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본부를 끼고있는 터키런(Turkey Run) 공원의 포토맥헤리티지 트레일과 조지워싱턴 기념 공원도로
옛날 살았던 남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겨울은 가까운 언덕을 하이킹 하기에 딱 좋은 기온에다가, 마음먹고 1시간 거리의 높은 뒷산에 가면 의외로 겨우내내 눈구경도 할 수 있었던게 떠오른다~ 그에 비하면 지금 여기 북부 버지니아의 겨울은... 주변 강가는 쓸데없이 춥기만 하고, 제대로 눈 덮인 산을 걸으려면 내륙쪽으로 2시간 정도는 운전해서 가야한다. 그래서 12월이 하이킹을 하기에 썩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제대로 운동을 한지도 오래되었고 잡다한 생각들도 정리할 겸해서 집을 나섰다.
한국분들에게는 '버지니아 학군 좋은 곳'으로 유명한 페어팩스 카운티의 매클레인(Mclean)을 올해 7월 하이킹 포스팅에서 잠깐 소개했었는데, 여기 포토맥 강변의 터키런 공원(Turkey Run Park)도 그 지역에 속한다. 주차장에서 바로 강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공원의 이름인 '칠면조 개울'을 먼저 찾아가는 루프 트레일로 방향을 잡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가이아GPS에 기록된 하늘색 선이 하이킹 코스로, 제일 왼쪽 TH에 주차하고 시계방향으로 약 1시간에 4.5km를 걸었다. 그런데 경로를 지도 위쪽에 작게 나오도록 한 이유는, 아래쪽에 넓은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짙은 회색의 큰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진출입을 위한 전용 인터체인지까지 만들어져 있는 그 곳은 바로... 이 동네의 이름인 '랭글리(Langley)'로 통하기도 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본부이다.
CIA가 등장하는 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명작이라 평가 받는 맷 데이먼(Matt Damon)의 <제이슨 본> 시리즈 영화에 나오는 실제 CIA 본부의 모습으로 완전히 숲속에 고립된 요새처럼 보인다. 앞서 링크한 구글 지도의 위성사진이나 남북 출입구의 스트리트뷰 정도에 만족해야지, 당신이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Tom Cruise)가 아니라면, 작전 중 사망한 비밀요원을 기리는 무명의 별들이 붙어있는 Memorial Wall이나 암호로 된 조각인 Kryptos 등을 직접 방문해서 보는 것은 불가하므로 꿈 깨시기를...^^
다시 재미없는 하이킹 이야기로 돌아와서, 위의 지도에 GWMP라 표시되어 있는 굵은 주황색의 조지워싱턴 기념도로(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가 고가로 지나가는 칠면조 개울(Turkey Run)까지 걸어왔다.
개울을 건너다 이 날 하이킹 중에 유일하게 마주친 분들로, 위기주부가 출발한 공원 주차장이 아니라 계속해서 남쪽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혹시 인적이 드문 숲을 가로질러 CIA 본부에 침투하려는 스파이...? ㅎㅎ"
하류쪽으로 조금 내려와서 사진 왼편의 나무 계단과 징검다리로 다시 개울을 건너야 강가로 연결된다. 참고로 표지판에 씌여진 서쪽 1마일 거리에 있다는 American Legion Bridge는 캐피탈 벨트웨이 495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왕복 10차선의 콘크리트 교량을 말한다.
포토맥 강(Potomac River)이 DC로 흘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강폭이 넓어지는 구간이지만, 바위가 많고 물살이 세기 때문에 옛날 뱃길은 강건너 메릴랜드 주에 따로 운하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를 클릭해서 방문기를 보실 수 있다.
처음 주차장에서 여기 강가로 바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해서, 이렇게 긴 나무 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위기주부는 이리로 주차장에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과 나란한 포토맥 헤리티지 트레일(Potomac Heritage Trail)을 걷기로 했는데, 문제는 구글맵에 강을 따라가는 트레일은 없다고 되어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LA에서 구글맵에는 표시가 없고, 가이아GPS에만 있는 트레일로 갔다가 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처음에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이렇게 하늘색 직사각형의 PHT 표식과 함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이 좁고 강물과 가까운데다, 낙엽까지 수북히 쌓여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고, 가끔 나무 뿌리와 바위로 길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곳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조심해서 강을 따라 25분 정도 걸으니까 앞쪽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몇일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폭포라 불러도 될만한 급류를 또 건너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따로 이름은 없는 개울인 듯 하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높은 정사각형 기둥 구조물이 나와서 좀 의아했는데, 홍수때 포토맥 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River Flood Gauge란다. 계속 저 PHT를 따라 7마일을 더 걸으면 얼마전에 소개한 루즈벨트 섬(Theodore Roosevelt Island)이 나오지만, 종주가 목적이 아니므로 이제 언덕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 다시 그 이름없는 개울을 건너야 했는데, 의외로 얕은 이 곳이 신발을 안 적시고 건너기에 가장 힘들었다. 이렇게 전체 트레일이 4번이나 개울을 건너고 강물과도 딱 붙어있어서, 비가 많이 온 직후에 물이 불어났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터키런파크에서 마운트버넌(Mount Vernon)까지 약 40km의 국가공원도로가 조지워싱턴 메모리얼파크웨이(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인데, 주변으로 산재한 약 30곳의 공원과 기념물들을 도로교통과 함께 관리하는 국립공원청의 그룹 본부가 이 곳에 위치해 있다.
공식적으로는 비지터센터가 아니고 공무원들이 일을 하는 건물이기는 하지만, 입구에 많은 브로셔와 함께 이렇게 Passport Stamp를 찍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되어 있는데, 가운데 작은 박스 위에 놓여진 스탬프가 6개나 된다! 공원도로 자체를 포함해 총 6곳의 NPS Official Unit을 여기서 관리하기 때문에, 한번에 도장 6개를 찍을 수 있는 '일타육피(一打六皮)'의 명당이다~^^ 위기주부는 이 그룹의 오피셜 유닛 6개 중에서 중요한 1개를 아직 못 가봤는데, 미국 전체 428개 중에는 몇 개를 방문했는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그렇게 1시간여의 하이킹을 마치고 넓은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여기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보다 워싱턴DC를 가는게 더 가까웠다. 그래서, 이왕 나온 김에 DC 남쪽의 외딴 곳에 있어서 아내와는 절대 함께 갈 일이 없을 듯한 '별볼일 없는' 국립사적지를 목적지에 입력하고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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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타운과 요크타운 등 미국 식민지시대의 시작과 끝이 모여있는 콜로니얼(Colonial) 국립역사공원
1607년 5월 13일에 대서양을 건너서 신대륙 버지니아 식민지(Colony of Virginia)의 작은 섬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그 곳에 처음으로 성공적인 정착촌인 제임스타운(Jamestown)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약 174년 후인 1781년 10월 19일에 거기서 동쪽으로 불과 약 20 km 정도 떨어진 요크타운(Yorktown)에서, 5년전에 독립을 선언한 미국과 이를 돕는 프랑스의 연합군이 식민지배를 이어오던 영국군의 항복을 받아내며 독립혁명의 종지부를 찍는다. 이렇게 미국 역사에서 식민지 시대(Colonial Era)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두 장소와 함께, 그 두 곳을 연결하는 옛날 도로를 묶어서 국립공원청이 콜로니얼 국립역사공원(Colonial 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 제임스타운 섬(Jamestown Island)과 요크타운 전쟁터(Yorktown Battlefield), 그리고 둘을 이어주는 콜로니얼 공원도로(Colonial Parkway)를 함께 보여주는 국립역사공원의 지도이다. 우리는 남쪽에서 64번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오면서 요크타운을 먼저 들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습부족 및 시간부족 등의 이유로 가장 중요한 기념물이나 동상 등은 모두 직접 보지를 못하고, 그냥 여러 비지터센터만 잠깐씩 들러서 분위기 파악에 그친 방문이었다.
요크타운 배틀필드 비지터센터에 도착을 하니 파란색 트롤리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인 요크타운 승전기념비(Yorktown Victory Monument)는 저 셔틀을 타거나 차를 몰고 시내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었다.
레인저에게 중요 포인트를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남부 버지니아 1박2일 여행에서 무려 5번째로 방문하는 국립공원청의 비지터센터라서 아마도 긴장이 풀어졌었나 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기다란 복도를 지나오면 미국 독립군의 총사령관인 워싱턴(Washington)과 프랑스 원정군의 사령관인 로샹보(Rochambeau), 그리고 그들에게 항복을 한 영국의 콘월리스(Cornwallis) 장군의 배너가 걸려있다. 그 아래 놓여진 대포의 파랗게 녹이 슨 포신은 "Lafayette Gun"으로 불리는데, 실제 요크타운 전투 당시에 라파예트(Lafayette)가 이끈 부대가 노획한 영국의 대포로, 미군이 재사용 후 보관하다가 여기에 전시된 것이란다.
전시실에는 워싱턴의 야전막사를 재현해 놓았는데, 그 입구의 높이를 일부러 워싱턴의 키와 같은 6피트 2인치(188 cm)로 만들어 놓고는, 당신이 워싱턴보다 크다면 머리를 조심하라고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 로샹보가 프랑스에서 타고 온 군함의 내부도 구경하고는, 제법 긴 길이의 요크타운 전투에 관한 안내영화를 잘 관람한 후에 기념품가게(Museum Shop)로 들어갔다.
많은 책들 중에 여기 요크타운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해밀턴(Hamilton)의 이름과 얼굴이 많이 보인다. 특히 오른편 아래에 쌓아놓은 노란색의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 바로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가 우연히 읽고나서 뮤지컬 <해밀턴>을 만들게 되었다는 바로 그 책이다.
2017년에 LA에서 관람하고 뮤지컬을 소개한 내용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요크타운에서 독립혁명을 승리로 끝내는 장면을 묘사한 "Yorktown (The World Turned Upside Down)" 노래를 시작하면서, 해밀턴과 라파예트가 손을 잡으며 아래의 대사를 하는 그 실제 역사의 현장에 잠시 들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Immigrants, we get the job done."
지난 봄에 방문했던 게티스버그 국립군사공원(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을 생각하며 자동차로 배틀필드투어(Battlefield Tour) 코스를 돌아보았지만, 큰 전투 없이 영국이 바로 항복을 해서 그런지 그 때처럼 많은 대포나 동상 등을 볼 수는 없었고, 유일하게 잠시 차를 세웠던 여기는 Moore House라고 항복협상이 벌어졌던 장소라고 한다. 이제 워싱턴과 로샹보가 여기 요크타운으로 마지막 진군을 해왔던 옛날 길을 따라서 윌리엄스버그로 향한다.
요크타운-윌리엄스버그-제임스타운을 잇는 길이 23마일의 콜로니얼 파크웨이(Colonial Parkway)는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미국 전역에 11개뿐인 공원도로들 중의 하나이지만, 독립적인 유닛은 아니고 처음 설명처럼 콜로니얼 국립역사공원의 일부로 포함된다.
월요일이라 사모님은 조수석에서 '업무'에 바쁘셨기 때문에, 당시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한 장 가져왔다. 도로는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일부러 거친 자갈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놓고, 바닥에 아무 표시도 해놓지 않아서, 나무에서 떨어져 가운데 모인 낙엽들이 중앙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교차하는 일반 도로를 사진처럼 빨간 벽돌의 고가차도로 지나가도록 해놓아서 정말로 운전하는 내내 공원을 지나가는 특별한 느낌이었다.
점심도 먹어야되고 해서 윌리엄스버그 마을의 입구에서 인터체인지를 나와 Colonial Williamsburg Regional Visitor Center를 찾아왔는데 주차장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길을 따라가면 이렇게 커다란 비지터센터 건물이 나오는데, 쉽게 간단히 설명을 하면... 윌리엄스버그 마을의 구시가지 전체를 식민지 시대를 재현한 '민속촌'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유료 셔틀버스를 타고가서 구경을 하라는 것이었다.
인디언들에 의한 학살로 제임스타운을 떠난 백인들이 1632년에 여기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마을을 만들었고, 1600년대 말부터 약 백년 동안 사실상 버지니아 식민지의 수도 역할을 한 곳이다. 특히 구시가지와 캠퍼스가 붙어있는 윌리엄&메리 대학(College of William & Mary)은 1693년에 개교해서 미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제퍼슨(3대), 먼로(5대), 타일러(10대)의 미국 대통령 3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럼, 미국에서 제일 첫번째로 오래된 대학은 어디?"
처음 지도에서 약간 붉게 표시된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Colonial Williamsburg) 모형의 좌우 벽에는 그 '민속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식민지 시대의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의 큰 사진이 보인다. 여기서 비싼 티켓을 사서 셔틀을 타고 가면 Governor's Palace나 Art Museum에 들어가보고, 간단한 공연 등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티켓 없이 그냥 대학 캠퍼스 부근에 차를 대고 걸어가도 바깥 거리의 풍경은 모두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백인 부부들이었던 티켓 창구를 한 번 바라보고는, 우리는 윌리엄&메리 대학의 바로 근처에 있는 한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밥을 잘 먹고 올드타운까지 걸어가볼까 잠깐 생각했으나 바로 포기하고, 국립공원청이 운영하는 히스토릭 제임스타운(Historic Jamestowne)의 비지터센터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갔는데,
마지막에 보여드릴 커다란 주차장을 지나서 국립공원 입구로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는데, 중앙분리대 오른편의 입구는 아예 막아놓았고 왼편에도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분명 안쪽으로 국립공원청 로고도 보이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지? 그런데 걸어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단 우리도 바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들어가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러한 도로로 육지와 연결된 섬에 있는 비지터센터까지는 1마일 정도의 거리였지만, 1607년에 정착민들을 태우고 온 스미스 선장과 그를 죽음에서 구해줬다는 포카혼타스의 동상을 직접 보기 위해 땡볕에 이 길을 걸어서 왕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돌아나왔다. 분명 저 안쪽에 연방정부의 비지터센터와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동차 진입을 계속 막아놓았던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궁금하다...
차를 몰고 나오다 처음 지나쳤던 커다란 주차장에 세우고 제임스타운 세틀먼트(Jamestown Settlement)라 되어있는 큰 건물에 들어가서 그 이유를 약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티켓을 사서 건물을 통과해 나가면 대서양을 건너왔던 범선과 정착지(settlement)를 재현해 놓은 것을 구경할 수 있다는데, 이 곳은 요크타운 시내에 있는 미국혁명 박물관(American Revolution Museum)과 함께 버지니아 주 산하의 재단에서 운영을 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진짜 제임스타운 마을이 있던 지역은 국립역사공원 안이지만 여전히 버지니아 주 소유인 것으로 봐서, 일부러 진짜를 가보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가짜를 돈 내고 보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이 든다.
물론 우리 부부는 쿨하게 바로 뒤돌아 나오는 것으로 "수박 겉핧기" 콜로니얼(Colonial) 국립역사공원 둘러보기를 마치고, 계속 64번 고속도로를 북서쪽으로 달려서 현재 주도인 리치몬드(Richmond)를 향해 달렸다. 중요한 기념비와 동상을 모두 놓쳤지만 그걸 직접 보기 위해서 역사공원을 다시 갈 생각은 별로 없으나, 첫번째 지도의 한가운데에 작게 적혀있는 부시가든 놀이공원(Busch Gardens Amusement Park)은 아무래도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 때 윌리엄스버그의 식민지 시대 민속촌은 겉모습만이라도 잠깐 구경할 기회가 또 올 것으로 생각된다.
P.S. 지난 6월에 네이버가 뽑는 '이달의 블로그' 세계여행 분야에 선정되었었는데, 오늘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연말결산에서 세계여행 분야의 주목할 만한 블로거로 위기주부가 뽑혔습니다! 세계여행 분야는 6월에 10명, 12월에 8명이 소개가 되었으니, 그 예선을 통과한 18명 중에서도 저를 콕 찝어주신 네이버 블로그팀 관계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 미국 출장이라도 오시면 연락주세요~^^ (여기나 아래를 클릭 또는 터치하시면 블로그팀 공식블로그의 공지 포스팅을 직접 보실 수 있음)
첫번째로 '여행/맛집'에 국내여행 프림커피님, 맛집 비밀이야님과 함께 소개가 되었는데, 그 동안 자기만족(自己滿足)을 위해 미국 여행에 관한 '고급 지식을 아낌없이 대방출'한 보람이 살짝 느껴지구요, 무엇보다 지난 15년간 제 블로그를 조용히 다녀가셨던 많은 분들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연말 연기대상 수상소감인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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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의 덜레스 엑스포 센터(Dulles Expo Center)에서 열린 '캠핑카' 박람회인 RV쇼 잠깐 구경하기
옛날에는 외동딸이 대학만 들어가면 바로 지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졸업하고 취직까지는 기다려야지 했다가... 이제 좋은 직장까지 구해 잘 다니고 있으니... 진짜 슬슬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생일대의 지름신 품목은 바로 '캠핑카'인데, 마침 우리 동네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길래 토요일 오후에 잠깐 들러서 구경을 했다. 전시장 방문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옛날 10년 전에 캠핑카를 몰고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잠깐 떠올려 본다.
LA에서 미국여행 블로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위기주부가 캠핑카USA의 협찬을 받아서, 추수감사절 연휴에 이웃 가족들과 함께 데스밸리 국립공원으로 떠났던 2박3일 여행기 4편을 클릭해서 차례로 보실 수 있다. 이 때가 미국 이민 후에 가장 즐겁고 특별한 기억으로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5가족 17명의 단체 자동차캠핑을 이끌었던게 첫번째지만, 처음으로 경험했던 캠핑카에 대한 기억도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리라~^^
둘루스 국제공항 바로 아래의 챈틀리(Chantilly)에 여러 행사가 열리는 덜레스 엑스포 센터(Dulles Expo Center)가 있다길래, 국제적인 규모의 박람회장을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외관과 입구는 그냥 딱 동네 쇼핑몰 수준이었다.ㅎㅎ 그러나 주차와 입장이 모두 무료인 공짜 전시회라서 그런지, 흐린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래도 미리 표를 예약하고 QR코드까지 받아서 준비했지만, 체크인 줄이 길어지니까 직원이 그냥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바로 우르르~ "앞사람 티셔츠가 콜로라도 관광도시인 볼더(Boulder) 기념품이네! 캠핑카를 몰고 대륙횡단하며 록키 산맥을 넘는 날이 과연 올까?"
이 사진을 카톡으로 딸에게 보내줬더니, 당장 RV를 사는거냐며 우리보다 더 흥분하더라는...^^ 미국에서는 차박을 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을 통틀어 '레크리에이셔널 비클(recreational vehicle, RV)'로 부르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캠핑카'로 쓰기로 한다.
캠핑카는 흔히 3개의 클래스로 분류되는데, 이렇게 대형 버스를 개조한 가장 크고 비싼게 Class A로 신차 가격은 대략 20만~30만불 정도가 된다. 이 급은 대부분이 차체가 돌출되는 트랜스포머 스타일로 제작이 되어서, 주차 후에 확장하면 넓은 실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중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스의 운전석에 한 번 앉아봤다. 소유주 같지가 않고 관광버스 운전기사인 듯한 느낌... T_T
거의 왠만한 작은 아파트 수준의 주방과 거실, 그리고 통로 좌우로 풀사이즈 냉장고와 화장실 및 2층 침대와 옷장이 나오고, 끝까지 걸어가면...
별도의 전용 화장실과 킹사이즈 침대가 고정으로 설치된 마스터룸이 나온다! 이 정도면 그냥 바퀴달린 움직이는 집이라고 할만한 수준이라서, 미국에서는 캠핑카를 '모터홈(motorhome)'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이렇게 큰 버스형 RV는 운전도 힘들 것 같아 줘도 안 탈 것 같고,
위기주부가 마음에 둔 것은 흔히 '캠퍼밴(campervan)'으로 불리는 이런 Class B 모델이다. 오지 캠핑을 위해서 4WD 즉 사륜구동은 필수이고, 기본 차체도 이왕이면 디젤유를 사용하는 벤츠 스프린터로 이미 결정은 다 끝났다~
"내 차에 앉은 듯한 이 편안한 기분은 뭐지? ㅎㅎ" 차체 폭을 확장한게 아니라서 내부가 좁고, 다른 관람객들이 계속 있어서 뒤쪽 사진은 찍지를 못 했는데, 차체 길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실내 디자인 등을 직접 확인하려면 아마 대리점에 가봐야 할 듯...^^
중형 트럭이나 밴의 뒤쪽을 각지게 개조해서 내부를 넓힌 Class C가 미국 여행지 도로와 캠핑장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일반적인 캠핑카이다. 그런데 옛날부터 항상 궁금했던게 자동차 크기나 내부 공간으로 순서를 따지자면, 이 급이 B가 되고 개조를 안한 캠퍼밴이 C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이 바뀌었다.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
비록 구형 모델이기는 하지만, 위기주부가 데스밸리에 몰고 갔던 캠핑카가 내부가 확장되는 Class C였으므로, 실내의 모습이나 기본적인 RV 시스템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당시의 소개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또 트럭이나 SUV의 뒤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는 '트래블 트레일러(travel trailer)'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우리 스타일이 아닌 듯 해서 따로 구경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대형 트레일러 중에 트럭 짐칸에 설치하는 큰 원형의 히치(hitch)로 연결되어서, 무게를 배분하고 안정적인 견인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을 따로 '핍스휠(fifth wheel)'이라 부른다.
RV 외에 이런 골프카트 같은 '사발이'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번쩍이는 바퀴로 관심을 끌고 있었다. 큰 캠핑카 뒤쪽에 이런거나 작은 짚차 등의 별도 교통수단을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지만, 오프로드 캠퍼밴을 사면 그냥 그걸로 어디든 다 가니까 필요가 없다. (캠핑장에서 마트갈 때 필요한 자전거 한 대는 뒷문에 달아야 함^^)
별로 "ultimate" 하지는 않았던 이 RV Show는 캠핑월드(Camping World)에서 여러 도시를 돌며 진행하는데, 옷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아주 많은 이유는 저 너머 테이블에서 바로 구매상담을 하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빈 테이블만 있었어도 우리도 바로...ㅎㅎ 사실 서두에 딸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캠핑카를 집앞에 장식용으로 세워둘게 아니라면, 우리 부부가 진짜 떠나기 위한 여러 준비가 되는 날이 와야된다. 그 날이 수 년 내로 가능할 지, 십 년은 더 지나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하루하루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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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먼드(Richmond)의 침보라소(Chimborazo) 의료박물관과 매기 워커(Maggie Walker) 국립사적지
미국 남북전쟁 1861~65년 기간에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리치먼드(Richmond)는 워싱턴 남쪽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해서, 우리에게는 마치 '서울-평양'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재작년에 그 도시에 있는 버지니아 주청사만 잠깐 방문해서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와 다른 남부 버지니아 지역의 국립 공원들 총 5곳을 묶어서 '1탄 펜실베니아'에 이은 3~4시간 거리의 별볼일 없는 곳들 찾아다니기 시리즈 2탄으로 또 다녀왔다.
지도에 표시된 5곳을 북쪽 집에서 출발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리치먼드 시내의 2곳은 마지막에 잠깐씩만 들렀기에 묶어서 제일 먼저 소개한다. 이 여행은 블로그 역사상 처음으로 경로의 역순(逆順)으로 글을 쓰는데, 그 이유는 이어질 시리즈 내용을 차례로 잘 읽어보시면 알게 된다.
리치먼드와 그 외곽의 남북전쟁 관련 장소들이 리치먼드 국립전장공원(Richmond National Battlefield Park)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여기는 시내 공원에 위치한 비지터센터로 간판 아래쪽에 의료박물관(Medical Museum)이라 씌여있다. 일단 '침보라소(Chimborazo)'는 여기 야트막한 언덕과 공원의 이름이기도 한데, 생뚱맞게도 중미 에콰도르(Ecuador)의 가장 높은 해발 6,310 m 성층화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전체 공원 지도를 예의상 올려보는데, 도시 외곽에 1862년의 7일 전투(Seven Days' Battle)와 1864년 콜드하버 전투(Battle of Cold Harbor) 유적지들이 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4곳의 비지터센터들 중에서 시내에 있는 여기 하나만 잠깐 들리는 것으로 위기주부의 국립 공원들 방문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남북전쟁 기간 동안에 부상당한 남군 병사들의 치료를 위한 군사병원(military hospital)이 이 언덕에 만들어졌었는데, 목재로 만들었던 150동의 건물은 현재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1900년대 초에 연방정부가 기상관측용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에 있던 병원에서 전쟁기간 동안에 76,000명 이상의 부상병을 치료하며 사망률은 10% 미만이라서, 당시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 치료수준도 높았던 병원이라 할 수 있단다.
목수(carpenter)의 연장 가방이 아니라, 19세기 중반 외과의사(surgeon)의 치료 가방이란다.
남군 군의관의 복장과 무기를 비롯해 그들의 활약상에 대한 소개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위기주부는 의대 진학은 꿈도 꿔본 적이 없고, 피를 보면 약간의 경기도 일으키는 체질이라서, 당시의 의료상황 등을 소개하는 전시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여기에는 또 활톱(hacksaw)이 전시된 것이 보이는데, 이런 도구들로...
당시 어떻게 부상당한 다리를 절단했는지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을 해놓았다. 이 정도로 리치먼드 국립전장공원에 속하는 침보라소 의료박물관(Chimborazo Medical Museum) 구경은 마치고, 밖으로 나가서 공원을 잠깐 둘러보았다.
사진 가운데 실루엣으로 보이는 동상이 여기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는 길인데, 그 동상은 바로 무엇인고 하니...
자유의 여신상이다~ㅎㅎ 1950년에 시작된 미국 보이스카웃 연맹의 'Strengthen the Arm of Liberty'라는 캠페인으로 미국 전역에 높이 2.5 m의 이런 동상이 약 200개나 세워졌는데, 현재 약 100개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캠페인 제목에 따라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을 들고 있는 팔이 약간 비정상적으로 길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심하게 때가 탄 것은 물론이고 왕관도 일부 부러져 있어서, 청소와 보수가 좀 필요해 보였다.
나무들 너머로 제임스 강(James River)이 살짝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끝쪽으로 걸어가면, 여기에 앞서 설명한 침보라소 병원(Chimborazo Hospital)이 있었다는 동판을 볼 수 있다. 이제 북부 버지니아와는 뭔가 살짝 분위기가 다른 남부 리치먼드 시내를 운전해서 마지막 목적지를 급하게 찾아갔다.
구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찾아왔는데, 공원 홈페이지에 나온 건물 모습과는 살짝 다른 여기는 매기워커 국립사적지(Maggie L Walker National Historic Site)이다.
입구가 어딘지 두리번거리다가 비지터센터는 건물 사이 통로를 이용해 안뜰로 들어가라는 표지판을 겨우 찾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지터센터가 5시가 아니라 4시반까지만 운영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때는 이미 그 시간을 살짝 넘기고 있었지만 문이 잠기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열고 들어갔더니, 국립공원청 파크레인저 예닐곱명이 모여서 퇴근 준비를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동양남자 한 명을 보고는 상당히 놀라더라는...ㅎㅎ
매기 워커(Maggie Lena Walker)는 흑인 노예의 딸로 태어난 교육자 겸 사업가로, 1903년에 미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되어서 흑인들의 자립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모든 여성과 장애인들의 인권신장에도 기여해서 그녀가 살았던 집이 1975년에 국립사적지로 지정되었는데, 여기는 옆건물에 만들어진 비지터센터고 다른 외관의 보존된 집은 주차한 곳 반대쪽인데 늦어서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이 날 하루 이미 계기판에 찍힌 누적 운전시간이 9시간이었지만, 또 2시간을 더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길 건너편 소방서 건물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했다. 다른 파크레인저 한 명이 또 모임에 참여하려고 비지터센터로 들어가는 모습인데, 참 팔자 좋은 연방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서 이 날 이전에 방문했던 다른 국립 공원들을 소개하며 남북전쟁과 흑인 지도자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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