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I-28

경주의 돌탑들.

By  | 2012년 10월 5일 | 
경주의 돌탑들.
불국사 절 뒤에는 이렇게 많은 돌들이 쌓여있다. 보는데 숨이 턱 막힌건, 한 사람 한사람이 올렸을 소원들이 보여서이다. 단순 장난 일수도 있겠지만, 돌 하나에 원하는 일 한가지씩을 떠올렸을 텐데, 저 곳에 다 떠있는 기분이었다. 오랜세월 사람들의 소원이 쌓여 저 곳을 지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선뜻 어느 돌 하나 잡지 못하고, 어디에 올릴 생각도 못하고 쌓인 돌탑만 바라보았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얼마나 이루고 살까. 아니,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뭘까. 하루가 행복하면 된다고 믿는건 아직도 내가 어리기 때문일까. 현실을 즉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삶에 대한 큰 미련이 없는 나는, 사실 내일 죽은다 해도 큰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불국사 절들을 돌면서 돌담이 좋아 절

낯선 곳

By  | 2012년 9월 4일 | 
도시는 어둠을 먹고 있다. 이리저리 찢거진 감정들을 겨우 모아 여기까지 왔다. 졸고 있는 거리를 깨우며 난 그 길을 걸었다. 낯선 여자의 움직임은 그 곳에 원래부터 자리하고 있던 것들을 꿈틀거리게 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춤췄다. 거리의 낙서들이 어지러웠다. 그의 선율이 하늘을 돌았으며 땅에 내려앉고 강을 휘돌았다. 따뜻한 것을 목으로 넘기고 싶었다. 난 신발을 벗었다. 차가움이 내 발바닥을 타고 기어올라왔다. 이제 아무도 나를 모른다.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난 나를 둘러싸고 있던 막을 하나씩 벗겨냈다. 한글로 모르는 그에게 기형도 시를 읊어주었다. '나는 사방에서 자꾸만 태어났습니다.' 난 길과 길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간을 건너와 다시 태어났다. 음악에서 다시 태어났다. 스마트폰을 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