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
!["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https://img.zoomtrend.com/2022/03/06/img.png)
작년 10월초에 이삿짐을 싣고 캘리포니아 주 LA에서 출발한지 7일만에 버지니아 주에 도착을 했었다. 물론 목적지는 워싱턴DC와 접한 버지니아의 제일 북쪽이고, 우리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접한 남서쪽 시골 산길에서의 첫만남이었지만 말이다. 원래는 대륙횡단기 전편에 아래 환영간판 이야기만 덧붙이고 7일째는 포스팅은 하나로 끝낼까 하다가... 환영간판 말고도 이제 4개월째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로 본 포스팅으로 몇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적어본다. 그래서 이 글은 특정 장소에 대한 여행기가 아니라서, 오래간만에 '미국에 관한 도움말' 카테고리에 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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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길로 주경계를 통과할 때 처음 보게된 "VIRGINIA IS FOR LO♥ERS"라는 정말 오글거리는 문구가 씌여진 환영간판의 사진 하나를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이게 어떤 느낌이었냐면 한국에서 경기도로 들어가는데, 커다한 하트와 함께 "경기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랑꾼을 위한 경기도"라고 써놓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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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위와 같이 벚꽃(?)이 핀 나무에 주조(state bird)인 빨간 홍관조가 앉아있는 그림의 환영간판이 사용되었다는데 (파란 바탕에 글씨가 크게 씌여있고, 같은 그림은 작게 들어간 버전도 있음), 2015년 1월에 민주당 주지사였던 Terry McAuliffe가 현재의 디자인으로 변경을 했다고 한다. (슬로건 “Virginia Is for Lovers”는 버지니아 관광청이 1969년부터 사용해왔던 문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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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분들은 비행기로 버지니아 주에 도착하니까 주경계에 있는 이 '닭살문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대한항공이 도착하는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을 나가는 도로 옆에 아주 크게, 폭설이 내리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지사가 직접 나와서 제일 먼저 세워놓았으니까...^^ 그런데 주지사(governor) 이야기가 나왔으니, 작년인 2021년 11월 2일에 치러졌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참고로 우리 부부는 공식적으로 11월 3일부터 버지니아 주민이 되어서 투표는 할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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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으로 표시된 공화당의 글렌 영킨(Glenn Youngkin)이 재임에 도전한 민주당 테리 매컬리프(Terry McAuliffe)를 2% 차이로 이겼고, 같이 치러진 검찰총장과 주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모조리 승리하면서 12년만에 공화당이 주정부를 탈환했다. 특이한 것은 버지니아 주 헌법은 주지사가 재임(再任)은 할 수 있어도 연임(連任)은 안 되기 때문에, 이미 2014~2018년에 주지사를 하면서 위의 환영간판을 바꿨던 Terry McAuliffe가 민주당 후보로 다시 나왔지만 공화당 정치신인에게 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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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 그림의 제일 위에 작게 보이던 버지니아 주기(state flag)를 크게 보여드리면, 파란 바탕에 주를 상징하는 동그란 문양(seal)이 들어있는 단순한 모습이지만 그림이 재미있다. 창을 든 '덕(Virtue)의 여신'이 폭군을 발로 밟고 서있고, 그 아래에 라틴어 "Sic semper tyrannis"라고 씌여있는데, 직역하면 "thus always to tyrants(그러므로 언제나 폭군에게는)"으로 그 뒤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생략된 셈이다. 특이한 사실은 여전사 아마조네스처럼 그려진 여신의 한 쪽 가슴이 노출되어 있어서, 미국 50개의 주깃발들 중에서 유일하게 누드화가 들어있는 깃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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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semper tyrannis!"는 한글로 간단히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많이 번역되는데, 기원전 로마에서 브루투스(Marcus Brutus)가 시저(Julius Caesar)를 암살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다는 전설이 있다. 위의 1864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흑백사진에서 이 말을 들으며 칼에 찔려 죽는 시저 역할을 연기했던 제일 왼쪽에 존 부스(John Booth)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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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인 1865년에 워싱턴DC의 포드 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에게 총을 쏘면서 라틴어로 "Sic semper tyrannis!"라고 외쳤다는 기록이 있다. 또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소개해드렸던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Timothy McVeigh)가 체포될 때 이 문구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식민지배를 하는 영국의 폭압에 반대한다는 좋은 의도로 버지니아 주의 문양에 사용된 글이 후대에는 급진주의자들에 의해서 악용되는 이러한 일은, 아래에 또 소개할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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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산길을 벗어나 버지니아 주의 서쪽 경계를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81번 고속도로를 탔는데, 퇴근길 정체를 만난건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운전만 해서 겨우 스톤튼(Staunton)에 도착해 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박했었다. (중간에 하나 더 구경하려다 못한 곳은 2차 대륙횡단에서 결국 방문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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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주깃발에 이어서, 당시 꽉 막힌 고속도로 앞에 있던 자동차의 버지니아 번호판 이야기를 또 해보자~ 노란 바탕에 똬리를 틀고있는 방울뱀 아래에 "나를 밟지마라(DONT TREAD ON ME)"라고 씌여있는 특별 번호판은, 같은 그림의 개즈던 플래그(Gadsden flag)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국내 11개 주가 유사한 디자인의 공식 번호판을 제공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독립전쟁 지도자인 Christopher Gadsden이 1775년에 만든 이 깃발은, 역시 영국에 저항하는 의미로 만들어져 초기에는 거의 미국의 국기처럼 대우를 받았고, 초창기 해병대와 해군이 유사한 깃발을 공식적으로 사용을 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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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70년대부터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들이 개즈던 깃발을 정부에 반대하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2009년부터 극우 티파티(Tea Party) 세력도 그들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그러다가 위와 같이 2017년 버지니아 샬롯츠빌 차량돌진 사건의 원인이 된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 남부연합기 및 나치깃발과 함께 뉴스에 나오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참고로 샬롯츠빌(Charlottesville)은 앞서 보여드린 주지사 선거결과의 카운티별 득표현황 지도의 한가운데 혼자 파랗게 표시된 곳으로, 제퍼슨이 만든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가 위치해 민주당 지지율이 80%가 넘는 진보적인 교육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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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작년 1월 6일의 국회의사당 습격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들고 나오면서, 지금은 완전히 '극우 또라이들'의 상징으로 변절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개즈던 번호판을 단 오래된 짚(Jeep)의 주인이 100% 극우파나 '트럼피'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 버지니아에서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번호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버지니아의 주도인 리치먼드(Richmond)가 남북전쟁 당시에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만큼, 지금 위기주부가 살고있는 북부 버지니아(Northern Virginia, NOVA)의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과는 정치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북전쟁 역사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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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말기의 전황을 보여주는 지도로 버지니아만 확대지도로 설명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만큼 치열하게 남북이 피를 흘리며 싸운 전쟁터들이 버지니아에 많이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781년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요크타운(Yorktown)과 1607년에 건설된 최초의 영국 식민지인 제임스타운(Jamestown)이 모두 버지니아 동남쪽 체사피크 만의 입구에 있는데, 이러한 역사와 문화, 정치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 장소들을 방문한 후에 여행기를 쓰면서 조금씩 계속 알아보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소위 '알쓸미잡'이라 할 수 있는 버지니아가 1등인 특이한 두 가지에 대해서만 여담으로 소개하며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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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에서 1968년에 세계 최초로 가늘고 긴 담배를 출시하면서 그 이름을 '버지니아슬림(Virginia Slims)'이라고 붙인 이유가 다 있었다. 식민지 시절부터 담배농장이 많이 운영되어서 지금도 미국내 담배 생산량이 1등이고, 말보로(Marlboro)를 만드는 Philip Morris의 모회사로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알트리아(Altria)의 본사가 버지니아의 주도인 리치몬드에 있단다. 그래서 버지니아 주는 미국에서 담배 가격이 가장 싼 주로 유명해서, 말보로 1갑의 가격이 뉴욕 주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위기주부가 담배는 안 피니까 이건 생계에 별 도움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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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등은 미국에서 가장 번개가 많이 치는 곳이라는데, 위 사진의 로이 설리번(Roy Sullivan, 1912~1983)은 버지니아 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던 1942~1977년 사이에 무려 7번이나 번개를 맞아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레인저 모자의 윗부분이 번개를 맞아서 까맣게 탔음) 별명이 '인간피뢰침(Human Lightning Rod)'이라서 비 오는 날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피했다고 하는데, 번개를 7번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71세의 나이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번 1등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관련이 있는데, LA에서 DC까지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8일째인 다음 날에 우리가 그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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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https://img.zoomtrend.com/2022/03/06/img.jpg)
붉은 도깨비 바위들이 가득한 유타 주의 고블린밸리(Goblin Valley) 주립공원을 잊지 않고 찾아가다~
2차 대륙횡단의 3일째는 아침 일찍부터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두 번의 트레일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2009년의 30일 자동차 캠핑여행에서 똑같이 이 구간을 달린 후에 그린리버(Green River)의 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때, 아내가 화장실에서 만난 할머니가 왜 '고블린밸리'를 그냥 지나쳤냐고 했었다는 참 오래된 이야기... 물론 모두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기억을 하는거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그 곳을 잠시라도 꼭 들리기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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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만날 때까지 약 50 km의 직선인 24번 도로의 왼편에 유타주의 고블린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이 있는데, 24번 도로와도 제법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 입구를 찾아오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물론 주립공원이니까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를 향해서 또 5분 정도 더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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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2호차의 뒷 유리창에 딱 붙은 벽시계는 계속 초침이 움직이면서, 대륙횡단을 하는 동안에 우리 뒷차에게 지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 물론 일광절약 태평양 기준시(Pacific Daylight Time, PDT)로 끝까지 고정되어 있어서,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고 그 위치의 시간대로 환산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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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발아래의 고블린밸리는 사실... 지난 십여년간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서 바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반드시 저 속으로 내려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잘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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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으로는 역시 후두(hoodoo)라고 불리는 이 곳의 '도깨비 바위'들이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된다. 너무 작으면 볼품이 없고, 너무 크고 높으면 올라가기 위험한데, 여기는 딱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라서 이렇게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저 위로 올라가서 놀기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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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모양도 가지가지라서 굳이 올라가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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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도 한 장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유달리 얼굴에 힘을 주고 '잘난 척(?)'을 하는 듯... 아마 햇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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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찾아봐라~" 멀어서 얼굴도 잘 안 보이니, 그냥 미서부 신혼여행 사진인 걸로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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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트레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여기저기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데... 3년전 가족여행으로 방문했던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황무지는 안 붙잡으면 계속 안쪽으로 홀린 듯이 걸어 들어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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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그래, 신혼여행 온 셈 치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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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가 황무지에서 양팔을 벌리고 찍은 이 사진을 보니까, 10년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이 분의 모습도 떠오른다. "언제 아내는 빨간 드레스, 나는 양복 수트를 입고, 이런 곳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볼까? 그러면 완전히 웨딩촬영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미쳤다고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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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도깨비 머리 위에 올라가서 양팔을 또... 둘이 함께 저러고 서면 영화 <타이타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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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안 찍었지만 이렇게 연출사진도 찍으면서,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십여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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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저 위에 전망대가 보이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국수면발처럼 길어진 아내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붉은 도깨비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전에 이 계곡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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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뒤따라서 잠든 딸을 엄마가 안은 가족이 올라오고 있다. "안녕 잘 있어라, 도깨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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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반대편으로는 카멜캐년(Carmel Canyon)이라고 해서 제법 큰 뷰트(butte)들이 서있는데, 석양을 받는 커다란 돌산을 향해 걸어가는 사진사의 뒷모습은 또 이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미서부와의 이별 여행기를 쓰면서 계속해 옛날 비슷한 곳이 떠오르는 것은... 미서부 구석구석을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르는 곳들을 일일이 키보드로 치려니 힘들어서, 유튜브 방송으로 주절주절 떠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요즘 심각하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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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보이는 '세자매' 쓰리시스터즈(Three Sisters) 바위를 아내가 차창 밖으로 찍었는데, 직전에 소개한 옛날 여행기의 다음날인 모뉴먼트밸리 루프드라이브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바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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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방향 우회전을 놓치고 계속 직진을 했더니 주립공원 캠핑장이 나왔다. 여기서의 캠핑은 후일을 기약하고, 차를 돌려서 공원을 나와 도로를 달리며 조수석의 아내가 이 날 밤에 잘 그린리버(Green River)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컨펌 이메일을 받고보니 유타 주가 아니라 와이오밍 주의 그린리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것도 환불불가로...! 바로 예약사이트와 와이오밍의 숙소에 모두 통화를 해서 특별환불을 약속 받았었는데, 대륙횡단을 마치고도 카드취소가 안 되어서, 또 다시 두 곳에 모두 통화를 한 후에야 환불을 받았던 것도 이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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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을 구경하고 미서부와 작별
콜로라도 주도인 덴버(Denver)에서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00 km 정도 떨어진 제2의 도시인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는 이제 소개하는 곳 이외에도 유명한 온천과 폭포, 기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미국의 공군사관학교와 올림픽 선수촌 등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이다. 그래서 마땅히 하루정도 숙박을 하면서 두세곳은 둘러보는 것이 예의였겠지만, LA에서 2차 대륙횡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을 넘겨 8일째인 그 날 오후까지도 아직 '미서부'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오늘은 한 곳만 둘러보는 것 양해 부탁드리고, 다음에 예의를 갖춰서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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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로열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를 구경하고 1시간여를 달려서 바로 찾아온 곳은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이었다. 참고로 떠나온 LA에도 여기와 비슷하다고 똑같이 'Garden of the Gods'라고 부르는 공원이 하나 있기는 한데, 괜히 눈 버리니까 여기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옛날 여행기를 보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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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센터의 입구에서부터 예상은 했지만, 내부도 왠만한 국립공원 이상으로 정말 잘 만들어 놓았는데, 중요한 것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으로 입장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곳에 사는 여러 야생동물의 박제들 앞에서, 아내가 뒤에 서있는 블랙베어의 포즈를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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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바위들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서 모형도에 세워놓은 것에서도 이 전시실의 수준이 느껴졌고, 좌우의 다른 전시와 기념품 코너를 좀 구경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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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의 바위들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 포즈를 취하다 보니...^^ 공원 이정표에 저렇게 그 때의 연월을 표시해서, 나중에 사진만 보고도 언제 방문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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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운데 보이는 제일 높은 산이 해발 14,115피트(4,302 m)의 파익스피크(Pikes Peak)로 자동차와 기차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저기보다 딱 몇 미터 더 높은 마운트에반스(Mount Evans)의 정상을 2018년 콜로라도 여행때 밟아봐서 그런지,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비지터센터 전망대에서 전체 풍경을 감상했으니, 이제 저 아래로 내려가 차를 몰고 붉은 바위들을 가까이서 구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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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지도는 여기를 클릭하면 직접 보실 수 있는데, 우리는 일방통행 도로에서 처음 나오는 가장 큰 P2 주차장에 도착해 차 안에서 뭘 좀 먹고 내렸다. 공원에는 붉은 바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 보이는 하얀 바위도 있었는데, 이름이 White Rock이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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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바위가 이렇게 솟아있는 것을 보니, 비록 대륙의 경계는 넘어왔지만 아직 '미서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다가가서 게이트웨이(Gateway)라 불리는 사잇길로 걸어가니 바위에 동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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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소유주였던 Charles Elliott Perkins가 1909년에 사망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서 자녀들이 이 곳을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에 기증을 했는데, 조건이 누구나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0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우리 부부도 공짜로 구경을 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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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를 지나면 넓은 초원과 함께 뾰족한 첨탑같은 바위들이 등장을 한다. "여기 신들은 수석(壽石) 수집가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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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부러진 꼭대기가 안 떨어지고 걸려있는 것 같았던 이 바위는 Cathedral Spire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붉은 바위들에 둘러싸여서 둘러본 짧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멀리 있는 큰 바위에는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잠깐 등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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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뒤로 보이는 나란히 서있는 가느다란 바위 3개의 이름은 Three Graces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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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왕년에 바위 좀 탈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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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따뜻해 보이지만 해발고도가 2천미터 가까운 곳이라서 바람은 제법 쌀쌀해 둘 다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계속 일방통행 도로를 달리는데, 얕은 언덕을 넘은 후에 도로변에 반드시 차를 세워야 하는 곳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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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책자와 홈페이지에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을 여기서 찍은 것으로, 오른편에 나무들 속에 서있는 첨탑들을 위에 보여드린 것이다. 이제 미련없이 공원 출구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 직전에 볼거리가 하나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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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바로 옆에서 지는 해를 가리고 있는 저 바위는 밸런스드락(Balanced Rock)인데, 어떻게 균형을 잡고 서있는지 보기 위해서 오른편 사람들을 따라서 위쪽으로 올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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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뭐 그렇게 위험하게 놓여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바로 차로 돌아가서 두 바위 사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지나쳤는데, 뒤를 돌아보던 아내가 빨리 차를 길가에 다시 세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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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여기서 보니까 제법 위태하게 발란스를 잡고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내를 관통해서 쉬지 않고 동쪽으로 달려서 리몬(Limon)이라는 곳에서 인터스테이트 70번(Interstate 70) 고속도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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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횡단 때는 I-40을 서쪽 시작점부터 동쪽으로 약 85%를 달렸었다면, 2차에서는 위 지도에 표시된 I-70의 전체구간 중에서 유타 주 Green River 전후로 잠깐 달린 것을 제외하면, 덴버를 조금 지나서부터 세인트루이스까지 760마일, 그러니까 가운데 35% 정도만 대륙횡단에 이용했다. 그래도 우리의 두번째 대륙횡단의 주요도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에서 가져온 지도와 함께 기록으로 여기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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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가장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눈다고 할 때, 서부(West) 콜로라도 주에서 중서부(Midwest) 캔사스 주로 들어가는 순간에 흐릿하게 찍힌 캔사스(Kansas)의 환영간판이다. 2차 대륙횡단의 첫날에 깜깜한 밤에 LA을 떠났던 것처럼, 그렇게 8일째 밤에는 미서부와 작별을 했다. (야반도주가 특기인가? ㅎㅎ) 지평선에서 수 없이 반짝이던 붉은 불빛들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풍력발전기라는 답을 찾았던 것이 우리가 캔사스 주에서 처음 기억에 남는 일이었고, 1시간 가까이 더 달려서 콜비(Colby)라는 마을에서 숙박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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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과 횡단 사이... 버지니아에서 집을 계약하고 10년만의 워싱턴 방문, 그리고 2차 대륙횡단의 시작
포스팅의 제목이 이장호 감독, 안성기/이보희 주연의 1984년 영화 <무릎과 무릎사이>를 떠올리게 해서 좀 거시기 하지만... 출발한 곳으로 차를 몰고 돌아가는 왕복 대륙횡단의 가운데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별개의 대륙횡단을 연달아 했던 '두 횡단의 사이 기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LA에서 이삿짐을 싣고 무작정 미대륙을 횡단해서 북부 버지니아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다음 날부터 앞으로 살 집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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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올릴까말까 조금 망설였지만, 기록 차원에서 사실대로 적어보면... 8일 동안 약 5천 km의 대륙횡단을 아무 문제없이 잘 달려준 차가 바로 다음날 오후에 집을 보러 다니다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주행거리 25만 km의 17년된 차를 몰고 대륙횡단을 하겠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여행중에 고장이 나지 않도록 기도를 해주겠다고 하셨었는데, 이렇게 대륙횡단을 마친 바로 다음날에 문제가 터진 것은... 오직 그 분들의 '기도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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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정비소에 맡기고 우버를 타고 하루 더 집을 보러 다닌 후에 몇 군데 오퍼를 넣은 다음날,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으니 홀가분하게 워싱턴DC에 놀러가기로 했다. 공항 근처 숙소에서 여기 레스톤 타운센터(Reston Town Center)까지 우버를 타고와서 점심을 먹은 후에, 최근에 새로 개통되었다는 근처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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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인 제일 왼쪽에 우리가 출발한 Wiehle-Reston East 역이 보이는데, 이 노선은 올여름에는 덜레스 공항을 지나서 애쉬번(Ashburn)까지 연결이 된다고 한다. 야외 승강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지하철을 타고는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Smithsonian 역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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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시내의 방공호 겸용으로 설계되어서 굉장히 깊이 만들어져 있는 지하철역에서 땅 위로 올라오니, 바로 이렇게 10년만에 보는 '연필탑' 워싱턴 모뉴먼트가 보였다. 커플셀카를 찍는데 아내가 손가락을 뾰족하게 탑처럼 세워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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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는 그 해 1월에 6일에 폭도들에게 점령당했다가 20일에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던 미국 국회의사당이 좀 특별한 느낌으로 서있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하나 들어가 볼까 하다가, 앞으로 이제 이 근처에 살건데 뭐... 그냥 동네사람들 처럼 커피나 한 잔 마시면서 이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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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립미술관 야외 조각정원의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는 것으로 10년만의 워싱턴DC 방문은 목적달성에 충분했다. (조각정원과 또 뒤로 보이는 국립문서보관소는 최근에 방문을 해서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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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입구에 국립공원청에서 세워놓은 내셔널몰(National Mall)의 안내판을 보며 여기 있는 곳들 빨리 다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벌써 이 때로 부터 5개월이나 지났는데 당시 마음가짐보다는 별로 많이 둘러보지 않은 것 같다... 참, 지도 제일 오른쪽에 유명한 링컨기념관이 있는데, 올해 여름부터는 아래 사진과 같이 링컨 대통령의 좌상을 돌려서 뒷면이 밖으로 보이도록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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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4월 1일에 NPS 내셔널몰 홈페이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직접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정동쪽을 바라보는 링컨 대통령 조각의 정면 얼굴이 지난 100년동안 햇볕에 많이 손상이 되어서, 올여름부터는 180도 돌려서 전시하여 앞뒷면이 균일하게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여름 이후로 링컨기념관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위 사진처럼 링컨의 뒷통수와 뒤쪽에서 보이는 옆모습만 감상하실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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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톤 전철역과 연결된 쇼핑몰로 돌아왔는데, 통로의 지붕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붙여서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것 보고 처음에는 정말 깜박 속을 뻔 했다.^^ 이 날 저녁에 숙소에서 이주계획의 플랜B를 가동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판매자 한 명이 우리의 오퍼를 수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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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의 무모한 대륙횡단 이사가 성공한 것을 기념해 북버지니아 한인타운의 페어옥스몰(Fair Oaks Mall)에 있는 일식뷔페에서 둘이 자축을 했다. 딱 맞춰서 정비소에 맡겼던 자동차도 스타팅모터 교체를 끝냈다고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는데, 그 정비소가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집의 바로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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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찾아서 드라이브 삼아 동네 북쪽의 알공키안 공원(Algonkian Park)에 잠시 들렀었다. 옛날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 로스앤젤레스 강(Los Angeles River)과는 완전히 다르게 녹색으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넓고 푸른 강물... 바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주경계를 따라 흘러서 워싱턴으로 흘러가는 포토맥 강(Potomac River)이었다. 이제 1차 대륙횡단의 목적이었던 집계약을 완료했으니, 다음날 LA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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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새 보금자리로 와서는 봇짐을 진 상태로 저 차는 차고 앞에 세워두고, 여행용 캐리어 하나만 챙겨서는 공항으로 가는 우버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이삿짐 차를 2주 정도 저기에 세워뒀더니, 나중에 만난 이 동네 이웃들이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사온 것을 전부 알고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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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LA에서 비행기로 보스턴 방문했다가 돌아갈 때 잠시 경유한 적이 있는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인데, 이제 앞으로는 우리 버지니아 거주 가족의 허브공항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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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에어 항공사의 저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 오스틴(Austin)을 경유해서, LA의 살던 집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다른 차를 가지러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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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바둑판 위의 LA 다운타운과 그 너머의 샌가브리엘 산맥... 앞으로 당분간은 다시 보기 힘들거라는 것을 알기에, 왠지 조금은 뭉클하고 울컥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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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부에서 LA에 놀러온 사람인 것처럼 "Welcome to Los Angeles" 광고판 앞에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우리 부부가 1차 횡단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온 것을 알고는, 저녁시간이니까 와서 밥 먹고 자고 내일 출발하라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그러면 고맙고 반갑겠지만 이미 했던 이별을 또 해야 하고, 왠지 오늘밤 LA를 벗어나지 않으면 발목이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절을 했던 것이니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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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집으로 돌아가서 하나 가지고 있던 차고 열쇠로 대륙횡단 이삿짐 2호차를 찾은 후에 열쇠는 집주인에게 전달하고, 자주 다니던 동네 한인마트에 가서 김밥 2개만 사서는 바로 출발을 했다. 이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조금 달리니 그 전에 살던 집으로 가는 길 표지판이 나와서 아내가 한 장 찍었다. 그렇게 2021년 10월 중순의 달 밝은 밤에 우리는 14년 동안 살았던 미서부 LA를 영영(?)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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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서 밤 9시반 정도에 바스토우(Barstow)의 이 숙소에서 2차 대륙횡단의 첫밤을 보내기로 했다. 비록 1호차처럼 봇짐은 지지 않았지만 저 2호차도 트렁크는 당연하고 뒷자리의 바닥부터 천정과 뒷 유리창 아래까지 이삿짐을 최대한 꼭꼭 맞춰서 쑤셔 넣었는데, 이 사진으로도 뒤쪽 차체가 아래로 많이 내려가 있는 것이 보인다. "자, 또 가로질러 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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