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옛날의 메마른 그 샘들이 숲이 머금고 있던 물을 받아 다시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the Man Who Planted Trees, 1987)> 내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쓸 만한 형질 중 하나는 머리를 감지 않아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두피가 건조한 탓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머리를 감고 하룻밤 자고 난 후가 남들 보기에 가장 괜찮다. 심지어 늦잠 자느라고 머리도 못 감고 점심 약속을 나섰던 날엔 “너 오늘 머리 괜찮다. 어떻게 한 거니?”라는 칭찬도 들어봤다. 내가 아니라 베개가 스타일링한 머리였는데 말이다. 수업이 하나만 있던 어느 날 오전, 잠에서 덜 깬 채로 세면대 앞에 선 나는 곧 실존적 고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