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의 제목이 이장호 감독, 안성기/이보희 주연의 1984년 영화 <무릎과 무릎사이>를 떠올리게 해서 좀 거시기 하지만... 출발한 곳으로 차를 몰고 돌아가는 왕복 대륙횡단의 가운데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별개의 대륙횡단을 연달아 했던 '두 횡단의 사이 기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LA에서 이삿짐을 싣고 무작정 미대륙을 횡단해서 북부 버지니아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다음 날부터 앞으로 살 집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블로그에 올릴까말까 조금 망설였지만, 기록 차원에서 사실대로 적어보면... 8일 동안 약 5천 km의 대륙횡단을 아무 문제없이 잘 달려준 차가 바로 다음날 오후에 집을 보러 다니다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주행거리 25만 km의 17년된 차를 몰고 대륙횡단을 하겠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여행중에 고장이 나지 않도록 기도를 해주겠다고 하셨었는데, 이렇게 대륙횡단을 마친 바로 다음날에 문제가 터진 것은... 오직 그 분들의 '기도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할렐루야~^^
자동차는 정비소에 맡기고 우버를 타고 하루 더 집을 보러 다닌 후에 몇 군데 오퍼를 넣은 다음날,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으니 홀가분하게 워싱턴DC에 놀러가기로 했다. 공항 근처 숙소에서 여기 레스톤 타운센터(Reston Town Center)까지 우버를 타고와서 점심을 먹은 후에, 최근에 새로 개통되었다는 근처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실버라인 제일 왼쪽에 우리가 출발한 Wiehle-Reston East 역이 보이는데, 이 노선은 올여름에는 덜레스 공항을 지나서 애쉬번(Ashburn)까지 연결이 된다고 한다. 야외 승강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지하철을 타고는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Smithsonian 역이 내렸다.
DC 시내의 방공호 겸용으로 설계되어서 굉장히 깊이 만들어져 있는 지하철역에서 땅 위로 올라오니, 바로 이렇게 10년만에 보는 '연필탑' 워싱턴 모뉴먼트가 보였다. 커플셀카를 찍는데 아내가 손가락을 뾰족하게 탑처럼 세워 보이고 있다.
맞은편에는 그 해 1월에 6일에 폭도들에게 점령당했다가 20일에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던 미국 국회의사당이 좀 특별한 느낌으로 서있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하나 들어가 볼까 하다가, 앞으로 이제 이 근처에 살건데 뭐... 그냥 동네사람들 처럼 커피나 한 잔 마시면서 이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국립미술관 야외 조각정원의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는 것으로 10년만의 워싱턴DC 방문은 목적달성에 충분했다. (조각정원과 또 뒤로 보이는 국립문서보관소는 최근에 방문을 해서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될 예정임)
지하철 역 입구에 국립공원청에서 세워놓은 내셔널몰(National Mall)의 안내판을 보며 여기 있는 곳들 빨리 다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벌써 이 때로 부터 5개월이나 지났는데 당시 마음가짐보다는 별로 많이 둘러보지 않은 것 같다... 참, 지도 제일 오른쪽에 유명한 링컨기념관이 있는데, 올해 여름부터는 아래 사진과 같이 링컨 대통령의 좌상을 돌려서 뒷면이 밖으로 보이도록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주 4월 1일에 NPS 내셔널몰 홈페이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직접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정동쪽을 바라보는 링컨 대통령 조각의 정면 얼굴이 지난 100년동안 햇볕에 많이 손상이 되어서, 올여름부터는 180도 돌려서 전시하여 앞뒷면이 균일하게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여름 이후로 링컨기념관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위 사진처럼 링컨의 뒷통수와 뒤쪽에서 보이는 옆모습만 감상하실 수가 있다.
레스톤 전철역과 연결된 쇼핑몰로 돌아왔는데, 통로의 지붕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붙여서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것 보고 처음에는 정말 깜박 속을 뻔 했다.^^ 이 날 저녁에 숙소에서 이주계획의 플랜B를 가동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판매자 한 명이 우리의 오퍼를 수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우리의 무모한 대륙횡단 이사가 성공한 것을 기념해 북버지니아 한인타운의 페어옥스몰(Fair Oaks Mall)에 있는 일식뷔페에서 둘이 자축을 했다. 딱 맞춰서 정비소에 맡겼던 자동차도 스타팅모터 교체를 끝냈다고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는데, 그 정비소가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집의 바로 근처였다.
차를 찾아서 드라이브 삼아 동네 북쪽의 알공키안 공원(Algonkian Park)에 잠시 들렀었다. 옛날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 로스앤젤레스 강(Los Angeles River)과는 완전히 다르게 녹색으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넓고 푸른 강물... 바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주경계를 따라 흘러서 워싱턴으로 흘러가는 포토맥 강(Potomac River)이었다. 이제 1차 대륙횡단의 목적이었던 집계약을 완료했으니, 다음날 LA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아침 일찍 새 보금자리로 와서는 봇짐을 진 상태로 저 차는 차고 앞에 세워두고, 여행용 캐리어 하나만 챙겨서는 공항으로 가는 우버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이삿짐 차를 2주 정도 저기에 세워뒀더니, 나중에 만난 이 동네 이웃들이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사온 것을 전부 알고 있더라는...^^
작년 8월에 LA에서 비행기로 보스턴 방문했다가 돌아갈 때 잠시 경유한 적이 있는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인데, 이제 앞으로는 우리 버지니아 거주 가족의 허브공항이 된 셈이다.
아메리칸에어 항공사의 저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 오스틴(Austin)을 경유해서, LA의 살던 집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다른 차를 가지러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바둑판 위의 LA 다운타운과 그 너머의 샌가브리엘 산맥... 앞으로 당분간은 다시 보기 힘들거라는 것을 알기에, 왠지 조금은 뭉클하고 울컥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마치 동부에서 LA에 놀러온 사람인 것처럼 "Welcome to Los Angeles" 광고판 앞에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우리 부부가 1차 횡단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온 것을 알고는, 저녁시간이니까 와서 밥 먹고 자고 내일 출발하라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그러면 고맙고 반갑겠지만 이미 했던 이별을 또 해야 하고, 왠지 오늘밤 LA를 벗어나지 않으면 발목이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절을 했던 것이니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한다.
살던 집으로 돌아가서 하나 가지고 있던 차고 열쇠로 대륙횡단 이삿짐 2호차를 찾은 후에 열쇠는 집주인에게 전달하고, 자주 다니던 동네 한인마트에 가서 김밥 2개만 사서는 바로 출발을 했다. 이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조금 달리니 그 전에 살던 집으로 가는 길 표지판이 나와서 아내가 한 장 찍었다. 그렇게 2021년 10월 중순의 달 밝은 밤에 우리는 14년 동안 살았던 미서부 LA를 영영(?) 떠났다~
2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서 밤 9시반 정도에 바스토우(Barstow)의 이 숙소에서 2차 대륙횡단의 첫밤을 보내기로 했다. 비록 1호차처럼 봇짐은 지지 않았지만 저 2호차도 트렁크는 당연하고 뒷자리의 바닥부터 천정과 뒷 유리창 아래까지 이삿짐을 최대한 꼭꼭 맞춰서 쑤셔 넣었는데, 이 사진으로도 뒤쪽 차체가 아래로 많이 내려가 있는 것이 보인다. "자, 또 가로질러 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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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개월 전인 지난 8월에 지혜를 만나러 보스턴(Boston)에 갔을 때까지만 해도, 올해 11월말 추수감사절에는 지혜가 비행기로 5시간 이상 걸리는 LA에 오지 않고 보스턴 친구집에서 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 부부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했고, 이제는 보스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이사한 집에 지혜도 처음 와서 땡스기빙데이 연휴를 함께 보냈다. 첫날 한인타운에 가서 고기를 먹고, 다음날 아빠와 함께 낙엽을 모으는 일도 하고 동네도 잠깐 구경을 했다.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대신에 스테이크를 직접 구워서 만찬을 먹었고, 마지막 토요일에 워싱턴DC로 가족 나들이를 했다.
아내와 대륙횡단 이사를 하면서 자주 이용했던 크랙커배럴(Cracker Barrel)에서 토요일 아침을 먹었는데, 이 곳은 미국의 전통적인 음식을 맛보는 것은 물론 각 지역의 기념품과 재미있는 물건들도 구입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 체인이다. 우리도 식사 후에 버지니아에서 처음 맞는 겨울을 기념하기 위해 트리장식 몇 개를 구입했다.
자동차로 DC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지 않아서 헤메다가, 우연히 국립공원청 마크가 그려진 갈색 도로표지판을 만났다. 조지워싱턴 메모리얼파크웨이(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는 미국에서 4개뿐인 '독립적으로 관리되는' 국가공원도로(National Parkway)들 중의 하나이다. 즉, 현재 423개인 미국 국립공원청의 오피셜유닛(official unit)들 중에 위기주부가 방문한 곳이 얼떨결에 또 하나 추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지워싱턴 기념도로는 포토맥 강(Potomac River)을 따라 달리는 약 25마일(40 km)의 강변도로로, 제일 남쪽에 워싱턴이 살았던 집과 무덤이 있는 마운트버넌(Mount Vernon)이 위치해 있다. (구글맵으로 공원본부의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우리는 이 날 123번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들어가 Theodore Roosevelt Memorial Bridge를 건너서 DC 시내로 들어갔는데, 추수감사절 연휴의 여행객들이 많아서 주차할 곳을 찾느라고 한 참을 빙빙 돌아야 했다~
아내와 나는 지난 달의 1차 횡단 후에 집을 구해놓고 지하철을 타고 잠시 여기 왔었지만, 가족이 함께 다시 워싱턴DC를 구경하는 것은 2011년 봄방학의 워싱턴-나이아가라-뉴욕 여행 이후로 정확히 10년만이었다.
동서로 기다란 내셔널몰(National Mall)에서 우리가 주차한 곳은 바로 까만 벽면에 전사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베트남참전용사기념물(Vietnam Veterans Memorial)의 북쪽이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이 곳과 함께, 한국전참전용사기념물 및 2차대전기념관에 대한 10년전 포스팅을 보실 수 있다.
첫번째 목적지인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 앞에 도착을 해서, 10년만에 모녀가 다시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위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10년전 모녀의 사진과 함께, 링컨기념관 구석구석의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다.
팔을 쭉 뻗어서 가족 3명 셀카도 한 장 찍고~^^
10년전 포스팅의 대표사진과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셀폰의 망원렌즈로 한 번 당겨서 찍어봤는데, 아무래도 DSLR의 줌렌즈로 당긴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삿짐에서 DSLR을 꺼내 들고 다녀야 하나?"
계단을 좀 올라가다가 반대쪽으로도 셀카 한 장...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이라서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위의 예전 포스팅을 클릭하신 분은 보셨겠지만, 당시에는 저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이 공사중이라서 물이 없어 볼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워싱턴 기념탑이 반사되는 멋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링컨 대통령의 좌상만 잠시 구경을 한 후에 바로 돌아서 계단을 내려갔다. "우리 동네인데, 또 와보면 되지뭐~"
다음은 당연히 저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까지 호숫가를 따라서 걸어가보기로 했다.
리플렉팅풀이 끝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앞서 언급한 2차대전기념관(World War II Memorial)의 모습이다.
뒤돌아서 보면 링컨 기념관도 물 위로 멋지게 보인다. 모두가 다 대단히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곳들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와서 볼 수 있는 '우리동네 볼거리'의 범주에 포함되니까, 괜히 소홀히 대하는 느낌이 들어서 미안하달까...^^
옛날에 우리가 '연필탑'으로 불렀던 워싱턴모뉴먼트로 걸어간다. 왼쪽에 보이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은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으로 2016년에 개관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내셔널몰 부근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박물관과 기념물이 수두룩한데, 그 곳들만 하나씩 방문해서 블로그에 올려도 포스팅이 아마 수십편은 될 거 같다.
북쪽으로는 백악관, 화이트하우스(The White House)가 보이는데 굳이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다. 남쪽의 넓은 잔디밭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촛대는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Hanukkah) 행사를 위한 것이다.
여기를 클릭하면 역시 10년전에 백악관과 연필탑을 방문했던 사진들과 상세한 설명들을 지도와 함께 보실 수 있다.
다음 번에 이 블로그에 워싱턴 기념탑이 등장할 때는 저 안으로 들어가서 꼭대기에 올라가보는 것으로...^^ 겨울방학에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있는지, 포스팅 올린 후에 예약사이트에 한 번 들어가봐야 겠다~
그래서 '탑돌이'만 하고는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래간만에 부녀사진 한 장 찍었다. 점심을 먹고 그래도 박물관 하나는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입장을 기다리는 줄도 길고 주차할 곳도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포기했다.^^ 대신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우리동네 공원'에 들렀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기로 한다.
PS. 이 포스팅을 일단 '다른 도시관광기>워싱턴' 카테고리에 넣기는 했는데, 더 이상 워싱턴은 다른 도시가 아니네요~ 블로그의 제목은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로 바꿨는데, 카테고리가 LA에 살 때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약간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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