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 남쪽 해안을 돌아다니던 우리는 산을 넘어 다시 홍콩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이제야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감을 잡겠는데, 열 몇 시간 뒤면 또 홍콩을 떠나야 한다니, 마음에 드는 여인을 기차에서 만나 어떻게 겨우 말이라도 튼 것 같은데 내릴 곳에 도달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괜찮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간 곳 마다 문을 닫아서 그런지 그 아쉬움은 더 켰던 것 같습니다. 그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이 날은 늦더라도 술을 한잔 해야 했습니다. 그래, 이왕이면 좀 특별한 곳으로가자.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요. 그렇게 찾아간 곳이 스피크이지바, 001입니다. 스피크이지(Speak Easy Bar)는 미국 금주법 시대에 몰래 운영되던 불법 주점을 칭하는 말로, 금주법이 사라진 요즘에는 술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