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사랑'은 과연 받아줄 수가 있는 개념일까? '내 사랑을 받아줘'와 '내 사과를 받아줘' 만큼 받는 사람을 난감하게 하는 선물이 없다. 받는다고 내 마음에 간직할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사랑을 해주면 사랑을 받아주는 것일까? 저 사람의 잘못이 더 이상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사과를 받아주는 것일까? 받을 수도 없고 보관할 수도 없는 사랑과 사과를 '개념적으로나마'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지 않나 싶다. 역사상 가장 큰 태풍이 몰려와 온 동네를 휩쓸고 지나가도, 무릎까지 푹푹 빠질만큼의 폭설이 왔다 지나가도, 신기하게도 매일 아침 해는 뜨고 나무의 색깔은 바뀐다. 그리고 시계는 멈추지 않고 또각또각. 지금의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일상들이 모여 내 삶이라는 커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