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블레드(Bled) 호수' 드라마 흑기사 배경 블레드(Bled) 호수는 슬로베니아의 에메랄드이다. 알프스의 만년설 한 자락은 어느해,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잠시 녹았다가 긴 여정을 시작했을 것이다. 고려청자 같은 블레드의 이 청량한 비취색 물은 다섯 나라에 걸쳐 있는 알프스를 얼마나 돌고돌았기에 이다지도 맑을까. 율리안 알프스는 남쪽 아드리아해로 달음질 치다 블레드에서 끝을 맞았다. 성녀 율리아는 알프스가 끝 맺는 이곳에 가장 맑은 옥수(玉水)를 모아둔다. 알프스가 믿음직스럽게 블레드를 굽어보는 가운데, 호수 한복판엔 성모(聖母)가 승천했다는 섬이 있고,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가장 낮은 문턱의 고성(古城)이 있다. 아는 귀족만 알던 블레드는 이제 슬로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