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에서 정읍이 KTX로 80분 거리인 걸 알게 되어, 당일로 한 번 다녀와봤다. 혼자 살 때의 오랜 취미가 생각났다. 금요일 오후에 버스터미널 가서 아무 도시로나 떠나기. 원주, 횡성, 공주, 서산, 충주, 이천, 이런 별다른 것 없는 도시에 도착하면,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그 근처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가까운 관광지 한 번 찍은 뒤 올라오는 그런 여행. 수서에서 호남향 SRT가 출발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호남향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입성이 조금 다르다. 지하철 1호선을 탄 느낌이 있다. 도착한 도시의 풍경도 다르다. 호남의 도시들은 대체로 넓고 낮고 한산했었다. 경상도나 강원도권의 소도시나 시골이 가진 어딘지 모를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 대신에, 쓸쓸하게 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