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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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새해 일출을 보고 국립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관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Happy New Year'보다 더 많이 들리던 곳에서 새해 일출을 봤다~ 전날 밤에 갈까말까 했었던 한국교회의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했다면 한국말 인사를 당연히 많이 받았겠지만, 그냥 버지니아 주의 높은 산속 도로변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옛날 LA의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가족이 일출을 볼 때도 한국분들이 많아서 느낀 적이 있지만, 정말로 미국 어디를 가나 산을 좋아하고 해 뜨는 모습 구경을 좋아하는 민족성은 바뀌지 않는 듯 하다. 2026년 1월 1일 새벽에 집에서 1시간반을 운전해 찾아온 이 곳은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벅할로우 전망대(Buck Hollow Overlook)이다. 운전해 오면서 차가 몇 대나 먼저 와있을까 맞추기를 했는데, 일출 약 15분전에 도착한 우리가 거의 10대 째로 새해 첫날부터 아내가 내기에서 이겨 남편 돈을 많이 땄다.^^ 산맥의 능선을 따라 공원을 종주하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에는 이런 도로변 주차장이 수십개가 있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전망이 동쪽을 향하고 시선을 가리는게 없어야 하기에 미리 조사해보고 여기를 콕 찍어 찾아온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신년맞이 컵라면 먹방을 찍으시는 분의 일행이 단체로 타고 오신 밴을 비롯해서 주차된 차량의 절반 이상이 한국분들이 몰고 온 것이었다. 바로 옆의 다른 한국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서, 우리 부부의 2026년 첫 커플 사진도 부탁해서 찍었다. 사실 이 때가 예정된 일출 시각인 7시 30분이었지만, 동쪽 멀리는 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서 하늘은 밝아졌지만 해를 볼 수는 없었다. 하필이면 정확히 해가 올라오는 위치에만 구름이 더 두껍게 있어서, 첫 해를 보려면 제법 더 기다려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에... 지평선 위의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동그란 태양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위기주부가 미동부에 사니까 바닷가 일출을 기대하신 분이 혹시 계실까봐 알려드리면, 워싱턴DC 지역이 의외로 내륙이라서 제대로 된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는 동쪽의 메릴랜드 오션시티(Ocean City)나 남쪽의 버지니아비치(Virginia Beach)까지 가려면 3~4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그렇게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신년 해맞이를 '공짜로' 잘 마치고 (새벽에는 게이트에서 입장료를 받는 직원이 없음), 대부분의 다른 차들은 남쪽의 비지터센터 방향으로 빠졌지만 우리는 바로 왔던 길을 정확히 되돌아 집으로 와서는 함께 떡국을 끓여서 조금 늦은 아침으로 먹었다. 그리고는 내친김에 지난 달에 추위로 계획을 변경해서 못 갔던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전철을 타고 워싱턴DC로 향했다. 내셔널몰에 위치한 국립 아시아 미술관의 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특별전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나누어 소장된 흔히 '이건희 컬렉션'으로 부르는 330점의 기증품을 삼성 그룹의 후원으로 첫번째 해외 전시를 하는 것이란다. 입구로 들어가면 처음 정면으로 마주하는 란 병풍으로 여기 전시회의 주제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박물관에도 미국 국립공원의 쥬니어레인저같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한 소녀가 그림을 보면서 열심히 소책자의 빈 칸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 옆으로 조선의 미를 상징한다는 백자 '달항아리' 실물과 함께 추상화, 정물화, 인물화를 모아 놓은 전시도 인상 깊었다. 두루마리 세로 그림과 작은 가구들, 그리고 술상에 술병과 잔을 올려두고 선비의 사랑방을 재현했다는 설명을 붙인 전시도 있었고, '케데헌'에서 아이돌 시상식 공연무대의 배경 그림으로 등장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월오봉도 병풍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작품의 제목만 한글로 병기되어 있고, 나머지 세부적인 작품 해설은 모두 영어로 씌여있다. 고려 청자 등의 도자기들만 따로 많이 모아 놓은 곳도 있고, 불교와 관련된 불화들과 중앙의 법고대 등도 전시되어 있다. 특별전이 지하 두 개 층에 걸쳐서 전시되어 아시아 미술관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전시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조선시대 수묵화와 백자들을 모아 놓은 전시실을 지나면,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이렇게 현대 한국화가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으나, 사실 위기주부는 작년 5월에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올리며 소개했던 그림을 직접 보러 왔는데 끝까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검색을 해보니... 는 처음 6주만 전시되고 종이 상태에 문제점이 발견되어서 혼자 먼저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단다. 흑흑~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해서 출처와 함께 전시회에 관한 상세기사를 보실 수 있음) 나머지 전시물들은 워싱턴DC에서 2월 1일까지 공개되고, 그 후 3월부터 7월까지는 시카고미술관에서, 그리고 9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대영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기며 전시될 예정이라 한다. 아랫층의 출구쪽에는 처음 입구의 를 떠올리는 형태로 소품들을 전시해 놓아서 '수미상관'의 전체 구성을 만들었다. 4년전의 국립 아시아미술관 방문기를 클릭해서 직접 보실 수 있듯이, 그 때와 비교해 다른 전시들도 완전히 새로웠지만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지상층에 그냥 비어있던 로비가 이렇게 문게이트 카페(Moongate Cafe)로 변신한게 가장 큰 볼거리였다. 우리도 차 한잔의 여유를 좀 부릴까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포기했고, 대신에 내셔널몰 건너편의 국립 자연사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도 전시들이 일부 바뀌어서 사진을 좀 찍어서 한 편 써볼까 하다가, 밀린 여행기도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그냥 대부분 눈으로 구경만 했다. 늘 그렇듯이 2층의 광물과 보석 전시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저주의 호프 다이아몬드' 사진은 희망찬 새해 첫 포스팅과 어울리지 않는 듯 해서 건너뛰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현 시국에 맞춰서, 블로그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도 운수대통하시라고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금덩어리들 사진만 한 장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며 2026년의 첫번째 글을 마친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라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구순 생신과 처조카의 결혼식

오랜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라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구순 생신과 처조카의 결혼식

지난 5월초에 두 주도 채 안 되는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왔다. 2년전의 한국방문은 블로그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등산을 하며 찍은 사진들 위주로 한 편의 추억으로 여기 남겨놓으려 한다~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탄 텍사스 댈러스 공항이 악천후로 셧다운되어 활주로에서 2시간반 넘게 갇혔던 것을 포함해서, 전체 20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목요일 오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다. 바로 다음날 친구들과 만나려 미리 연락을 했더니 '샌드위치' 휴일이라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조금 일찍 만나서 간단한 등산을 한 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처형과 아내와 함께 명동과 종로를 둘러본 후 헤어져,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서울에 살았었지만, 사진에서 광화문 서쪽으로 보이는 암봉이 인왕산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그 전까지는 그냥 아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듯... 겸재 정선이 75세였던 1751년에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로 국보 제216호이다. 제목의 '제색'이란 말이 비 갤 제(霽)를 사용해서 비가 그친 뒤 하늘의 빛깔이나 풍경을 뜻한다는 것과, 정선이 60년지기 친구인 시인 이병연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 그림을 그렸으나 그는 완성 4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역시 처음 알았다. 친구들을 따라 서촌의 골목길을 제법 올라가니, 민족 시인 윤동주가 하숙을 했던 집터라는 표식이 나왔다. 위기주부가 그 옛날 재수생 시절에 광안리 밤바다를 바라보며 암송했던 이 여기서 씌여졌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주택가가 끝나고 작은 공원이 만들어진 곳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판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이 등산을 제안한 가운데 뒷모습의 친구는 중학교 때 만났으니 위기주부의 40년지기인 셈이고, 다른 두 명도 대학교 다닐때 알게 되었으니 30년이 넘었다. 공원의 멋진 노송들 사이로 돌다리 하나가 살짝 보이는데, 40년지기가 저 돌다리도 정선의 그림에 등장을 했다길래... '복습의 달인' 여행 블로거 자세로 또 열심히 찾아보았다. 겸재 정선의 중의 수성동계곡(水聲洞溪谷)으로 갓을 쓴 선비들의 뒤로 이 돌다리가 그려져 있다. 다리가 놓여진 바위 협곡이 제법 깊어서 '물소리[水聲]'가 우렁차 수성동으로 불렸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직접 돌다리를 건널 수는 없도록 막아놓은 듯 하다. 산자락을 따라 놓여진 자동차 도로를 건너자 등산로는 바로 산비탈을 급하게 올라가는 계단으로 바뀌었고, 잠시 쉬면서 고개를 돌리니 서울 도심의 빌딩들 위로 솟아있는 남산과 그 꼭대기의 서울타워가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거의 나무계단으로만 주능선에 도착하니 새로 만든 반질반질한 성곽이 정상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게 놀라웠다. 인왕산 주능선은 한양도성의 일부로 '서울 성곽길'에 포함되며, 현재 북한산성 및 탕춘대성과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이렇게 힘들게 복원을 진행하고 있단다. 마지막 급경사는 따로 설치한 철제계단과 바위를 깍아서 만든 돌계단으로 올라야 했고,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제법 험한 등산로가 발아래로 펼쳐져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와서 이런 바위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과 또 등산로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게 신기했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지 정확히 24시간만에 위기주부는 친구들과 해발 338.2미터의 인왕산 꼭대기에 올랐다! ㅎㅎ 정상 표식은 저기 세워져 있지만,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가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올라가서는, 미국 LA에 살 때 동네 등산에서 자주하던 360도 비디오를 찍어봤다~ 북한산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돈 후에 청와대를 확대하는 것으로 끝나는 영상을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멀리서 온 벗을 위해 친구들이 힘 좀 썼는지, 미세먼지도 별로 없는 맑은 날씨라서 서울의 동서남북은 물론이고 아주 멀리 살짝 서해 바다의 반짝임까지 보이는 듯 했다. 청와대에서 경복궁을 지나 남산까지는 따로 고해상도 사진도 와이드로 뽑아서 하나 올려놔 본다. 좁은 꼭대기 바위에 4명이 다 올라와서는 50대 중반 아저씨들의 단체 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올라왔던 등산로의 마지막 돌계단만 내려간 다음에 나오는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따라서 한바퀴 도는 코스로 하산을 했다. 하산길 중간에 종로구에서 잘 만들어 놓은 넓은 전망대가 있어서, 친구가 미리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경복궁 위쪽으로 하얗게 솟아 보이는 롯데월드타워가 참 높기는 했고, 가까이 보이는 청와대는 앞으로 개방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해서 이번에 한 번 들어가볼까 했지만, 표도 구하기 어렵고 그렇게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아서 관뒀다. 저녁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먹자골목에서 유명하다는 체부동 잔치집을 찾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금발의 백인들이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있는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우리는 비록 지하이기는 했지만 기다리지 않고 넓은 테이블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곧이어 다른 멤버 둘이 더 참석해서 모두 6명이 잔치국수로 식사를 하고 두부김치와 골뱅이 등등을 안주로 다양한 막걸리를 골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에 남친과 함께 따로 입국하는 딸의 마중을 나가야했기 때문에, 2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과 아쉽게 1차로만 끝내고 헤어졌다. 이 자리를 빌어 연휴에 힘들게 시간을 내어서 만나준 오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내려, 처형댁으로 가는 시내버스 환승을 기다리며 찍은 모습이다. 그 옛날에 여기 고층건물이라고는 중앙 왼쪽에 보이는 하얀색 '국제빌딩'과 입주를 앞두고 있던 '시티파크' 주상복합, 그리고 한강대교를 건너오면 제일 먼저 나왔던 아내의 회사 빌딩 뿐이었는데... 그냥 이 사진으로 글을 끝낼까 하다가, 그래도 4장만 추가해서 이 후의 한국방문 일정도 대강 기록해 놓는다. 일요일에는 북촌에서 딸 커플을 만나 점심만 함께 먹고는 헤어져서, 익선동으로 걸어가는 길에 운현궁에서 운좋게 마당놀이를 잠깐 구경했다. 월요일에는 결혼식 준비를 도와드리러 '고터'를 갔었고, 화요일에 KTX를 타고 창원 처가집으로 내려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수요일 저녁에 부산 형님댁에서 아버지 구순 생신을 축하했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증손자와 함께 촛불을 끄시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캐나다에 사는 꼬마누나 부부도 시간을 맞춰 한국을 방문해서, 아버지의 다섯 자녀가 모두 부부동반으로 함께 모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다음날 점심까지 누나들과 같이 먹은 후에 창원으로 돌아갔다가 금요일에 서울로 다시 귀경했다. 토요일 결혼식에서 위기주부는 신부측 접수대를 지키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예식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동서 형님이 딸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시작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저렇게 서있을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 일요일 점심은 아직도 연락하는 고마운 옛날 회사 동료 둘을 안양에서 만났고, 월요일에는 빈 여행가방을 채우기 위해 남대문 시장과 코스트코에서 '폭풍쇼핑'을 했다. 화요일 오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로 또 댈러스를 경유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DC행 미국 국내선 이륙 직전에 핸드폰 통화를 그만하라는 승무원의 지시에 불응한 앞자리의 여성을 게이트로 돌아가 강제로 내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던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라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구순 생신과 처조카의 결혼식

오랜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라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구순 생신과 처조카의 결혼식

지난 5월초에 두 주도 채 안 되는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왔다. 2년전의 한국방문은 블로그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등산을 하며 찍은 사진들 위주로 한 편의 추억으로 여기 남겨놓으려 한다~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탄 텍사스 댈러스 공항이 악천후로 셧다운되어 활주로에서 2시간반 넘게 갇혔던 것을 포함해서, 전체 20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목요일 오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다. 바로 다음날 친구들과 만나려 미리 연락을 했더니 '샌드위치' 휴일이라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조금 일찍 만나서 간단한 등산을 한 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처형과 아내와 함께 명동과 종로를 둘러본 후 헤어져,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서울에 살았었지만, 사진에서 광화문 서쪽으로 보이는 암봉이 인왕산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그 전까지는 그냥 아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듯... 겸재 정선이 75세였던 1751년에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로 국보 제216호이다. 제목의 '제색'이란 말이 비 갤 제(霽)를 사용해서 비가 그친 뒤 하늘의 빛깔이나 풍경을 뜻한다는 것과, 정선이 60년지기 친구인 시인 이병연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 그림을 그렸으나 그는 완성 4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역시 처음 알았다. 친구들을 따라 서촌의 골목길을 제법 올라가니, 민족 시인 윤동주가 하숙을 했던 집터라는 표식이 나왔다. 위기주부가 그 옛날 재수생 시절에 광안리 밤바다를 바라보며 암송했던 이 여기서 씌여졌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주택가가 끝나고 작은 공원이 만들어진 곳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판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이 등산을 제안한 가운데 뒷모습의 친구는 중학교 때 만났으니 위기주부의 40년지기인 셈이고, 다른 두 명도 대학교 다닐때 알게 되었으니 30년이 넘었다. 공원의 멋진 노송들 사이로 돌다리 하나가 살짝 보이는데, 40년지기가 저 돌다리도 정선의 그림에 등장을 했다길래... '복습의 달인' 여행 블로거 자세로 또 열심히 찾아보았다. 겸재 정선의 중의 수성동계곡(水聲洞溪谷)으로 갓을 쓴 선비들의 뒤로 이 돌다리가 그려져 있다. 다리가 놓여진 바위 협곡이 제법 깊어서 '물소리[水聲]'가 우렁차 수성동으로 불렸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직접 돌다리를 건널 수는 없도록 막아놓은 듯 하다. 산자락을 따라 놓여진 자동차 도로를 건너자 등산로는 바로 산비탈을 급하게 올라가는 계단으로 바뀌었고, 잠시 쉬면서 고개를 돌리니 서울 도심의 빌딩들 위로 솟아있는 남산과 그 꼭대기의 서울타워가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거의 나무계단으로만 주능선에 도착하니 새로 만든 반질반질한 성곽이 정상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게 놀라웠다. 인왕산 주능선은 한양도성의 일부로 '서울 성곽길'에 포함되며, 현재 북한산성 및 탕춘대성과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이렇게 힘들게 복원을 진행하고 있단다. 마지막 급경사는 따로 설치한 철제계단과 바위를 깍아서 만든 돌계단으로 올라야 했고,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제법 험한 등산로가 발아래로 펼쳐져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와서 이런 바위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과 또 등산로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게 신기했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지 정확히 24시간만에 위기주부는 친구들과 해발 338.2미터의 인왕산 꼭대기에 올랐다! ㅎㅎ 정상 표식은 저기 세워져 있지만,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가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올라가서는, 미국 LA에 살 때 동네 등산에서 자주하던 360도 비디오를 찍어봤다~ 북한산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돈 후에 청와대를 확대하는 것으로 끝나는 영상을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멀리서 온 벗을 위해 친구들이 힘 좀 썼는지, 미세먼지도 별로 없는 맑은 날씨라서 서울의 동서남북은 물론이고 아주 멀리 살짝 서해 바다의 반짝임까지 보이는 듯 했다. 청와대에서 경복궁을 지나 남산까지는 따로 고해상도 사진도 와이드로 뽑아서 하나 올려놔 본다. 좁은 꼭대기 바위에 4명이 다 올라와서는 50대 중반 아저씨들의 단체 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올라왔던 등산로의 마지막 돌계단만 내려간 다음에 나오는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따라서 한바퀴 도는 코스로 하산을 했다. 하산길 중간에 종로구에서 잘 만들어 놓은 넓은 전망대가 있어서, 친구가 미리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경복궁 위쪽으로 하얗게 솟아 보이는 롯데월드타워가 참 높기는 했고, 가까이 보이는 청와대는 앞으로 개방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해서 이번에 한 번 들어가볼까 했지만, 표도 구하기 어렵고 그렇게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아서 관뒀다. 저녁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먹자골목에서 유명하다는 체부동 잔치집을 찾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금발의 백인들이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있는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우리는 비록 지하이기는 했지만 기다리지 않고 넓은 테이블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곧이어 다른 멤버 둘이 더 참석해서 모두 6명이 잔치국수로 식사를 하고 두부김치와 골뱅이 등등을 안주로 다양한 막걸리를 골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에 남친과 함께 따로 입국하는 딸의 마중을 나가야했기 때문에, 2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과 아쉽게 1차로만 끝내고 헤어졌다. 이 자리를 빌어 연휴에 힘들게 시간을 내어서 만나준 오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내려, 처형댁으로 가는 시내버스 환승을 기다리며 찍은 모습이다. 그 옛날에 여기 고층건물이라고는 중앙 왼쪽에 보이는 하얀색 '국제빌딩'과 입주를 앞두고 있던 '시티파크' 주상복합, 그리고 한강대교를 건너오면 제일 먼저 나왔던 아내의 회사 빌딩 뿐이었는데... 그냥 이 사진으로 글을 끝낼까 하다가, 그래도 4장만 추가해서 이 후의 한국방문 일정도 대강 기록해 놓는다. 일요일에는 북촌에서 딸 커플을 만나 점심만 함께 먹고는 헤어져서, 익선동으로 걸어가는 길에 운현궁에서 운좋게 마당놀이를 잠깐 구경했다. 월요일에는 결혼식 준비를 도와드리러 '고터'를 갔었고, 화요일에 KTX를 타고 창원 처가집으로 내려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수요일 저녁에 부산 형님댁에서 아버지 구순 생신을 축하했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증손자와 함께 촛불을 끄시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캐나다에 사는 꼬마누나 부부도 시간을 맞춰 한국을 방문해서, 아버지의 다섯 자녀가 모두 부부동반으로 함께 모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다음날 점심까지 누나들과 같이 먹은 후에 창원으로 돌아갔다가 금요일에 서울로 다시 귀경했다. 토요일 결혼식에서 위기주부는 신부측 접수대를 지키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예식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동서 형님이 딸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시작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저렇게 서있을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 일요일 점심은 아직도 연락하는 고마운 옛날 회사 동료 둘을 안양에서 만났고, 월요일에는 빈 여행가방을 채우기 위해 남대문 시장과 코스트코에서 '폭풍쇼핑'을 했다. 화요일 오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로 또 댈러스를 경유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DC행 미국 국내선 이륙 직전에 핸드폰 통화를 그만하라는 승무원의 지시에 불응한 앞자리의 여성을 게이트로 돌아가 강제로 내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던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국립광주박물관 - 어느 수집가의 초대

Dark Ride of the Glasmoon|2022년 10월 29일

발단은 지난 여름 리움 미술관에 갔을때 중요한 미술품들의 빈자리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보러 과천 미술관에 갔을때 본의아니게(?) 컬렉션의 일부를 보았죠. 예약 전쟁이라 할 정도로 요란을 떨 필요까지 있나 싶어 저까지 동참할 생각은 전혀 없었건만 서울 전시를 끝내고 10월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순회 전시를 한다기에, 어차피 광주 한 번 가야겠다 하던 참이어서 겸사겸사 기어코 가보고야 말았습니다. -_- 이건희씨 사후 국가에 기증된, 전체 약 2만 3천여 점에 달한다는 동서고금의 방대한 수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되다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습니다. 이중섭 특별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남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