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버지니아로 이사온 후에 알게 된 블로그 이웃중에 JinJin님이 계신데, 미동부로 연수를 오셔서 특히 뉴욕/워싱턴DC 지역은 정말 사소한 곳들도 일부러 다 찾아다닌 기록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소개하는 애나코스티아 지역박물관(Anacostia Community Museum)을 실제 방문한 여행기도 네이버에서 지금까지 JinJin님의 포스팅이 거의 유일했는데, 그 글의 제목이 "[워싱턴 DC의 박물관] 가지 마세요, 애나코스티아 박물관"이다! 하지만, 모든 스미소니언 뮤지엄 '도장깨기'를 목표로 한 위기주부가 그 말을 안 듣고 찾아가봤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스미소니언(Smithsonian) 협회의 로고가 반가워서, 일부러 도로까지 나가서 간판 사진을 찍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박물관 이름 가운데에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부터 특이한데, 어떤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직원에게 브로셔나 지도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박물관은 작아서 그런 것 없단다...
제일 먼저 메모지와 연필, 그리고 집게가 가지런히 놓인 책상이 나왔는데, 그 위에 파란색으로 그려진 것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의 지도이다. 건너 뛰었던 박물관 이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지도를 가져와 아래에 보여드린다.
워싱턴 도시는 처음에 한 변의 길이가 10마일인 정사각 마름모로 만들어졌다가, 포토맥 강의 남서쪽은 버지니아 주에 돌려줘서 위와 같은 모양이다. 도시의 남동쪽을 흘러 포토맥 강과 합류하는 지류가 바로 아나코스티아 강(Anacostia River)으로, 이 유역에 살던 원주민 부족의 이름인 Nacotchtank에서 유래했단다. Anacostia라는 작은 동네가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보통 이 강의 동남쪽 넓은 지역 전체를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 워싱턴에서 가장 낙후되고 흑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1967년에 아나코스티아의 오래된 극장 건물을 사들여서, 강 건너 내셔널몰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지역 흑인사회에 소개하는 '맛보기 전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한게 이 박물관의 시작으로, 현재의 건물은 1987년에 포트 스탠튼(Fort Stanton)에 새로 만든 것이다.
잠깐 벽에 걸린 전시물 하나를 보여드리면... 지역의 네일살롱 사장님이 만드신 흑인들이 좋아하는 기다란 가짜 손톱이었다~
신축된 박물관은 1995년에 이름을 Anacostia Museum and Center for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로 바꾸고, 지역사회 뿐만이 아니라 전체 미국 흑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기 시작했단다. 그러나 2006년에 내셔널몰에 별도의 최신 국립 흑인역사문화관을 새로 짓는 것으로 확정된 후에, 이름을 현재의 Anacostia Community Museum으로 다시 변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박물관의 지금 정체성을 굳이 정의하지면 흑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문화와 함께, 특히 환경운동에 관한 전시를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최근까지도 애나코스티아 강이 극심한 오염으로 방치되어서 오죽하면 "D.C.'s forgotten river"라 불리었기 때문이다. 참, 사진 가운데 벽에 기대어 있는 여성분은 관람객이 아니고,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손님은 위기주부 한 명 뿐이었다.^^
왼편에 종이와 필기구가 놓인 것으로 봐서, 이것도 어떤 참여형 전시물인 듯 한데... 끼워진 노트는 몇 장 되지 않았다~
소중히 모셔진 다른 전시물은 작고한 활동가(activist)의 털모자로 많은 메시지를 나타내는 '버튼'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는...
이렇게 직접 자신의 주장을 담은 버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책상과 함께, 최근의 여러 활동가들의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고 있었다. 레게 머리를 땋은 흑인 여성 2명이 이 날 처음 본 다른 관람객인데, 그 중 한 명은 엉덩이 아래까지 머리카락이 늘어져 있었다.
전시장 출구로 나와 로비를 찍은 사진으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지금 전시는 To Live and Breathe: Women and Environmental Justice in Washington, D.C.라는 제목으로 내년 1월까지 운영된단다. 처음 언급한 JinJin님이 2020년에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봐서, 이 박물관은 고정 전시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매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체 박물관의 내용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애나코스티아 지역박물관(Anacostia Community Museum)의 외관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Zimbabwe)의 전통양식이라 한다. 이로써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 전체 20개의 스미소니언 뮤지엄 목록에서 16번째 도장깨기를 마쳤고, 워싱턴DC에서도 아직 2곳이 더 남았는데 가능한 빨리 마저 가봐야 하겠다. (나머지 2곳은 뉴욕시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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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이미 블로그에 소개했던 해병대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Marine Corps)을 아내와 함께 방문했을 때, 학원 아이들을 인솔해서 오신 한국분이 최근에 만들어진 육군 박물관이 훨씬 멋있다고 알려주셨었다. 당시 해병대 박물관의 전시도 훌륭하다고 감탄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낫다고 하니...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는지 궁금해서, 바로 다음 주에 근처로 갈 기회가 있는 김에 위기주부 혼자라도 찾아가서 직접 확인을 해보았다.
북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포트 벨보아(Fort Belvoir) 미군기지 안에 위치한 미육군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United States Army)은 4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0년 11월에 개관한 최신 시설이다. 거대한 직육면체의 외관은 옛날에 일하던 공장건물을 떠올리게 했는데, 석양의 햇살을 받아 패널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습의 사진이 많았다.
흐린 평일 오전이었지만 방문객들이 제법 많았고, 입구에서 보안검색을 거친 후에 입장이 가능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반짝반짝한 중앙 로비의 천장에는 미육군이 참전한 각 전쟁들을 상징하는 색색의 리본들이 매달려 있고, 로비의 정면에 해당하는 왼쪽의 까만 벽인 Campaign Wall에 각 리본들에 대한 설명이 시간 순서에 따라 각인되어 있었다.
명찰을 달고 있는 것으로 봐 단체 방문객들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직원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몰래 뒤따라 붙어 설명을 들어볼까 하다가 그냥 원래 스타일대로 혼자 후다닥 빨리 둘러보기로 했다~
건물 밖에서 부터 여기 전시장의 입구까지 계속 세워져 있는 이 금속판들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전쟁에 참전한 일반 '병사들의 이야기들(Soldiers' Stories)'을 소개한다. 즉 바로 이 무명의 일반 군인들이 이 곳의 주인공이고, 이 곳을 만든 목적인 것이다.
전시관의 배치는 여기를 클릭해서 직접 볼 수 있고 Army Concourse를 따라서 시대순으로 소개가 되어 있다. 복도에는 그 시기의 대표적인 군용 운송수단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렇게 말이 탄약 등을 운반하는 모습도 재현해 놓았다. 또 사진 위쪽에 회색으로 보이는 벽은 모두 전광판이라서 계속해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대순 전시실들의 맞은 편에 있는 별도의 Army and Society 전시를 먼저 잠깐 둘러봤는데, 미국 사회의 발전에 육군이 기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단다. 여기에는 약간 의외의 전시물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1908년에 미군이 테스트했던 세계 최초의 군용기라고 할 수 있는 라이트 플라이어(Wright Flyer)의 모형이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음) 뜬금없이 비행기가 육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유는, 별도의 미공군(United States Air Force)이 만들어진게 1947년이고, 그 전까지는 육군 산하의 항공대에 모든 공중 전력이 속했기 때문이다.
시대순 전시실은 모두 6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미국 독립과 1812년 전쟁 등에 해당하는 Founding the Nation은 건너뛰고, 남북전쟁에 관한 Preserving the Nation부터 한두장씩만 소개한다. 구식 대포를 발사하려는 병사들을 재현한 모습인데, 확실히 전 주에 방문했던 해병대 박물관보다는 그 완성도가 훨씬 뛰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를 다루는 Nation Overseas 전시실에서 돌격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이 사실적이다.
당시 실제로 사용되었던 탱크로 정확한 전시명은 FT-17 Renault “Five of Hearts” Tank라고 되어 있다.
역시 전시공간이 제일 넓은 곳은 제2차 세계대전의 Global War 전시실로, 셔먼 탱크(Sherman Tank)와 병사들이 태평양 전장(Pacific Theater) 구역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유럽 전장(European Theater) 구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묘사한 모습인데, 함선에서 그물을 타고 내려오는 병사 하나하나의 표정이며 자세가 정말 사람같았다.
또 대공포(?)를 쏘는 병사들의 어깨에서는 진짜로 땀이 묻어날 것처럼 보였고, 하늘을 뒤덮었던 폭격기들이 원근감 있게 매달려 있었다.
여기서도 한국전쟁은 냉전시대를 다루는 Cold War 전시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앙 전시물은 기관총이 장착된 짚차와 병사들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유명한 당시 의정부에 주둔했던 4077th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즉 MASH의 디오라마도 만들어 놓았는데... 여기를 클릭하면 예전에 LA에 살 때 방문했던 드라마 촬영장소 포스팅을 보실 수 있다.
실제 베트남 전쟁의 베테랑임을 알려주는 모자를 쓴 분들이 베트남 지도를 내려다 보며 감회에 젖어있고, 천장에 살짝 보이는 물체는 베트남전의 상징과도 같은 UH-1B “Huey” helicopter 헬기라고 한다.
베트남전 당시의 흑인 병사 한 명이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 특수 투명박스 안에 세워져 있는데, 당장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표정까지 정말 잘 묘사했다. 이러한 밀랍인형이 여기만 있는게 아니라, 지금까지 소개한 시대별 전시실에 모두 하나씩 만들어져 있었지만, 단지 모두 소개를 못 한 것이다.
시대순 마지막인 1990년부터 현재까지를 다루는 Changing World 전시실에 세워진 중동에서 작전하는 현대적인 장갑차와 병사들 모습이다.
이렇게 실물 차량과 마네킹 전시 위주로만 전시장 소개를 해드렸고, 1층에는 이외에도 유료로 운영되는 극장과 체험학습장 및 식당과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2층의 작은 특별전시실은 교체 작업중이라서 건너뛰고, 옥상 정원과 연결되는 3층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나가는 통로의 벽에 모든 훈장의 등급을 보여주는 설명판이 만들어져 있고, 바로 맞은편에는...
최고 등급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의 실물을 누군가로부터 기증 받아서 전시를 해놓아 한참을 구경했다.
야외 옥상 정원의 까만 벽에는 지금까지 그 명예 훈장을 받은 군인들의 이름이 모두 각인되어 있고, 사방으로 그 중 몇 명의 스토리를 적은 금속판을 세워 놓았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중앙 로비를 내려다 보니까. 또 다른 관람객들이 직원의 안내를 기다리며 둘러서있는게 보였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여러 부대를 소개하는 석판이 붙어있는데, 그 중 태극기가 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었다. 주한 유엔군 유격부대(UNPFK)는 6·25 전쟁 당시에 한국군과 미국 극동군이 함께 활동했던 대표적인 '빨치산' 부대였단다... 옛날에 LA에서 딸이 연주자로 참여했던 한국전 65주년 기념식에서도 그냥 사진만 찍었고, 여기 버지니아로 이사 온 직후에 미술관에서 휠체어를 탄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를 쓰신 분을 봤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게 지금은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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