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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고향이었으면 싶은 도시

By  | 2013년 5월 22일 | 
[전주] 고향이었으면 싶은 도시
전주는 진짜 좋은 동네다. 친구가 전주 교대를 다녀서 학교 구경을 했다. 학교는 시설도 좋고 예뻤다. 친구는 기타동아리를 하고 있었고 동방을 구경했는데 딱 내가 상상하던 그런 동방이었다. 기타가 잔뜩 놓여있고 무너진 쇼파가 어울리지 않게 쑤셔박히듯 자리하고 있고 책상에 어지럽게 널려진 낙서장과 악보들까지 완벽했다. 창문이나 먼지까지도. 강의실이며 체육관도 구경을 했는데 음악관에 갔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서늘하고 조용한 음악관은 긴 복도에 작은 방들이 수 없이 나있고 방마다 피아노 한 대가 놓여진 구조였는데 복도에 들어서자 마저 저 끝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면서 자세히 들어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언제나 몇 번이라도>였다. mp3에 넣어놓고 듣는 곡

[비포미드나잇] 입씨름

By  | 2013년 6월 13일 | 
[비포미드나잇] 입씨름
나는 사실 주거니 받거니 입씨름하는 영화 싫어한다. 현실에서는 절대 바로 생각해낼 수 없는 (그래서 싸우고 한 시간 뒤에 천장보고 누워서 '아 그때 이렇게 말할 걸! 그랬으면 완전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건데!'하고 발 구르며 스스로가 한심해보이는 후회하게 만드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반박을 순식간에 늘어놓는다는 게 싫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보기만 해도 골치 아프니까. <비포 미드나잇>의 입씨름은 좀 현실적인 편이라서 진짜 뜬금없이 이야기가 튀고 어이없이 전개되는 진짜 부부의 말싸움 양상을 보이지만 그래서 더 골치가 아픈 면이 있다. 현실에서도 나는 '인터넷 댓글' 식의 입씨름투를 진짜진짜 싫어한다. 냉소적이고 비꼬는 거. 전에 '냉소적인 사람은 모든 일의 가격은 알아도 가치는 모르는 사람이

[사이비]영화평이라기보단 그냥 종교에 관한 내 생각

By  | 2013년 12월 8일 | 
신화와 종교 과제 레포트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아는 언니가 '이번에 사이비란 영화 상영하는데 감독이랑 허지웅이 씨네 토크 한대!'라고 알려주어서 같이 보러 갔다. 허지웅씨는 이글루를 구독해놓고 종종 읽기도 했고 인터뷰가 실린 잡지도 사고 하면서 왠지 혼자 친근한 사람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람의 트위터나 방송보다는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나 영화에 관한 글을 더 좋아한다. (물론 그거나 이거나 같은 허지웅이란 사람인데 내가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감독이랑 허지웅이 친해보여서 씨네토크가 재미있게 진행되었고 관객들의 질문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궁금했던 점들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영화 자체도 좋았는데, 만약 신화와 종교란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영화를 봤다면 매우 혼란스러

[전주] 여행은 현지인과, 포스 넘치는 맛집에서

By  | 2013년 5월 18일 | 
[전주] 여행은 현지인과, 포스 넘치는 맛집에서
라오스 이후로 가장 좋았던 전주다. 둘다 어떤 느낌이냐면, 한달 정도 거기서 살고 싶다. 서울에 오고 나서도 계속 그립고. 밤거리를 걷다가 "여기 좀 이국적이다." 하니까 친구가 "...여기가 가장 한국적인 곳이야." 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라는 말이 아이러니할 만큼 이국적인 느낌. 나에게는 라오스를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인상적이었던 것부터 쓰려고 한다. 역시 여행은 현지인이랑 다니는 게 최고. 전주 교대를 다니는 친구를 찾아 간 거였는데 JIFF 해단식이 있어 친구가 좀 늦게 합류했다. 친구가 합류하고 난 뒤부터 여행이 진짜 맛있었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맛있음'. 그리고 또 하나는 전주의 느낌. 전주는 진짜 좋은 동네다. 살아보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여행하기에는

맘에 드는 소희 화보와 인터뷰

By  | 2013년 9월 21일 | 
맘에 드는 소희 화보와 인터뷰
나는 여자 아이돌 가수들 중에 소희가 제일 좋다. 무대에서는 발랄하고 깜찍하고 섹시하게 표현하지만 내려오면 늘 뚱하고 멍한데, 그게 자기 일은 제대로 하면서도 자기를 다르게 꾸미지는 않는 거 같아 좋다. 그러기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런데 소희의 인터뷰들을 보고 나서는 더 좋아졌다. 소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명확하고, 그런 취향들로 (옷이나 향초, 인테리어, 음악, 사진 등 여러 분야) 자기 주변을 죄다 꾸미는 걸 보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인 것 같다. 실제로 아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인터뷰나 화보만은 좋다. 특히 Dazed와 함께 한 화보 촬영에서 한 인터뷰.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답변들을 옮긴다. 화보를 많이 찍었는데도 여전히 긴장이 돼요? 잘 나올까에 대한 걱정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