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관광지를 알리는 갈색 도로표지판에 무슨 'National Heritage Area' 또는 'National Heritage Corridor'라고 적힌 것을 가끔 보게 된다. 현재 미국에 55개가 있는 이러한 "국가유산지역"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대통령이 서명해서 지정되는데, 역사와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특정 지역을 국립공원청의 자문과 협력을 받아서 여러 기관이나 개인의 보존 및 개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11월말에 추수감사절 연휴를 집에서 함께 조용히 보낸 딸을 다시 학교에 차로 데려다주고 내려오면서 잠깐 구경한 곳이, 이러한 국가유산지역에 포함되는 뉴욕주의 국립 공원이었다.
허드슨리버밸리 내셔널헤리티지에리어(Hudson River Valley National Heritage Area)는 위의 지도와 같이, 뉴욕시(New York City) 북쪽에서 주도인 올버니(Albany)까지 이어지는 허드슨 강의 계곡 지역으로, 그 안에 약 100개에 달하는 역사/문화/자연 관광지가 모여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글자 배경을 노란색으로 칠한 6곳이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장소인데, 지도를 확대하면 가운데 쯤에 위치한 하이드파크(Hyde Park) 마을에 3곳이 모여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다. (지도에 Val-Kill로만 표시된 곳도 NPS의 독립적인 유닛인 Eleanor Roosevelt National Historic Site임)
밴더빌트맨션 국가유적지(Vanderbilt Mansion National Historic Site)의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이 건물은 본채가 아니고, 미혼 남성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져서 지금은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곳이다.
맨션투어는 목~월요일 하루 4번 정해진 시간에 선착순으로 진행되는데, 1인당 $10의 유료라고 되어있지만... 국립공원 연간회원권을 소지한 경우에는 4명까지는 무료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 2명은 FREE~ ㅎㅎ
작은 전시실 왼편에는 여기서 조금 아래쪽에 살았던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이야기와 함께 하이드파크 동네의 역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이 맨션의 역사는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고, 그 옆으로 여성분이 보고 계시는 밴더빌트 패밀리(Vanderbilt Family)의 가계도를 확대해서 보도록 하자.
제일 위 흑백사진의 Commodore Cornelius Vanderbilt와 그의 맏손자가 지은 제일 왼쪽 사진에 보이는 집인 '브레이커스(Breakers)'에 대해서는 얼마 전 여행기에서 설명을 드렸다.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의 어머니로 유명인이었던 Gloria Vanderbilt가 브레이커스를 지은 코넬리우스 2세의 손녀딸) 할아버지에 이이서 미국 최고의 부자였던 아버지의 유산을 골고루 나눠받은 장성한 8명의 자녀들은 미동부에 도합 40채가 넘는 대저택들을 새로 지었는데, 이 곳은 여섯째인 Frederick William Vanderbilt가 1899년에 완공한 곳으로 유일하게 현재 연방정부가 소유해서 국립 공원으로 개방이 된다.
투어시간이 되어 실내에서 이상과 같은 설명을 레인저로부터 들은 후에, 비지터센터의 옆문을 나서서 맨션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월요일 아침 10시의 첫번째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 총 7명이었다.
자기 집은 아니지만 이런 대저택의 열쇠를 들고 다니며 정문을 열어주는 레인저의 기분도 괜찮을 듯...^^ 건물의 전체 모습은 내부투어를 마치고 나와서 보여드리기로 하고, 일단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보자~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2층까지 천정이 뚫려있는 Entrance Hall에서 레인저가 기본적인 설명을 한 후에, 사방의 방들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식으로 투어가 진행되었다. 앞서 가계도를 자세히 다시 보시면 유산을 나눠받은 8명의 형제자매들 중에서 이 부부만 유일하게 자녀가 없었고, 그래서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던 Frederick은 아내의 조카 Margaret Louise Van Alen에게 이 집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1938년에 죽었다. 원래 왠만큼 부자였던 그녀는 바로 이 집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가격을 낮춰도 팔리지 않았고, 결국 이웃에 살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국립공원청에 그냥 기증을 했던 것이다.
입구 왼편부터 차례로 돌아보면, 제일 작은 이 방은 프레더릭이 업무를 보는 서재(Office)였다고 한다.
그 옆으로 덴(Den)이라고 된 이 방은 남자 손님들을 맞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 곳 답게, 동물 머리의 박제와 그 아래에 엽총 등이 전시가 되어 있다.
주 응접실인 리빙룸(Living Room)에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리면... 이 맨션은 부부가 함께 봄과 가을철에만 짧게 머물렀던 별장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이 집에 거주할 때는 한 번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적이 없고, 늦가을에 주인이 뉴욕 맨하탄 5번가의 저택으로 돌아가면 겨울내내 굳게 잠겨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화려한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즉 '도금시대(鍍金時代)'라는 이름에 걸맞게 벽과 천장에 진짜 금박을 입혀서 사치스럽게 장식한 리셉션룸(Reception Room)의 모습이다.
홀을 건너서 다이닝룸(Dining Room)의 식탁 위에는 "Vanderbilt Holiday"라는 이름으로, 실제 밴더빌트 가문이 맨하탄에서 연말파티를 할 때 준비했던 뷔페 음식의 모형이 차려져 있었다.
Grand Staircase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아내가 1등으로 올라가는데, 저 계단을 두 바퀴를 돌아야 2층이 나왔다.
안주인의 침실인 Mrs. Vanderbilt's Room으로 침대 주위를 대리석 난간과 기둥으로 둘러싼 이유는, 프랑스 왕실의 궁전에서 여왕의 침실을 저런 식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모든 방은 이렇게 입구에서만 볼 수 있고,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는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침실과 연결된 옷을 갈아입는 용도로 사용하는 방인 듯 한데, 이런 내실을 부드와(Boudoir)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남편의 침실은 당연히 별도로 있는데, 내부 보수중이라 가구를 다 빼놓아서 따로 사진은 찍지 않았다.
맞은편에 있는 가장 넓은 손님방인 블루룸(Blue Room)의 모습 등을 구경하고는 하인들이 이용하는 별도로 만들어진 좁은 나무계단을 이용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물품을 보관하는 곳과 함께 하인들의 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주인 부부 두 명이 여기에 머물 때 보통 약 20명의 하인이 함께 살면서 시중을 들었다고 한다.
지하와 연결된 주방을 잠깐 구경하고는 하인들이 다니던 반지하의 옆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밴더빌트 맨션(Vanderbilt Mansion)의 전체 모습인데, 올라가보지 않은 3층까지 포함해서 54개의 방과 21개의 벽난로가 있고, 당시로는 최신의 전기 시설과 중앙 난방장치를 갖추었단다. 특히 철도회사를 운영했던 가문답게 이 곳에 맨션을 지으면서, 하이드파크 마을에 철로와 기차역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허드슨 강을 따라 좀 걸어서 이 저택의 정원인 Formal Gardens를 찾아 와봤다. 입구에 세워진 4개의 흉상은 19세기 미국의 풍경을 묘사한 Hudson River School 운동의 대표적 화가들인 Thomas Cole, Thomas Moran, Albert Bierstadt, 그리고 Sanford Gifford로 최근에 만들어 세운 것이다.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의 까만 커튼이 쳐진 독실에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 걸려있는 Albert Bierstadt (그림을 보시려면 클릭!) 흉상 뒤로 보이는 이층집은 정원사의 오두막이란다.
꽃이 다 떨어진 늦가을이라서 그런지 투어를 한 사람들 중에서도 정원까지 걸어 온 것은 우리 부부 뿐이었다. 저 아래쪽으로도 다른 정원과 함께 조각이 있는 연못도 만들어져 있다고 하지만, 더 걸어가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우리도 그만 돌아섰다.
나중에 꽃 피는 봄이나 단풍이 든 가을에, 우리도 밴더빌트 부부처럼 뉴욕에서 출발해 이 곳을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처음 달려보는 고속도로로 펜실베니아 주를 가로질러 버지니아의 집으로 돌아갔었다. 미래의 그 때에는 허드슨 강변을 따라 계속 걸어서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생가와 도서관도 방문해보고, 또 하이드파크(Hyde Park)에 본교가 있는 세계적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학교의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는 카페에서 식사도 꼭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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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북전쟁과 재건시대가 끝나고 1877년부터 약 20여년간 북부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공업화에 따른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를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즉 '도금시대(鍍金時代)'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찰스 워너가 함께 1873년에 발표한 풍자소설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의 제목에서 유래했단다. 당시 부패한 정경유착과 기업 담합을 통한 독점으로 엄청난 부를 모은 미국의 대자본가들은 말 그대로 진짜 금박을 입힌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았는데, 지난 여름 3박4일 뉴잉글랜드 지역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여행지가 바로 그런 집이었다. 집구경을 하기 전에 먼저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소개되는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s) 주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도록 한다.
1636년에 신앙과 정치적인 문제로 메사추세츠에서 분리된 로드아일랜드는 미국의 독립 당시 13개 식민지에 마지막으로 포함된다. 지도처럼 코네티켓과 메사추세츠 사이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주로 충청북도의 절반이 조금 넘는 크기에 인구도 약 1백만명에 불과하다. 주도인 프로비던스(Providence)에 위치한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를 2015년에 아이비리그 투어로 방문했던 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여행기로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지도에서 가장 큰 애퀴드넥 섬(Aquidneck Island)을 처음 발견한 서양인이 그리스의 로도스 섬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한데서 주의 이름이 유래했고, 이제 소개하는 관광지가 그 섬의 뉴포트(Newport)라는 마을인데, 섬들이 육지와는 다리로 모두 연결이 되어있어서 차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부자들의 여름 휴가지였다는 뉴포트에 있는 더브레이커스(The Breakers)의 주차장에 도착을 했는데, 안내판에 씌여진 입장료 등의 내용은 약 10곳의 이러한 저택들을 함께 관리하는 뉴포트맨션(Newport Mansions)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개장하는 오전 10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동네 드라이브를 좀 하다가 문이 열려있는 다른 '집'에 무심코 잠깐 들어갔다.
모자를 쓴 낙타 두 마리가 정원에 서있는 이 집도 러프포인트(Rough Point)라는 유료투어가 진행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는데, 이처럼 바닷가와 접한 쪽은 대부분이 이런 '울트라 대저택'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우리가 구경할 브레이커스 저택의 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벌써 입구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단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바로 웰컴센터로 안내가 되어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95년에 완공된 70개의 방이 있는 르네상스 스타일의 이 '브레이커스(The Breakers)'라 불리는 대저택은, 작년의 대륙횡단에서 들린 내슈빌 밴더빌트 대학교 여행기에서 설명한 그 밴더빌트의 손자인 Cornelius Vanderbilt II가 지은 것이다. 참고로 그의 할아버지가 미국의 선박과 철도를 장악한 1850년대부터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1885년까지, 30년 이상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차례로 미국에서 최고의 부자였다. (그 후 미국 최고의 부자 자리는 록펠러, 카네기, 포드 등등을 차례로 거쳐...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엘론 머스크)
입구로 들어와 그레이트홀(Great Hall)을 딱 보는 순간에 "아무리 도금시대라고 하지만, 저 금색이 진짜 금일까?" 이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중앙홀 구석에 친절하게 비치된 한글 안내서에 다음과 같이 씌여 있었다. "천장은 바람에 날리는 듯한 하늘을 묘사하도록 그려졌습니다. 도금된 천장은 도토리와 오크 나무 잎과 네 개의 청록색 메달들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는 힘과 장수를 상징합니다."
"Dining Room 장미 색깔의 12 돌기둥들은 견고한 설화 석고 이루어졌습니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와 열두 개의 기둥 촛대들은 최고의 프랑스 Baccarat 크리스털로 만들어졌으며 가스와 전기를 위해 감아졌습니다. 여러분의 50 피트 위 도배된 천장은 Aurora 여신이 새벽을 예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탁은 34 개 의자를 수용할 만큼 만들어졌습니다."
"모자이크식 천장은 이태리 르네상스 스타일의 청색 돌고래와 나뭇잎 디자인의 수천 조각의 대리석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orning Room 은 과일, 꽃, 고전적인 모형들의 화환 조각으로 르네상스 말기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벽난로는 세련된 마노(보석의 일종)와 청색/회색 Campan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금으로 씌운 청동 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서리 벽면들은 백금의 잎과 그리스 신화 뮤즈의 여덟 여신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Music Room 은 가족 결혼식이나 사교 파티의 장소였습니다. 금은 잎, 청색/회색의 Campan 대리석, 거울, 그리고 크리스털 조명 기구 등이 조화를 이루어 저녁 콘서트나 연회를 더욱 빛나게 하였습니다. 이 방과 르네상스 스타일의 가구들은 프랑스에서 Richard van der Boyen 에 의해 디자인되었으며 파리의 Allard and Sons 라는 회사가 만들었고 바로 Newport 로 운반되었습니다. 음악의 영감과 유명한 작곡가들이 천장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적혀있는 분홍색의 한글 안내서가 다른 언어와 함께 놓여있는 것이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인다. 아래 1층에는 이외에도 Breakfast Room, Billiard Room, Library 등이 더 있었지만 다 보여드릴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생략했고, 앞서 사진들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안내서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주인 내외 각각의 침실과 옷방, 화장실 등을 지나는데, 사진도 제대로 안 찍었던 것으로 봐서 뭔가 체질에 안 맞거나 취재를 포기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넷째 딸인 Gertrude Vanderbilt의 침실로 작은 침대 위의 초상화가 그녀의 5살때 모습이라고 한다. 그녀는 조각을 공부하고 1896년에 Harry Payne Whitney와 결혼하는데, 지금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1930년대에 그녀의 주도로 설립된 것이란다.
2층 로지아(loggia)의 아치 너머로 보이는 대서양을 사진에 담고있는 아내의 모습이다. 난간에 가려진 뒷뜰 잔디밭은 높이 30피트의 절벽으로 바다와 만나는데, 그래서 파도가 부서지는 곳이라고 The Breaker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앙홀로 내려가는 계단참에 이 모든 극단의 사치를 가능하게 해준 할아버지 Cornelius Vanderbilt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집주인이 맏손자라서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썼음) 우리 손님들은 레드카펫이 딸린 중앙 계단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그 옆으로 만들어진 하인들이 다니던 좁은 나무계단과 통로를 통해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본 저택에서 떨어져 지어진 부엌으로, 밴더빌트 집안이 여름철에 여기서 지낼 때 약 40명의 하인을 거느렸다고 한다. 여기는 조리실이고 옆으로 팬트리(pantry)와 하인들이 대기하는 방이 따로 있는데, 거기에는 나중에 추가된 전기식 호출기도 벽면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방에는 당시 이 집에서 사용하던 그릇과 찻잔 등의 모조품을 살 수 있는 기념품 가게가 위치하고 있고, 계산대 옆으로 작게 만들어져 있는 쪽문을 통해서 내부투어를 마치고 이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옆문을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집이 한 채 있어서, 문지기의 집인가 했더니... 아이들 '놀이방'으로 만든거란다!
저택의 북동쪽 면을 바라보며 다시 다가간 후에, 왼쪽 돌계단을 올라서 발코니로 올라가본다.
당시 밴더빌트가는 뉴욕 5번가에 여러 채의 저택을 가지고 있어서, 여름철에만 이 곳에 와서 잠시 지내다가 돌아갔는데, 이러한 여름별장을 '작은 오두막'이라는 뜻의 영단어인 '코티지(cottage)'라 불렀다 한다. "이번 여름은 시골의 작은 오두막에서 지낼까 합니다... 참, 겸손도 하셔라~"
잔디밭을 따라 조금 걷다가 뒤돌아 보니, 집주인께서 나와 손을 흔들고 계셨다.^^ 가로질러 절벽까지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잔디밭이 너무 넒어서 걷다가 포기하고 뒤돌아 와야했다.
건물의 남서쪽 면은 특이하게 넝쿨이 올라간 원형의 테라스가 만들어져 있고, 그 앞으로는 꽃으로 잔디밭에 문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어떤 포즈로 찍어야 뒷배경의 집과 좀 어울리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한 사진이다...ㅎㅎ
그렇게 1시간 정도만에 셀프투어를 모두 마치고 정문으로 나가다가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모습이다. 참고로 저 집을 지은 사람의 막내 동생인 George Washington Vanderbilt II가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Asheville)에, 방이 250개나 되는 진짜 성같은 맨션과 함께 주변으로 포도밭과 사냥터까지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작년 대륙횡단 때 잠깐 비지터센터만 방문을 했던 빌트모어 에스테이트(Biltmore Estate)로 여기를 클릭해서 여행기의 뒷부분을 보시면 된다.
세계 테니스 명예의 전당(International Tennis Hall of Fame)이 있다는 뉴포트 시내도 럭셔리하고, 애퀴드넥 섬의 서쪽끝에 있는 캐슬힐 등대(Castle Hill Lighthouse)도 유명하다지만, 갈 길이 먼 우리는 다리를 건너 육지로 돌아가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 전체 3박4일 여행을 마쳤다. 글을 맺기 전에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역사의 '알쓸미잡' 하나만 마지막으로 알려드리면, 도금시대의 이런 벼락부자들을 '강도 귀족(Robber Baron, 도적 남작)'이라고 비꼬아 부르는 표현이 있다. 그들 중에서 대표적 4인방이 바로 밴더빌트, 록펠러, 카네기, 그리고 JP모건인데... 지금은 모두 우수한 대학교와 기업의 이름으로, 존경받는 자선사업가와 재단의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것을 보면,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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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계 최대의 도서관'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은 워싱턴DC의 캐피톨힐(Capitol Hill)에 각각 1890년대, 1930년대, 1970년대에 차례로 지어진 3개 건물과 버지니아에 2007년에 만들어진 시청각 보관소의 총 4곳에 약 1.73억점의 도서와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Wikipedia에 따르면 영국 대영도서관의 소장 규모가 1.7~2억점으로 최대라고 함)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미국 수도에 있는 의회도서관하면 이제 소개하는 가장 오래된 이 멋진 건물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는 없지만... 이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도서관이라거나, 또는 1.73억점의 도서와 자료가 여기 한 곳에 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려드리고 시작하고 싶다.
의사당(Capitol) 내부투어를 마치고 동쪽 정문으로 나와서 오른편에, 1890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897년에 완공된 첫번째 의회도서관 건물인 토머스 제퍼슨 빌딩(Thomas Jefferson Building)이 서있다. 프랑스에서 1830년대에 시작된 예술적인 보자르(Beaux-Arts) 양식으로 지어진 DC의 대표적인 건물로,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정말 건물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가운데 안내판이 세워진 곳 옆의 입구로 들어가게 되는데, 내부관람은 무료지만 현재는 사전에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를 예약해야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예매시간 확인과 간단한 보안검색을 거친 후에 복도로 들어서면서 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DC의 여러 박물관이나 직전의 의사당 건물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맛이 곳곳에서, 특히 천장과 문 위에 그려놓은 그림들에서 느껴진다.
중앙홀(Great Hall)이 보이는 순간에 모든 사람들의 놀라는 표정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냥 딱 유럽 어느 왕실의 화려한 궁전에 들어선 느낌이다. (건물 내부의 여러 장소에서 찍은 짧은 동영상들은 하나로 편집한 비디오는 마지막에 보실 수 있음)
미국 남북전쟁과 재건이 끝나고 1877년부터 약 20여년간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부유층들이 말 그대로 삐까번쩍하게 장식하며 살던 시기를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즉 '도금시대(鍍金時代)'라고 부르는데, 바로 그 시기에 이 화려한 장식의 제퍼슨 도서관 건물이 지어진 것이다.
윗층으로 올라간 계단에 선 모녀... 화려한 드레스만 입으면 HBO에서 제작한 미드 <길디드 에이지> 시즌3를 찍어도 될 듯~
중앙홀의 바닥은 색깔을 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의 대리석들을 깍아서 저렇게 문양을 만든 것이었다! 또 좌우 계단에 세워진 까만 조각상이 불이 들어온 전구를 들고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건물이 워싱턴에서 최초로 전기선이 설치되면서 건설된 곳이기 때문이다.
금색의 천정화 아래 타일 모자이크의 바닥을 여유롭게 걸어봤는데, 예약제로 입장객수를 제한해서 붐비지 않아 좋았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미네르바(Minerva of Peace)'로 그림이 아니라 역시 작은 타일을 붙여서 만든 것이다. 계단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가 있어서 멀리서 한 장 찍고, 안내에 따라서 우측 일방통행으로 그림의 뒤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건물의 중앙돔 아래에 만들어진 주독서실(Main Reading Room)의 웅장한 모습을 유리벽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반원형의 스테인드글래스에는 당시 미국의 45개 주(state)와 3개 준주(territory)의 문양이 나뉘어 새겨져 있고, 그 아래로는 종교, 상업, 역사, 예술, 철학, 문학, 법률, 과학의 8개 분야를 각각 대표하는 역사적 위인 2명의 청동상 16개가 세워져서 "The Circle of Knowledge"라 불린다고 한다.
236개의 좌석이 있는 저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증(Reader Identification Card)이 있어야 하는데, 반드시 직원과 면접 후에 발급이 가능하다고... 그냥 들어가 보는 것은 특별투어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1년에 두 번 진행되는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여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주독서실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가족셀카 한 장 찍었다. 멀리 원형의 창문에 사람의 머리가 그림자로 비치는데, 괴테 등 문학가의 흉상을 앞쪽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중앙홀의 좌우로 전시공간이 있는데, 여기는 무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통로를 지나서 나오는 남쪽 방에 미국 제3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토마스 제퍼슨 도서실(Thomas Jefferson's Library)이 있다.
원래 미의회 도서관은 1800년에 의사당 건물 안에 처음 만들어져서 740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미영전쟁으로 1814년에 영국군이 의사당에 불을 질러서 홀라당 다 타버렸다. 그래서 당시 퇴임했던 제퍼슨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6,487권의 책을 정부가 구입해서, 다시 국립도서관의 토대를 마렸했다고 한다. 유리로 밀봉된 특수 책장에 제퍼슨이 소장했던 그 책들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앙홀을 정문 위쪽에서 내려다 본 모습인데, 주독서실로 연결되는 통로 위에 'LIBRARY OF CONGRESS'라 적어놓은 것이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는 곳에 구텐베르크 성경이 전시되어 있지만 이 때는 직접 보지는 못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앙홀의 1층과 2층, 주독서실, 제퍼슨 도서실, 그리고 복도와 계단을 걸으며 찍은 동영상들을 하나로 합친 비디오를 익숙한 배경음악과 함께 보실 수 있다.
비디오를 다 찍고 두리번거리며 일행을 찾았는데, 중앙홀 한가운데 지혜를 세워놓고 아내가 독사진을 찍어준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이 계단에 서서 다시 사방을 둘러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은 또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의 눈치를 받아야 했다~^^ 아무래도 의회도서관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서 2023년 봄에 오픈하우스를 언제 하는지 확인을 해서 달력에 적어 놓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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