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서랍

오키오키 오키나와: 충동과 후회

By  | 2017년 5월 1일 | 
오키오키 오키나와: 충동과 후회
1 도착한 호텔에 욕조가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 중 가장 기분 좋은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면세점에서 입욕제 하나를 샀을 텐데. 아무렴어떠랴, 나는 뜨거운 물을 받으며 입욕제 대신 바디샤워를 몇 펌프 풀어 넣었다. 뿌옇게 변한 물에서 장미향이 났다. 좋아하지 않는 향임에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 상태로 20분 간 전신/반신욕을 하면서 김화영의 산문집을 몇 장 읽었다. 손에 잡고 있으면 그냥 다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욕조의물이 덜 뜨거웠다면 온몸이 물에 퉁퉁 불을 때까지 읽었을 것이다. 이곳은 오키나와 나하시 현청역 근처의비즈니스 호텔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한국에 없다. 2 어제의 음주와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은 모두 충동적이다. 보지 않기로했던 친구를 만나기로 한

오키오키 오키나와: 무계획이 가져다 주는 것들

By  | 2017년 5월 2일 | 
오키오키 오키나와: 무계획이 가져다 주는 것들
1 오늘 오키나와에는 비가 내렸다. 한국에서 맞던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는 소나기였다. 찝찝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비를 우산 없이 온몸으로 맞았다. 우산을 아예 챙기지 않고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이 나를 묘한 눈길로 훑고 지나갔다. 백인이 즐비하던 국가에서 겪던 시선보다는 편안했다. 모노레일 밑 하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마주친 아주머니가 나의 꼴을 걱정하는 것이 분명한 시선을 던졌다. 그것을 끝으로, 나의 앞길에는 아무도 없어졌다. 절반의 이방인이 된 느낌이 무척 좋았다. 2 호텔의 조식은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계란 스크램블이 정말 부드럽고 맛이 좋았는데, 배탈이 두어 번 더 나도 좋으니 많이 퍼 담아 올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