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두 분야는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하다가 어느 시점에 서로 만나 화학 작용을 일으켜 수 많은 예술가와 이야기꾼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90년대 SF의 가상현실 붐의 근원을 다른 무언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말이다. 자신의 가족을 죽은 살인범을 쫓는 경찰의 이야기, 플롯 자체는 익숙한 액션 장르의 결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상투적인 이야기에 당시 장르적 트렌드이기도 했던 '가상현실'이 소재로 사용된 점은 분명 새로운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3D로 구현된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게임을 꽤 그럴듯하게 묘사한 선구자적 영화. 시뮬레이션 속 AI 캐릭터를 연기하는 러셀 크로우의 연기력이 영화의 생명력을 절반 정도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