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의 역할은 여전히 애매하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두루 참여하고 있지만 진두지휘하는 수준은 아니다. 콤비나 다름없는 킵루츠, 본인이 속한 클로버의 미스터 타이푼과 길미 등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동료들이 이번에도 자기 일인 양 발 벗고 나섰다. 게다가 네 편의 수록곡 모두 객원 보컬 길미와 제례미를 들인 탓에 비중은 더 내려간다. 스태프와 조연의 숨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 또한 모호하다. 이전의 몇몇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은지원은 신작 [Trauma]에서도 래핑과 싱잉을 병행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퍽 인상적이지 않다. 특히 '트라우마'는 버스(verse)의 짤막한 추임새가 부자연스럽고 후렴에서 높은음을 찍을 때마다 갑갑함을 동시에 내보여 흡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