 원하는 만큼만 기부금을 내도 되었지만, 지금은 뉴욕주민이라도 반드시 7불 이상은 내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 3명은... 딸의 직장이 회원사라서 받을 수 있는 무료 티켓 2장과 뉴욕시민 7달러 1장으로 모두 입장할 수 있었다~ㅎㅎ
어쩌다 보니 2층 Asian Art 구역의 한국관을 제일 먼저 들렀는데, 모녀는 지금 팸플릿의 지도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여기는 약 400점의 한국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보스턴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규모라 한다.
그레이트홀이 내려다 보이는 2층 발코니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로 기운을 차린 후에 본격적으로 미술관 구경을 시작했다.
아시아 전시관에는 이렇게 중국풍 정원을 수석과 함께 꾸며놓은 곳도 있다. 사진 한 가운데를 보면 무협지에 나올 듯한 선녀 복장을 한 여성분도 있는데, 여기를 배경으로 무슨 스냅사진 촬영을 하는 듯 했다.
음악 관련 그림들과 함께 실제 악기도 수집해놓은 Musical Instruments 전시실을 찾아왔다. 미술관이 공식적인 명칭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악기는 물론 실제 건물의 일부와 각종 공예품, 그리고 미이라 등도 전시가 되어 있어서, 사실상 '인간이 만들고 창조한 것들'을 전시하는 종합 박물관에 가까운 곳이다.
여기서 아래쪽으로 1층의 Arms and Armor 전시실이 내려다 보여서, 유럽의 분위기가 좀 느껴진다 했는데...
각종 기타를 전시해놓은 것을 보니, 7년전에 플라멩고와 기타의 역사를 찾아서 떠났던 스페인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따님 덕분에 가족이 유럽여행도 하고, 이 비싼 박물관도 공짜로 구경하고...^^
그 옆에 The American Wing의 햇살이 드는 넓은 광장을 보니, 저 아래를 2011년에 거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맞은편 건물로 들어가면 미국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지만, 그 때도 이번에도 전혀 들어가볼 시간이 없었으니 또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한다.
광장의 중앙에 세워진 황금색 활을 쏘는 다이애나(Diana) 동상은, 뉴햄프셔 주의 집과 작업실이 미국의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각가인 Augustus Saint-Gaudens의 작품으로 예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봤던 것의 절반 크기이다. 이후로는 2층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1300-1800 European Paintings 전시실과 통로에 만들어진 Photographs 전시실을 지나서,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보러갔다.
바로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 작품으로 19세기 유럽회화 및 조각 전시실에 있다. 그런데, 여기는 지나왔던 곳과는 달리 전시 위치가 자주 바뀌는지, 작품설명을 별도의 판으로 만들어서 가져다 놓은 것이 특이했다.
옆으로는 유리박스 안에 놓여진 '밀짚 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Straw Hat)'과 벽에 걸린 또 다른 그의 많은 작품들... 자화상 뒷면에도 다른 그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다 얼마야? 작품 옆에 가격을 적어 달란 말이다!"
그 정도로 윗층 구경은 마치고 아래 1층으로 내려와 European Sculpture and Decorative Arts 중앙 통로에서 부녀사진 한 장 찍었다. 여기 중앙에 관람지도에도 그려져 있는 유명한 동상이 또 있는데,
1806년작 '메두사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Perseus with the Head of Medusa)' 대리석 조각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퍼시잭슨> 시리즈의 앞부분에 주인공이 학교에서 단체로 미술관 견학을 와서 올려다보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리고는 보호유리 상자에 스테인드글래스가 다중 반사되어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던 어두운 유럽 공예품 전시장을 지나서,
1층 가장 안쪽에 있는 Robert Lehman Collection을 구경했는데, 여기는 방문객들이 거의 없어서 아주 한산했다. 이 외진 전시실까지 물어가며 찾아온 이유는 아내가 좋아하는 르느와르의 이 그림이 '리만브라더스' 컬렉션에 포함되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전시중이 아니라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것을 뒤늦게 직원이 알려줬다.
우리 부부는 정확히 13년만에 다시 방문한 '더멧'을 이렇게 2시간여만 둘러보고는, 유럽 어디 수도원의 철문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을 지나서 출구로 향했다. 제목에서 한 질문을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에게 물어봐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한 번 추측해 보시라고 아래에 팸플릿에 그려진 전체 평면도를 그대로 보여드린다.
3자리 숫자가 적힌 모든 방들의 4면의 벽을 따라서 0.5m 떨어져서 걷는다면, 그 합계가 몇 km나 되는지가 궁금한 것인데... 참고로 이 날 우리는 위에 대강 소개한 경로로 2시간반 동안에 건물 안에서만 약 5km를 걸었던 것으로 나왔었다.
정문을 나와서 뒤돌아 보니 파란 하늘의 구름이 참 멋있어서, 마지막 사진을 포스팅의 대표사진으로 쓰기로 했다. 지친 발걸음으로 다시 지하철로 딸의 아파트에 돌아간 후, 한국의 부모님께 함께 화상전화를 드리고 출발해서 밤 늦게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상으로 작년 가을부터 구겐하임(Guggenheim), 휘트니(Whitney), 모마(MoMA) 그리고 여기까지 차례로 이어진 뉴욕 미술관 공짜 순례를 끝냈고, 이 다음의 뉴욕 여행기는 어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여름이 되어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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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 뒷면에 침을 발라 붙인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통에 넣어본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위기주부 세대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취미가 '우표수집'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정성스레 모았던 많은 우표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누군가의 손을 거치며 사랑을 받았던 오래된 한국의 우표 몇 장도, 여기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국립 우편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에 소중히 전시가 되어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뒤로 제일 앞의 신호대기 차량의 위쪽을 확대해 보시면 U.S. POST OFFICE라 써진 입구가 보인다. 지금은 저 작은 옆문 안쪽에만 우체국이 남아있지만, 저 웅장한 건물이 완공된 1914년부터 1986년까지는 전체 건물이 수도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우편물을 처리했던 체신청(Postal Service) 본부였다. 저리로 건너가기 전에 여기 대각선 위치에 있는 기념물 하나만 간단히 먼저 소개한다.
홀로도모르(Holodomor)는 1932년 겨울에 스탈린 치하 소련연방의 우크라이나 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기근을 말한다. 농업생산에 대한 사회주의 집단화 정책의 실패와 중앙정부의 곡물 수탈 때문에 이듬해까지 약 300만명이 굶어 죽었고, 유산 및 영양결핍에 따른 출산감소까지 고려하면 1,000만명 이상의 인구감소를 초래했단다. 서방에서는 이를 고의적인 '기아를 통한 대량학살(Famine-genocide)'로 보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역사적인 시발점도 바로 이 사건이라 볼 수 있단다.
도로를 건너와 보자르(Beaux-Arts) 양식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건물의 서쪽 입구 위쪽을 올려다 보면, 처음부터 우체국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서 아래와 같은 멋진 글귀가 새겨져 있다.
Messenger of Sympathy and Love
Servant of Parted Friends
Consoler of the Lonely
Bond of the Scattered Family
Enlarger of the Common Life
출입문으로 사용되는 동쪽 입구까지 걸어왔는데, 오랫동안 우편집중국으로 사용되며 개조되었던 건물을 1990년부터 본래 모습으로 복원한 후에, 체신청과 스미소니언 재단의 협력으로 1993년에 내셔널 포스탈 뮤지엄(National Postal Museum)으로 개관을 한 것이란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이지만 내셔널몰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썰렁할 줄 알았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제법 길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특히, DC의 박물관 입장시에 소지품을 따로 엑스레이 검색대로 모두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제일 먼저 둘러본 전시실은 William H. Gross Stamp Gallery로 보험펀드 투자가 빌 그로스(Bill Gross)가 800만불을 기증해서 2009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의 우표수집 전시관이란다.
우표라는게 크지가 않아서 실물보다는 확대한 프린트나 계속 바뀌는 화면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처음 여기서 들었지만, 작은 실물들도 나중에 원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 사진 오른편에 FIRST U.S. STAMPS라 된 곳을 자세히 보면,
미국은 독립하고 한참 지난 1847년에야 독자적인 우표 2종을 최초로 발행하는데, 5센트 모델이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인 이유는 그가 바로 미국의 초대 우정장관(Postmaster General)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표수집광이었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을 넣은 유럽 모나코에서 1947년에 발행한 우표의 확대사진이 그 위에 보이는데, 돋보기로 우표를 검사하는 FDR의 왼손 손가락이 6개로 잘못 그려진 것으로 유명하다.
별도로 만들어진 암실에 '보석(gem)'들 같은 우표가 전시되어 있는데,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가 약 1,000만불에 거래되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라는 기록을 가진 1856 British Guiana 1c magenta가 전시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우표 수집과 연구를 뜻하는 '필래터리(Philately)'라는 영단어를 위기주부가 처음 알게된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왼편에 확대 프린트가 보이는...
전세계에 정확히 100개가 남아있다는 1918년의 '뒤집어진 제니(Inverted Jenny)' 우표로, 작년 2023년에 1개가 약 200만불에 거래가 되어서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다. 우표의 색이 바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운데 전시창 내부의 조명이 잠시만 약하게 들어왔다 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직접 사진을 찍는게 쉽지 않았던 실물 사진을 보여드리면,
4장이 붙어있는 상태인 빌 그로스의 수집품이 대여 전시되고 있는데, 이 우표가 희귀한 이유는 가운데 비행기가 뒤집어져 인쇄되었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인쇄를 하면서 파란색 도판을 처음에 거꾸로 넣는 바람에 100장 전지 하나가 이렇게 나왔는데, 폐기하면 실수가 드러나 혼날까봐 두려웠던 작업자가, 도판 방향을 수정해 정상적으로 인쇄한 나머지 제품들과 함께 우체국 판매용으로 보내버린 것이란다. 그것을 또 우표수집가인 William T. Robey가 운좋게 바로 발견해서, 우체국에서 전지를 정가인 24불에 구입한 후에 딜러에게 통째로 15,000불에 팔았고, 그 후 다른 딜러에게 다시 넘어가서 이렇게 몇 장 묶음이나 낱개로 쪼개져서 여러 사람에게 팔리기 시작했단다.
전세계의 우표를 모아놓은 전시실 입구에는 '북인천우체국' 우체통이 떡하니 전시되어 있다. 미국은 현재 짙은 파란색이지만, 다른 나라의 우체통들은 대부분 빨강이나 짙은 노랑의 원색인 모양이다.
벽에서 뽑아낸 전시판(?)의 건너편 벽에 세계지도가 붙어있고, 대륙별 색깔로 구분되어 새겨진 번호를 찾아서 각 나라의 대표적인 우표 실물을 직접 찾아볼 수 있었다. 대만, 일본, 스리랑카와 같은 면에 소개가 되어 있는 한국의 우표 3장을 확대해서 보여드리면...
1900년 대한제국 2원 우표, 1946년 미군정 당시 발행된 50전 한글오백주년기념우표, 그리고 1976년 세계관광의날 기념우표 20원짜리인데, 마지막 우표의 일련번호가 'Korea 1047'인 것을 보면, 한국의 우표만 1천장 이상을 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소유한 보석들을 모아놓은 National Gem Collection이 국립 자연사박물관에 있다면, 여기에는 National Stamp Collection이 별도의 전시실에 시대순으로 분류되어서 앞서와 같은 형태로 벽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우표수집가들을 소개하는 곳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진이 또 붙어 있는데, 그는 당대 최고의 '우표 덕후'였던 자신의 친구를 체신부 장관에 임명해서 우표의 도안까지 직접 관여할 정도였다고...^^ 그 외에 알만한 사람으로는 엘리자베스 여왕, 프란치스코 교황, 찰리 채플린 등의 사진이 보이며, 이 방에 존 레논의 어릴 적 우표수집책도 전시되어 있다.
그렇게 2층의 전시실들을 둘러보고 나오니 복도에는 토요일을 맞아서 어린이들을 위한 무슨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아주 시끌벅적했다. 직전에 들렀던 건축박물관(Building Museum)도 그랬는데, 토요일에 DC의 여러 박물관들의 무료 체험행사같은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라, 아래쪽 1층에는 우편업무(Postal Service)에 대한 전시장들이 훨씬 넓은 공간에 만들어져 있다. 내려가기 전에 여기 옆으로 반짝이는 안내판과 강아지의 동상이 있어서 먼저 보여드리면,
국립 우편박물관 설립에 관여했던 USPS와 스미소니언 재단의 높으신 분들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는 뉴욕 올버니(Albany) 우체국 직원이 키우던 개로 1888~1897년 사이에 우편열차를 타고 미대륙 48개주 14만마일 및 국제우편물과 함께 세계일주도 해서, 미국우정청의 공식 마스코트가 된 '오우니(Owney)'라는 개이다.
아랫층으로 내려오니 옛날 비행기 3대가 매달려 있는 넓은 홀을 빙 돌아가며 커다란 전시장들이 또 만들어져 있어서... 도저히 모두 구경할 시간은 없었으므로, 여기는 다음에 아내와 같이 다시 와서 둘러보기로 하고, 바로 유턴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박물관을 나가서, 동쪽으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오는 기차역을 찾아 워싱턴DC '지하철 하이킹'을 계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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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의 워싱턴DC '지하철 하이킹' 다섯번째 이야기는 어느 도시에나 있는 기차역과 그 앞의 광장, 그리고 한국분들이라면 특히 관심 없어할 기념물 두 곳을 묶어서 소개한다. 이어질 마지막 한 편이 더 남았으니까, 그 날 4시간 하이킹을 해서 총 6개의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는 셈이라, 위기주부 블로그 역사상 가장 '시성비(時性比)'가 좋은 날이었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소개한 장소들이 블로그 방문객들에게는 무의미해서, 댓글도 거의 달리지 않는 쓰잘데 없는 글들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전편에 소개한 우편박물관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같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다른 거대한 건물의 멋진 회랑이 나오는데, 지하철역 지상출구와 연결된 옆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봤다.
그 곳은 옛날에는 미국 수도의 대표적 관문이었던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으로, 1908년에 최초로 지어진 후에 1980년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거의 재건축이 되었다고 한다.
정문과 연결된 메인로비의 웅장한 모습인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리면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최대의 흑역사가 여기서 벌어졌다. 1970년대 철도여객이 급감해서 역사가 썰렁해지자, NPS 주도로 여기에 DC의 역사를 보여주는 175석의 극장 및 당시 최첨단의 코닥 슬라이드 기계 100대를 이어붙여서 관광지들을 보여주는 내셔널 비지터센터(National Visitor Center)를 만들어 독립 200주년인 1976년에 맞춰 오픈했다. 하지만 이용객이 없어서 불과 2년만에 문을 닫았는데, 설치와 운영에 당시로 1억불(현재로 약 5억불)의 돈을 날렸단다.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이 사진과 같이 로비를 지하로 파내고, 그 벽면에 조각조각 나눠진 화면들로 의사당의 모습 등을 크게 슬라이드쇼로 틀어놓고 사람들이 힘들게 계단을 내려가 걸어서 구경하도록 했는데, 이게 100% 실패할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는 그냥 기차역 정문 밖으로 나가면...
의사당 지붕이 실물로 눈에 보이는데, 바쁜 관광객들이 누가 쪼개진 화면을 보려했겠느냔 말이다! ㅎㅎ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고 사람들을 내려주는 플랫폼을 지나서 역앞 광장의 가운데로 가보자~
컬럼버스서클(Columbus Circle)로 불리는 유니언역 광장에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리버티벨(Liberty Bell)의 커다란 복제품과 함께,
1912년에 만들어진 대리석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기념분수(Christopher Columbus Memorial Fountaiin)가 있지만,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서 물이 나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사선의 루이지애나 애비뉴(Louisiana Ave)를 따라 남서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다음 목적지가 나온다.
정식 이름이 Japanese American Memorial to Patriotism During World War II로 아주 긴 기념물이 삼각형 모양의 부지에 만들어져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일본의 진주만 폭격 후에 미본토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10곳의 강제수용소 이름이 원형의 벽에 새겨져 있는데, 2012년에 아래 여행기를 올렸던 만자나(Manzanar)와 2021년에 차로 정문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갔던 튤레이크(Tule Lake) 이름이 낮익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중의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의 역사에 대해서는 위를 클릭해서 보시면 사진과 함께 잘 설명이 되어있다.
멀리서 봤을 때 연말에 설치했던 전구를 밝히는 전선을 아직 치우지 않은 것으로 잠깐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두 마리의 학을 감고있는 것은 바로 철조망이었다. 약 12만명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직업과 재산을 포기하고 외진 수용소로 향해야 했고, 강제징집된 일본계 청년들은 유럽전선에서는 전투부대에, 태평양전선에서는 통역과 도청 등의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1988년에야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미정부의 반헌법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공식사과 후 1인당 2만불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1990년에 여기 기념물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본식 선정원(Zen Garden)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곳도 있는데, 물이 얕게 고이는 풀(pool)이지만 겨울이라 물을 잠궈놓았다. 여기서 남쪽으로 교차로를 건너면 키 큰 나무들이 심어진 작은 숲이 나오는데, 그 속에 본편에서 소개하는 마지막 기념물이 높이 세워져 있다.
작년에 알링턴에 있는 네덜란드 카리용(Netherlands Carillon)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지도에 태프트 메모리얼 카리용(Taft Memorial Carillon)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인들에게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제27대 윌리엄 태프트(William Taft) 대통령을 기념하는 종탑이라고 생각하며, 정면으로 돌아가서 계단을 올라가 반대쪽 동상을 바라봤는데...
콧수염에 뚱뚱한 태프트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그의 장남인 로버트 A. 태프트(Robert Alphonso Taft) 상원의원으로 1952년 아이젠하워와 맞붙은 공화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겼다면 최초의 '부자(父子)' 대통령 타이틀을 챙길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다.
경쟁상대였던 아이젠하워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후에 3선으로 상원 집권당 원내대표에 선임되어 "Mr. Republian"으로 불리며 차기를 노렸지만, 1953년 63세의 나이에 암으로 재임중 급사하는 바람에 입법을 거쳐 1959년에 의사당 북쪽에 이 특이한 상원의원 기념물이 만들어진 것이란다. "그런데 왜 하필 종탑(carillon)으로 만들었을까?"
이제 '헌법대로' Constitution Ave를 따라서 야트막한 의사당 언덕(Capitol Hill)을 오르는 하이킹의 가장 힘든(?) 구간이 나왔다. 이 길을 따라가면 지하철 하이킹 계획의 시발점이 되었던 2016년에 지정되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이 하나 나오는데, 미국 대법원과 함께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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