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빈 건물에 사는 고아들, 벼랑 위에 세워진 대저택, 화려한 무도회장과 이를 주최한 잔인한 남작부인, 불운한 사고, 상속을 둘러싼 음모와 계략... 이렇게 얘기하면 18세기에 쓰여질 법한 고딕 범죄 소설 같습니다만, 2021년에 개봉한 <크루엘라>를 차지하는 큰 부분은 이런 구식의 이미지들입니다.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왔던 모피광의 악마 크루엘라 드빌의 기원담을 다루는 이 영화는, 속을 뜯어보면 여전히 "현대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트레일레에서 과장되게 보여준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라는 두 페르소나는, 딱히 "진짜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근대적인 자아의 문제나,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점차적으로 악에 물드는 과정의 문제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영화 안에서는 크루엘라가 본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