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른 도시나 아니면 전세계에서 이런 경우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북버지니아에서 광역 전철인 메트로(Metro)를 타고 워싱턴DC로 가는 경우에 편도로 주중(Weekday, 5:00 am - 9:30 pm) 요금은 6불이고, 주말(Weekends) 및 공휴일 요금은 2불로 그 차이가 3배나 된다! 게다가 실버라인은 덜레스 국제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데도, 좌석의 반 이상이 찬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텅텅 비어서 운행된다. 제목과는 관계없는 엉뚱한 푸념으로 시작을 했는데, 그래서 혼자 시간이 남는 토요일을 노려 지하철을 타고 DC 시내로 '하이킹'을 갔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서 마침내 실행에 옮긴 하이킹 코스로, 가운데 아래쪽 Federal Center SW 역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의사당을 감싸고 돌아 Capitol South Station까지 약 4마일이다. 물론 1시간반 동안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로상의 여러 기념물, 동상, 박물관 등을 구경하는게 주목적이었는데, 그 갯수가 20개가 넘어서 5~6편으로 나누어 차례로 소개하는 시리즈의 1탄이다. 참고로 그 장소들 중에서 아내가 관심있어 할 곳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하나 뿐이라서, 거기는 언제든지 모시고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
역이름 그대로 연방정부 건물만 가득한 거리를 한 블럭 지나니까, 미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을 배경으로 성조기가 펄럭이고 하얀 대리석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나오는데, 2014년에 개관을 한 미국 상이군인 기념물(American Veterans Disabled for Life Memorial)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군복무 중에 교전이나 사고로 불구가 된 상이용사들의 이야기가 5겹으로 세워진 강화유리에 새겨져 있고, 유리 뒤쪽으로는 실루엣이 그려진 4개의 청동판 조각도 겹쳐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보이는 은행나무들은 매년 11월 11일인 '참전용사의 날' 베테랑스데이(Veterans Day) 전후로 노랗게 물든단다.
삼각형 부지의 북쪽 바닥에는 별 모양의 연못이 만들어져 있고, 그 가운데 작은 장치에서 물 위로 불을 뿜도록 설계되어 있다지만, 당시는 물도 불도 모두 없어서 아래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가져와 대표사진으로 보여드린다. (구글맵으로 위성사진을 보시려면 클릭)
물 위로 불이 솟구치는 이런 모습을 실제로 보면 상당히 멋질 것 같은데, 타지 않고 새어나온 가스 냄새가 좀 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노랗게 단풍이 든 맑은 가을철 해질녘에 방문하면, 물결에 반사되는 화염과 투명한 유리벽 등으로 아주 멋진 사진을 건질 수도 있단다.
상이군인 기념관에서 대각선의 Washington Ave를 건너면, 안내판에 그려진 국립식물원(US Botanic Garden) 지도의 남쪽 역삼각형 부분인 바르톨디 분수정원(Bartholdi Fountain and Gardens)이 나오는데,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제작한 프랑스의 조각가 Frédéric Bartholdi 이름에서 따왔다. 사진 가운데의 2층 건물은 식물원 관리소였지만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았었다.
그가 1876년에 조각한 램프타워가 동그란 분수의 중앙에 있어서 그렇게 부르지만, 역시 분수의 물도 램프의 불빛도 없었다... "올가을에 지하철 하이킹 한 번 더 와야되나? 흑흑" 자동차 도로 너머에 있는 거대한 유리온실의 내부 전시와 다른 정원들의 모습은 여기를 클릭해서 작년의 방문기를 보시면 되고, 이 날은 식물원 구경은 생략하고 바로 남북 방향의 First St를 따라 의사당 서쪽의 다른 기념물로 향했다.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뻗은 Maryland Ave가 시작되는 곳에 미국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James A. Garfield)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하이오 주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1880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되어 이듬해 3월에 취임했지만, 불과 약 4개월 후에 공직을 주지 않는데 불만을 품은 같은 당원이 쏜 총에 맞아, 2개월을 더 병석에 있다가 사망한 비운의 대통령이다.
1887년에 완성된 가필드 모뉴먼트(Garfield Monument)의 기단에는 로마 복장의 남성 3명이 배치되었는데, 각각이 그의 대학교수, 군인, 정치가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란다. 재임기간이 짧아 업적이라 할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흔히 '고양이 가필드'보다 유명하지 않다고 놀림을 받지만, 그 고양이 이름이 만화가의 할아버지 미들네임에서 유래했는데, 가필드 대통령의 성을 따랐던 것이라고 하니 둘이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나저나, 내년 1월에는 둘 중에 누가 저기서 대통령 취임식을 또 하게 될까? 참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다..."
내셔널몰(National Mall) '국립 잔디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랜트 기념상(Ulysses S. Grant Memorial)에 대해서는 재작년 여름의 여행기를 클릭해서 뒷부분을 보시면 되기 때문에, 뒷모습 사진 한 장만 보여드리고 그냥 지나간다~
북서쪽으로 백악관까지 이어져서 도로 자체가 하나의 국립사적지인 Pennsylvania Ave 설명은 멀리 왼편에 보이는 시계탑에 올랐던 여행기를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여기 시작점에는 높이 44피트의 하얀 대리석 조각인 평화 기념비(Peace Monument)가 세워져 있는데, 의사당을 향하는 뒷면의 여성은 '평화(Peace)'를 상징한다.
정면 꼭대기에 얼굴을 가리고 우는 '비통(Grief)'이 석판을 들고 있는 '역사(History)'의 어깨에 기대어 있고, 그 아래에는 '승리(Victory)'가 월계관을 들고 있다. 그리고 아래쪽의 아기는 좌우가 각각 전쟁의 신 마스(Mars)와 바다의 신 넵튠(Neptune)을 묘사한 것으로, 남북전쟁에서 숨진 해군과 선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1878년에 여기 만들어졌다. 이제 방향을 바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걸어가 보자~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현대미술 전시관인 내셔널갤러리 동관인데, 처음 보는 왼편의 커다랗고 하얀 야외조각은 미국인 조각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작품이란다. 내부 전시와 함께 오른편 '파란 닭'이 있는 옥상에서 이 쪽을 내려다 본 모습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고, 이제 저 건물의 바로 북쪽에 있는 다른 동상들을 또 찾아 3rd St 횡단보도를 건넌다.
여기를 클릭해서 방문기를 보실 수 있는 게티스버그 전투(Battle of Gettysburg)의 북군 사령관을 기념하는 조지 G. 미드 기념물(George Gordon Meade Memorial)이 미술관 동관의 바로 북쪽에 있는데, 그의 출신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1927년에 여기 기증한 것이라서, 머리 위에 금색으로 번쩍이는 것이 펜실베니아 주의 문양이다. 가운데 군복을 입은 미드의 망토를 좌우에서 벗기고 있는 왼쪽의 남성은 '충성(Loyalty)'을, 오른쪽의 여성은 '기사도(Chivalry)'를 상징하고,
(이 날 하늘이 파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나체의 여성은 '명성(Fame)'을, 그녀와 팔을 끼고 얼굴만 살짝 보이는 남성은 '열정(Energy)'을 나타내는데, 미드 장군이 이러한 덕목들은 모두 갖춘 명장임을 의미한단다.
칼과 방패를 끼고 정반대편에 무섭게 서있는 남성은 '전쟁(War)'으로, 그의 어깨에서 나온 날개가 조각의 위쪽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중요부위만 살짝 가리고 있는 남성은 '무용(Military Courage)'이고, 그 왼쪽에 정면을 응시하는 남성은 '진보(Progress)'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남북전쟁 장군들의 동상이 기마상인 것과는 달리, 이렇게 원통형 기단 위에 미드(Meade)를 포함해서 총 8명의 인물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특이하고 멋진 기념물이었다.
미드 기념물의 배경이던 건물은 연방법원으로 여기서 북쪽으로 3rd St와 6th St 사이에는 많은 법원과 경찰서 등이 모여있는데, 시리즈 2탄에서 자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그 구석에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입은 분이 계신데, 기단에 블랙스톤이라 되어 있지만, 같은 이름의 세계 최대 사모펀드와는 관계가 없고... 18세기 영국의 법학자인 Sir William Blackstone으로 당시 영국법 전반을 체계화하고 해설한 그의 저서가 독립전쟁 전후의 미국법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1943년에 이 자리로 옮겨왔단다.
1989년에 신축된 캐나다 대사관 건물이 특이하게 법조단지 안에 있고, 그 왼편에 국립공원청의 내셔널몰 브로셔 지도에 '뉴시엄(Newseum)'이라 표시된 건물이 있다. 뉴스와 저널리즘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박물관으로 1997년에 개관했었지만 2019년말에 문을 닫았고, 현재는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경영대학원이 입주해 있다. 이상의 5곳 정도로 1탄은 마치고, 계속해서 Pennsylvania Ave를 따라 서쪽으로 더 걸어가면 나오는 동상과 기념물들은 간격을 두고 이어질 2탄에서 보여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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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에 자살테러범들에게 납치된 미국 여객기는 모두 4대로,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2대 및 워싱턴DC 인근 미국방부 청사 펜타곤에 1대가 각각 충돌했고, 나머지 1대는 승객들의 영웅적인 저항으로 펜실베이니아 주의 외딴 섕크스빌 벌판에 추락했다. 그 중에 이미 잠깐 보여드린 적이 있는 뉴욕 9/11 Memorial & Museum은 맨하탄 다운타운 관광지에 있어서 대부분 아시고 방문한 사람들도 많지만, 이제 소개하는 펜타곤 메모리얼(Pentagon Memorial)은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갈 이유는 별로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별볼일 없는' 곳들 시리즈로 위기주부가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정면의 '육군해군 도로(Army Navy Dr)' 표지판 아래 보이는 벽같은 것은 버지니아와 DC의 남쪽을 연결하는 395번 고속도로로 진출입로를 모두 포함하면 왕복 20차선쯤 된다. 횡단보도를 따라가서 그 아래를 보행자 터널로 지나가게 되는데, 그 길이가 무려 550피트(약 170m)나 된다.
터널을 빠져나온 위치의 구글 스트리트뷰로 펜타곤 메모리얼로 가는 방향 표지판 아래에 사진촬영 금지와 드론 금지 표시가 보인다. 아무래도 저 정면에 보이는 펜타곤 청사의 오각형 모습과 메모리얼의 위치 등을 위성사진으로 보여드리는게 좋을 듯 해서 아래 사진을 가져왔다.
파란선으로 표시된 Pentagon Memorial 바닥의 흰색 사선 방향으로, 인근 덜레스 공항을 출발해 LA로 향하던 아메리칸 항공 77편이 U턴을 해와서 건물 서쪽면에 충돌했던 것이다. 찾아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건물 동쪽의 지하철 Pentagon Metro 역에서 내리는 것이고, 위기주부처럼 차를 가지고 왔다면, 고속도로 남쪽의 펜타곤 시티에 주차하면 되는데, 패션센터(Fashion Centre)의 주차타워는 무조건 요금을 받기 때문에, 그 서쪽의 Pentagon Row 쇼핑몰의 1시간 무료주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방향 안내판을 따라 많은 순찰차들을 지나서 펜타곤 메모리얼(Pentagon Memorial)에 도착을 했는데, 여기는 주변 주차장과 지하철 역까지 포함한 넒은 펜타곤 영내에서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테러범 5명을 제외한 희생자 184명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로 적혀 있는데, AA 77편 탑승객이 59명이고 펜타곤 건물에 있던 사람이 125명이다. 그 앞에는 추모를 의미하는 흑백의 성조기 3개가 꽂혀 있는데, 각각 가운데의 빨간선은 소방대원, 녹색선은 연방 공무원 또는 군인, 그리고 파란선은 경찰관을 상징한다.
건물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추모 정원이 시작되는 경계에 "SEPTEMBER 11, 2001 9:37 AM"로 비행기가 충돌한 일시가 바닥에 새겨져 있고, 그 안쪽으로 18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184개의 벤치가 출생연도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땅과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는 벤치의 끝에는 사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아래 작은 연못은 계속 물결이 일면서 조금씩 흐르도록 만들어졌단다. 이 벤치 위에는 작은 레고와 장난감이 놓여져 있는데, 비행기에 탑승했던 어린이의 추모비이기 때문이다...
벤치의 끝이 건물쪽을 향하는 것은 비행기 탑승객, 반대쪽을 향하는 것은 펜타곤 상주자의 추모비에 해당한다.
겨울이라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다른 방문객도 없어서 추모 공간이 더욱 적막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여기가 국방부 청사 아니랄까봐, 좌우로 로켓 발사기를 단 공격용 헬리콥터 한 대가 저공비행으로 북쪽으로 날아갔다.
정원을 거의 한바퀴 돌아서 다시 출생연도 줄들의 가운데로 왔는데, 여기쯤에서 비행기가 전속력으로 정면에 보이는 펜타곤 건물의 1층과 2층 사이에 충돌을 했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부분이 1년만에 재건설된 충돌지점으로 매년 9/11 전후로는 대형 성조기가 드리워지고, 좌우로는 푸른색 조명이 건물 서쪽면을 비춘다. 큰 의미는 없지만 특이한 사실로는 펜타곤이 공식적으로 착공식이 열렸던 날짜가 1941년 9월 11일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현재로는 184개의 벤치가 전부인 곳이라서, 이것으로 펜타곤 메모리얼 둘러보기는 끝이다. 참고로 벤치 아래 각각의 연못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밤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훨씬 멋있다. 물론 추모 공간의 사진을 멋있다고 하는게, 좀 실례가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추모 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철조망 너머의 Washington Blvd 건너편에 비지터센터를 건설해 여기와 연결시키는 것이 추진되고 있단다. 뉴욕 맨하탄 사고 장소는 2014년부터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고, 영화 <플라이트 93>으로도 제작된 유나이티드 93편의 펜실베니아 주 추락 지점은 이듬해 Flight 93 National Memorial로 지정되어 2011년에 비지터센터가 만들어져서, 3곳 중에 펜타곤만 기념관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보너스로 사진의 교통표지판 뒤로 날카로운 3개의 구조물이 솟아있는 것에 대해 설명드리고 끝낸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만들어진 미공군 기념물(United States Air Force Memorial)은 최고 높이 82 m의 3개의 스테인레스 첨탑으로 세워졌는데, 곡예비행팀 썬더버드(Thunderbirds) 전투기 3대가 "bomb burst" 모드로 비행하는 것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이 날의 원래 계획은 여기도 직접 방문하려고 했었지만, 이 직전에 방문했던 국립사적지에서 1시간 동안이나 황제투어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 건너뛰었기 때문에 위키에서 가져온 사진 1장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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