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상

포스트: 12|조회수: 0|CIVI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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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Brazil (1985)

브라질 Brazil (1985)

멧가비|2016년 11월 30일

영화 속 디스토피아는 타이트하게 얽힌 회색의 관료제 사회. 대책없이 얽히고 섥힌 데다가 서류 없이는 수리할 수도 없는 주인공 샘 라우리의 아파트 보일러 배관은 영화가 비판하는 관료제의 상징이다. 표현주의 양식을 본뜬 각진 빌딩들은 분명히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비인간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보일러 배관계의 슈퍼히어로와도 같은 해리 터틀은 반체제를 상징한다. 체제에 반하지만 그 체제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 바꿔 말하면 체제 아래에서만 반체제도 그 존재 의미를 갖는 모순이다. 샘의 아파트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정부 지정 업체의 보일러공들의 추적과 감시가 있기 때문에 터틀의 사보타주가 영웅적 행위로 상대 평가된다. 영화 속과 같은 디스토피아가 아니었다면 지극히 평범했을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멧가비|2016년 11월 2일

기예르모 델 토로는 원래 일본 서브컬처의 오랜 팬으로 잘 알려져있다. 따라서 본작 역시 델 토로의 개인 취향으로 가득할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본 영화는, 델 토로가 레퍼런스로 삼았을 장르에 대해 그저 경의를 표하는 것을 넘어 그것들을 뛰어 넘으려는 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물론 그 야심의 결과물이, 델 토로와 같은 장르에 열광했던 동족(同族)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다른 문제다. 거대 괴수와 슈퍼 메카, 애초에 다른 결을 갖는 두 서브컬처 소재를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해당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 섞는 것은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먹만한 기계 장치와 늙은 뱀파이어로 영화를 찍던 감독이 건물보다 큰 로봇과 괴수의 싸움을 그리는 시도를 했다. 그 야심만큼 덩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멧가비|2016년 9월 23일

잠자는 사자의 콧털도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닌데, 영원한 잠에 빠졌던 종을 되살림에 있어서 자본가의 이상은 충분한 고찰을 거치지 않았다. 금지된 영역을 건드린 자본가와 과학자들 앞에서 공룡들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어 자신을 창조한 자들을 저주한다. 사육할 수 있는 짐승에 불과할 거라 믿었던 공룡은 인간이 통제에 사용한 기술의 헛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전기가 끊긴 철조망을 찢고 개구리의 DNA를 이용해 교미의 통제 마저 깨부순 공룡들은 어쩌면 오만하게도 신의 영역에 침범한 인간들을 향한 대리 심판자였을 것이다. 또한 영화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과 자본의 논리,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잃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물 중 하나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악천후가 모든 일을

걸즈 앤 판처 der FILM ガールズ&パンツァー 劇場版 (2016)

걸즈 앤 판처 der FILM ガールズ&パンツァー 劇場版 (2016)

멧가비|2016년 9월 17일

이것은 영화 리뷰 이전의, 일종의 체험 수기다. 4DX의 첫 체험은 놀라웠다. 첫 체험이 걸판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 미묘했으나 반전. 4DX를 위해 만들어진 극장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최적화. 초입 약 30분 간은 TV판과 OVA의 요약이라더라. 예습하고 간다면 30분 쯤 늦게 입장하거나 입장 후 나가서 담배 타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반드시 그게 좋다. 3시간 가까이의 4DX 체험, 허리 아프다. 디스크가 도진 듯. 전차도 시합 시퀀스의 4DX는 신난다. 좌석은 흔들리고 위 아래로 바람을 뿌려 전차와 포탄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구현했으며 비가 내리는 장면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 실제 물을 뿌린다. 다만 스모그를 뿌리는 타이밍이 조금 늦다. 여의도 CGV만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