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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앨러게니 포티지 레일로드(Allegheny Portage Railroad) 국립사적지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4년 5월 30일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앨러게니 포티지 레일로드(Allegheny Portage Railroad) 국립사적지

혼자 하루에 10시간 동안 차를 몰고 6곳의 목적지를 찾아다녔던, 지난 4월말의 '펜실베이니아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해질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첫인상은 얼핏 묘비처럼 보이기도 했던 아래 사진의 공원 간판에는, 앨러게니 포티지 레일로드 국립사적지(Allegheny Portage Railroad National Historic Site)라 씌여 있으니까 기차(train)와 관련된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테두리의 돌로 만든 아치는 철도가 지나가는 다리의 교각이나 터널의 형상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 같다.

내륙에 해발고도까지 높아서 나무에 새순이 이제야 올라오고 있었던 숲속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를 않다가...


숲을 지나서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니까, 아주 크고 튼튼하게 잘 지어놓은 기차역같은 건물들이 나와서 놀랬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소에서 아주 멋진 기차역을 만나니까... 주변 풍경과 건축 양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15년전에 방문했던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켈소(Kelso)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건물들은 기차역은 아니고, 이 곳이 1964년에 국립사적지로 지정이 되며 건설된 비지터센터와 관리사무소 등이 모여있을 뿐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공원청 로고가 붙어있는 오른편 안내소로 들어가면, 당연히 기차가 먼저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입구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물체는 배(boat)였다! 퇴근을 준비하다가 종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 털보 레인저가 틀어준 안내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원 브로셔의 지도나 그림을 PDF로 못 찾아서 아래에 앞면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이렇게라도 보여드려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흥미로운 경우는 매우 드물다.^^


1830년대는 증기기관(steam engine)을 이용한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했지만, 대량의 물류운송은 아직도 운하(canal)가 효율적이던 시기였다. 1사분면의 펜실베니아 지도와 같이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운하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높은 앨러게니 산맥(Allegheny Mountain)에 가로막혀 불가능하니까, 거기 블레어 고개(Blair Gap)를 넘는 36마일 구간은 운하를 다니는 배를 통째로 차량에 실어서 철도로 산을 넘도록 만든게 1834년에 개통된 Allegheny Portage Railroad란다. (두 수로 사이의 구간을 육로 운송하는 행위가 '포티지(portage)'라는 단어의 뜻)


아주 잘 만들어 놓은 이 디오라마처럼 기관차가 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인데... 배가 두동강이 나있다? 처음에는 모형이 만든지 오래되어서 갈라져 떨어졌나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철도 차량 길이에 맞춰서 화물선이 분리가 가능하도록 일부러 만든 것이란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번이나 짐을 옮겨 싣는 수고를 할 필요없이 전구간 운송이 가능하도록 했다는건데, 어찌보면 현대의 규격화된 컨테이너 화물운송의 원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비지터센터에는 배를 실은 차량을 '평지에서' 끌었던 기관차도 하나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증기 기관차가 아니라 그냥 보일러에 바퀴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이 철도의 더 대단한 사실은 밖으로 나가서, 옛날 선로가 지나가는 곳에서 직접 확인하게 되는데, 그 전에 중요한 장소를 설명하는 안내판 하나만 더 보여드린다.


미국 최초의 기차가 지나는 동굴로 약 300미터 길이의 '스테이플 벤드 터널(Staple Bend Tunnel)'도 이 철도와 함께 만들어졌는데, 시리즈 전편에 소개했던 존스타운(Johnstown) 부근에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창문 밖으로 이 날 위기주부와 함께 수고했던 차가 보임^^)


철도가 놓여진 곳으로 오니까, 미국 토목학회가 지정한 국가유적이라는 의미인 National 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 간판이 먼저 보였다. 그런데 뒤쪽으로 보이는 철도가 복선이다. 단선으로 교차 운행도 가능했을 건데 굳이 복선으로 꼭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혹시 브로셔 그림을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복선 철도를 덮고 건설된 저 커다란 하얀 건물인 '엔진 하우스(Engine House)'에 있다. 브로셔 사진 제일 아래에 이 노선의 고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도가 있는데, 배를 실은 무거운 기차가 산을 넘기 위해서는 10곳의 경사로마다 이런 엔진실을 만들어서 열차를 밧줄로 잡아 당겨야 했던 것이다!


엔진하우스 내부 복선 철도의 바닥에 피스톤 엔진과 커다란 톱니바퀴가 보이는데, 그냥 줄을 감아서 끌어올릴 힘은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밧줄로 도르래를 이용해 복선 철도의 양쪽의 기차를 연결해서, 한 대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는 내려오는 식으로 엔진은 바퀴를 돌려주는 역할만 했다고 한다. 즉, 푸니큘라 또는 인클라인이라 부르는 경사철도(incline railroad) 혹은 강삭철도(cable railway) 시스템을 10개나 만든 것이다.


제목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언급했지만, 약 200년전에 이런 기계로 배를 산으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여기서는 정말 "의지만 있으면 배도 산으로 간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처음 15년 동안은 사진에 보이는 삼(hemp)을 꼬아서 만든 밧줄이 짐을 가득 실은 배와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며 사고도 발생을 했지만, 새로 발명된 강철 케이블(iron wire rope)로 1849년에 모두 바꿔서 안정적으로 내륙 물류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했으나...


증기기관의 개선으로 기차의 마력이 증가하고, 토목공학의 발달로 보다 긴 터널과 교량의 건설이 가능해져서, 결국 1854년에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한 번에 연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을 하자마자, 운하를 다니는 배를 싣고 밧줄로 끌어서 산을 넘었던 이 구식 철도는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 6번 엔진하우스의 고도가 전구간에서 가장 높은 해발 717 m이고, 사진의 서쪽 방향으로 완만한 서밋레벨(Summit Level)을 지나 1~5번의 경사로를 내려가서 해발 358 m의 존스타운에서 기차에 실린 배를 다시 운하에 내렸던 것이다. 여기서 반대편 동쪽 방향으로 10번 엔진하우스 자리까지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쪽으로 철도가 끝나는 홀리데이스버그(Holidaysburg) 마을은 291 m로 거리는 훨씬 가깝지만 고도차는 더 크다.


바로 옆으로는 레몬 하우스(Lemon House)라 불리는 2층 건물이 있는데, 과일 레몬과는 관계가 없고 운영한 부부의 성씨가 레몬이었단다.^^ 철도와 함께 만들어져서 작업자와 이용객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친목의 장소였다고 하는데, 이미 레인저가 문을 잠그고 퇴근해서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는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레몬하우스 뒤로 버려진 이 철도를 따라 건설되었던 옛날 22번 국도(Old Route 22)가 살짝 보인다. 위기주부는 공원 출입구와 연결된 왕복 4차선의 현재 22번 국도를 이용해 산을 내려가 3시간 거리의 집까지 운전해 돌아갔는데, 여기를 포함해 이 날 방문했던 6곳을 대표하는 연도를 시간 순으로 링크를 걸어보면 1754년, 1789년, 1834년, 1889년, 1936년, 그리고 2001년까지... 참으로 부지런히 시공간(時空間)을 헤집고 다녔던 2024년 4월 22일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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