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스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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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posts허정숙 - 정문주가 쓴 에스페란토 글을 발굴하다
오늘 페이스북이 1년 전 2023년 4월 11일에 올린 글을 상기시켜 주면서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내용인즉 필명 정문주의 실명이 허정숙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 허정숙이 쓴 에스페란토 글을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이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았다. 1년 전 당시 차일피일 미루었을 것이다. 1990년 헝가리 엘테대학교에서 에스페란토학을 전공할 때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도서 및 정기간행물 등을 수집하는 퍼이시 카로이(Fajszi Károly)를 방문했다. 개인도서관으로 사용하는 그의 넓은 아파트에서 1938년과 1939년 홍콩에서 발행된 잡지에 실린 안우생(Elpin)의 글을 찾아냈다. 안우생(1907-1991)은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의 장남이다. 이후 여러 해를 거쳐 헝가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지의 도서관에서 그의 글들을 직접 수집했다. 그 결과물이 2004년 한국에스페란협회가 발행한 《Verkoj de Elpin - 안우생 문집》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수는 총 40편이다. 자작시 3편, 번역시 14편, 원작 단편소설 2편, 번역 단편소설 12편, 번역 극본 4편, 기타 5편이다. [관련글: (안우생의) '에스페란토'로 항일을 노래하다 (한겨레 21 504호)]. 당시 간행물에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글도 함께 복사했다. 코로나 시대 2020년 11월부터 리투아니아에서 살면서 매주 수요일 한국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안우생의 문학작품 공부를 줌(Zoom)으로 지도하는 중에 원문을 찾아볼 일이 종종 생겼다. 이때 보관하고 있던 자료들 사이에 임철애(Im Ĉol Aj)가 쓴 (조선 여성들의 생활상)가 우연히 눈이 띄었다. 이 글은 1938년 8월호 《Orienta Kuriero》에 게재되었다. 임철애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독립운동가 박차정이다. [관련글: 박차정 - 임철애가 쓴 에스페란토 글을 발굴하다] 30여년 전 안우생 문집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정문주(Ĝong Mun Ĝu)라는 이름의 기사(Studentoj en Koreo)가 있기에 한국인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서 이 기사 또한 복사해서 보관해왔다. 수집 자료들을 살펴볼 때마다 정문주라는 사람이 누구일까라고 화두를 걸었는데 드디어 2023년 4월 11일 알게 되었다. 우연히 인터넷 자료 검색를 하던 중 허정숙의 필명이 정문주라는 사실이다. 허정숙은 중국 하얼빈에서 활동했던 남자현처럼 남성들과 함께 해외의 전장을 누비며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이어간 여전사가 되었다. 처음 남경으로 간 허정숙과 최창익은 김원봉이 속한 조선민족혁명당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중국공산당 근거지인 화북의 연안지역으로 옮겨 활동했다. 1938년 최창익이 화북조선청년연합회(후일 화북조선독립동맹)을 결성해 본인은 대표, 허정숙이 부대표를 맡았다. 허정숙은 특기를 살려 중국에 체류할 당시 과 등 잡지 발행을 돕고 정문주라는 필명으로 조선학생운동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 출처: https://graduate.yonsei.ac.kr/_res/ysinmun/etc/inmun122_2.pdf 저자: 신유리, 권경미 이어 또 따른 논문은 정문주가 허정숙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했다. 1936년 조선을 떠나 남경에 도착한 허정숙은 ‘한국민족혁명당’에 가담하였다. ‘한국민족혁명당’은 약산 김원봉(1898-1958)의 의열단을 중심으로 중국 관내의 5개 단체가 결집한 통일전선당이었다. 1935년 7월 5일 결성된‘한국민족혁명당’에 허정숙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이 유입되자 당내의 우파들이 반발했다. 우파들이 대거 나간 이후 김원봉을 중심으로 주도권이 확립되면서 1937년 1월, ‘조선민족혁명당’으로 개칭하고, 1938년 10월 10일 군사조직으로 조선의용대를 설치했다. 조선민족혁명당은 조선민족전선연맹을 구성해 기관지 『조선민족전선』을 간행했는데, 허정숙은 정문주라는 가명으로 ‘조선학생운동’에 관한 논문을 싣기도 했다. * 출처: https://s-space.snu.ac.kr/bitstream/10371/170185/1/000000163110.pdf 저자:백숙현 1938년 7월호에 "Studentoj en Koreo" 글이 실렸고, 저자는 Ĝong Mun Ĝu다. 위 두 논문에 있는 내용과 일치한다. 1938년 7월호 허정숙이 정문주라는 필명으로 쓴 에스페란토 원문 기사다. Studentoj en Koreo (조선에 있는 학생들) - Ĝong Mun Ĝu (정문주) 허정숙 그리고 박차정 등의 에스페란티스토 활약으로 1937년 8월 25일 발행된 에 조선민족혁명당의 호소문 (조선인이여 일어나라!)라는 에스페란토 원문이 게재되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와 에스페란토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에 여러 차례 기고한 Kimkemo라는 필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인터넷 검색 덕분에 필명 임철애의 실명이 박차정, 필명 정문주의 실명이 허정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언젠가 당시 중국 에스페란토 잡지에 실린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실명이 다 밝혀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L.Lujlang - "Labor-libro" por la koreaj laboristoj; Tagoj Li Kung Se - Malliberigita Japanio Kimkemo - Letero el Koreio; Pri nuntempa ĉina literaturo; La superakvego de la Flava Rivero 세계 공통어, 에스페란토 에스페란토는 자멘호프(1859~1917) 박사가 1887년 바르샤바에서 발표한 세계 공통어를 지향하는 국제어이다. 그가 태어난 폴란드 비아위스토크는 당시 여러 민족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어려워 민족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이에 그는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적인 공통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유럽 언어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에스페란토를 창안했다. 에스페란토는 말이 같은 민족사회에선 그 민족어를 사용해 발전시키고, 말이 서로 다른 국제관계에서는 에스페란토를 쓰자고 주장한다. 현재 120여개 나라에 사용자가 산재해 있고, 이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부를 둔 세계에스페란토협회를 기점으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20년 김억에 의해 보급되기 시작해 한국에스페란토협회와 주요 도시에 그 지부가 조직돼 있고, 서울에스페란토문화원은 매월 에스페란 토 강좌를 열고 있다. 도한 한국인이 개발한 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22대 총선 22세 대학생 딸과 함께 왕복 640 km 이동해 투표하다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서 긍지를 느낄 때 중 하나가 바로 대선과 총선에 참가하기 위해 대사관에 가서 투표하는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다해야 한다는 거창한 책임감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이번에도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2023년 11월 12일부터 2024년 2월 10일까지)을 놓치지 않고 제시간에 등록했다. 상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리투아니아에는 아직까지 한국 대사관이 설립되지 않아서 폴란드 대사관이 겸임 관할하고 있다. 예전에는 관할 대사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대사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거주 도시 빌뉴스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는 500 km (6시간 30분)이고 라트비아 리가까지는 320 km (4시간)이다.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대학생 딸 요가일래에게 관심이 있으면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하라고 주소를 일러주었다. "이번에 너 나이 숫자와 일치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갈지 안 갈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관심 있으면 한번 등록해봐라." 22대 총선 투표했어요!!! 등록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3월 19일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투표일 안내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주라트비아대사관입니다. 동 메일은 재외투표 안내 메일이며, 사전에 국외부재자 신청을 하신 분들께 송부되는 메일입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운영기간은 3.29(금) - 4.1(월)이며, 운영시간은 08:00-17:00 이오니, 동 기간 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투표소 방문 시,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세 내용은 별첨 안내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소 : Jura Alunāna iela 2, Centra rajons, Rīga, LV-1010, 3층 이제 투표일 안내를 받았으니 4일 동안 지속되는 투표기간에서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 이 기간은 부활절 경축일과 겹치는 황금기간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따뜻한 남유럽으로 여행 가려고 여러 후보지를 한창 찾고 있다. "나, 29일 투표하러 라트비아 리가로 갈 거야!" "교통비와 식사비가 꽤 나올 텐데 간다고?! 유권자수가 수천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당신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가기를 바라는 말투다. 은근히 남편을 미친 투표쟁이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도 아내는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혹시 요가일래도 등록을 했는지 저녁에 돌아오면 물어봐." 요가일래는 빌뉴스대학교 마지막 학년에 다니고 있다. 1월부터 졸업일이 있는 6월까지 대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없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의무적으로 3개월 동안 전공과 관련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무급 실습이니 고용주에게는 전혀 부담이 없다. 인력을 보충할 수도 있고 미래의 인재를 키울 수도 있다. 요가일래는 현재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두 군데서 실습을 하고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 물어본다. "아빠는 곧 라트비아로 가서 국회의원 투표를 하는데 너도 제외선거인으로 등록했니?" "당연 했지."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온 투표안내문을 받았니?" "편지함을 확인해볼게." 큰 기대하지 않고 등록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등록을 했구나! 이제 두 사람이 왕복 640 km를 이동해서 투표하러 간다. 기차나 버스를 가면 1인당 왕복 교통비만 50 유로다. 둘이니 100 유로다. 이재에 밝은 아내가 머리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동거리 640 킬로미터. 100 킬로미터당 소요되는 경유는 6리터. 1 리터에 1.5 유로. 9유로다. 총 기값 60유로! 승용차로 가는 것이 유리하네. 모처럼 가족이 리가 구경도 하고 또 인근에 있는 유르말라도 가볼 수 있고..." 아내는 "아버지와 딸" 투표에 승용차로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 투표를 한 후 리가를 구경하고 유르말라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에 출발해 유르말라에서 자고 다음날 투표하러 가기로 했다. 유르말라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다.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다. 숙소 열쇠를 받자마자 바다로 향한다. 유르말라에서 발트해 일몰을 본다. 아직 일몰은 바다 쪽이 아니라 육지 쪽이다. 다음날 인근에 있는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을 산책을 한 후 투표를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다.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 대사관이 밀접한 곳에 위치한 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쉽게 찾아 아르누보 건축물의 곡선 계단을 따라 3층을 올라간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작은 투표장에서 투표를 한다. 비례대표를 뽑는 종이가 그야말로 두루마기다. 내가 누른 붉은 잉크가 접으면 번져서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시 접으면 잉크가 번지지 않나요?"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도 먼거리를 와서 투표하는데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살짝 입김을 불어서 말려 본다. 투표장을 나서면서 인증샷을 찍는다. 배가 꼬르륵~~~ 발걸음을 리가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옮긴다. 마치 시골 5일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팔고 한 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가족 계좌 카드가 아니라 내 개인 계좌 카드로 밥값을 폼나게 낸다. ㅎ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트넘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본다. 경기 86분에 손흥민이 극적인 역전골을 넣으니 오늘 우리 부녀가 투표한 것을 마치 축하라도 하는 듯하다. 기분 좋게 라트비아 맥주 캔을 딴다. 모두 투표에 참가하세요!!!!
22대 총선 22세 대학생 딸과 함께 왕복 640 km 이동해 투표하다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서 긍지를 느낄 때 중 하나가 바로 대선과 총선에 참가하기 위해 대사관에 가서 투표하는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다해야 한다는 거창한 책임감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이번에도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2023년 11월 12일부터 2024년 2월 10일까지)을 놓치지 않고 제시간에 등록했다. 상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리투아니아에는 아직까지 한국 대사관이 설립되지 않아서 폴란드 대사관이 겸임 관할하고 있다. 예전에는 관할 대사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대사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거주 도시 빌뉴스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는 500 km (6시간 30분)이고 라트비아 리가까지는 320 km (4시간)이다.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대학생 딸 요가일래에게 관심이 있으면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하라고 주소를 일러주었다. "이번에 너 나이 숫자와 일치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갈지 안 갈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관심 있으면 한번 등록해봐라." 22대 총선 투표했어요!!! 등록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3월 19일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투표일 안내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주라트비아대사관입니다. 동 메일은 재외투표 안내 메일이며, 사전에 국외부재자 신청을 하신 분들께 송부되는 메일입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운영기간은 3.29(금) - 4.1(월)이며, 운영시간은 08:00-17:00 이오니, 동 기간 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투표소 방문 시,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세 내용은 별첨 안내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소 : Jura Alunāna iela 2, Centra rajons, Rīga, LV-1010, 3층 이제 투표일 안내를 받았으니 4일 동안 지속되는 투표기간에서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 이 기간은 부활절 경축일과 겹치는 황금기간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따뜻한 남유럽으로 여행 가려고 여러 후보지를 한창 찾고 있다. "나, 29일 투표하러 라트비아 리가로 갈 거야!" "교통비와 식사비가 꽤 나올 텐데 간다고?! 유권자수가 수천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당신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가기를 바라는 말투다. 은근히 남편을 미친 투표쟁이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도 아내는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혹시 요가일래도 등록을 했는지 저녁에 돌아오면 물어봐." 요가일래는 빌뉴스대학교 마지막 학년에 다니고 있다. 1월부터 졸업일이 있는 6월까지 대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없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의무적으로 3개월 동안 전공과 관련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무급 실습이니 고용주에게는 전혀 부담이 없다. 인력을 보충할 수도 있고 미래의 인재를 키울 수도 있다. 요가일래는 현재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두 군데서 실습을 하고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 물어본다. "아빠는 곧 라트비아로 가서 국회의원 투표를 하는데 너도 제외선거인으로 등록했니?" "당연 했지."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온 투표안내문을 받았니?" "편지함을 확인해볼게." 큰 기대하지 않고 등록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등록을 했구나! 이제 두 사람이 왕복 640 km를 이동해서 투표하러 간다. 기차나 버스를 가면 1인당 왕복 교통비만 50 유로다. 둘이니 100 유로다. 이재에 밝은 아내가 머리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동거리 640 킬로미터. 100 킬로미터당 소요되는 경유는 6리터. 1 리터에 1.5 유로. 9유로다. 총 기값 60유로! 승용차로 가는 것이 유리하네. 모처럼 가족이 리가 구경도 하고 또 인근에 있는 유르말라도 가볼 수 있고..." 아내는 "아버지와 딸" 투표에 승용차로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 투표를 한 후 리가를 구경하고 유르말라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에 출발해 유르말라에서 자고 다음날 투표하러 가기로 했다. 유르말라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다.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다. 숙소 열쇠를 받자마자 바다로 향한다. 유르말라에서 발트해 일몰을 본다. 아직 일몰은 바다 쪽이 아니라 육지 쪽이다. 다음날 인근에 있는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을 산책을 한 후 투표를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다.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 대사관이 밀접한 곳에 위치한 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쉽게 찾아 아르누보 건축물의 곡선 계단을 따라 3층을 올라간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작은 투표장에서 투표를 한다. 비례대표를 뽑는 종이가 그야말로 두루마기다. 내가 누른 붉은 잉크가 접으면 번져서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시 접으면 잉크가 번지지 않나요?"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도 먼거리를 와서 투표하는데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살짝 입김을 불어서 말려 본다. 투표장을 나서면서 인증샷을 찍는다. 배가 꼬르륵~~~ 발걸음을 리가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옮긴다. 마치 시골 5일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팔고 한 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가족 계좌 카드가 아니라 내 개인 계좌 카드로 밥값을 폼나게 낸다. ㅎ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트넘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본다. 경기 86분에 손흥민이 극적인 역전골을 넣으니 오늘 우리 부녀가 투표한 것을 마치 축하라도 하는 듯하다. 기분 좋게 라트비아 맥주 캔을 딴다. 모두 투표에 참가하세요!!!!
22대 총선 22세 대학생 딸과 함께 왕복 640 km 이동해 투표하다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서 긍지를 느낄 때 중 하나가 바로 대선과 총선에 참가하기 위해 대사관에 가서 투표하는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다해야 한다는 거창한 책임감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이번에도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2023년 11월 12일부터 2024년 2월 10일까지)을 놓치지 않고 제시간에 등록했다. 상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리투아니아에는 아직까지 한국 대사관이 설립되지 않아서 폴란드 대사관이 겸임 관할하고 있다. 예전에는 관할 대사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대사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거주 도시 빌뉴스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는 500 km (6시간 30분)이고 라트비아 리가까지는 320 km (4시간)이다.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대학생 딸 요가일래에게 관심이 있으면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하라고 주소를 일러주었다. "이번에 너 나이 숫자와 일치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갈지 안 갈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관심 있으면 한번 등록해봐라." 22대 총선 투표했어요!!! 등록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3월 19일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투표일 안내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주라트비아대사관입니다. 동 메일은 재외투표 안내 메일이며, 사전에 국외부재자 신청을 하신 분들께 송부되는 메일입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운영기간은 3.29(금) - 4.1(월)이며, 운영시간은 08:00-17:00 이오니, 동 기간 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투표소 방문 시,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세 내용은 별첨 안내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소 : Jura Alunāna iela 2, Centra rajons, Rīga, LV-1010, 3층 이제 투표일 안내를 받았으니 4일 동안 지속되는 투표기간에서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 이 기간은 부활절 경축일과 겹치는 황금기간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따뜻한 남유럽으로 여행 가려고 여러 후보지를 한창 찾고 있다. "나, 29일 투표하러 라트비아 리가로 갈 거야!" "교통비와 식사비가 꽤 나올 텐데 간다고?! 유권자수가 수천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당신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가기를 바라는 말투다. 은근히 남편을 미친 투표쟁이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도 아내는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혹시 요가일래도 등록을 했는지 저녁에 돌아오면 물어봐." 요가일래는 빌뉴스대학교 마지막 학년에 다니고 있다. 1월부터 졸업일이 있는 6월까지 대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없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의무적으로 3개월 동안 전공과 관련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무급 실습이니 고용주에게는 전혀 부담이 없다. 인력을 보충할 수도 있고 미래의 인재를 키울 수도 있다. 요가일래는 현재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두 군데서 실습을 하고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 물어본다. "아빠는 곧 라트비아로 가서 국회의원 투표를 하는데 너도 제외선거인으로 등록했니?" "당연 했지."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온 투표안내문을 받았니?" "편지함을 확인해볼게." 큰 기대하지 않고 등록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등록을 했구나! 이제 두 사람이 왕복 640 km를 이동해서 투표하러 간다. 기차나 버스를 가면 1인당 왕복 교통비만 50 유로다. 둘이니 100 유로다. 이재에 밝은 아내가 머리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동거리 640 킬로미터. 100 킬로미터당 소요되는 경유는 6리터. 1 리터에 1.5 유로. 9유로다. 총 기값 60유로! 승용차로 가는 것이 유리하네. 모처럼 가족이 리가 구경도 하고 또 인근에 있는 유르말라도 가볼 수 있고..." 아내는 "아버지와 딸" 투표에 승용차로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 투표를 한 후 리가를 구경하고 유르말라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에 출발해 유르말라에서 자고 다음날 투표하러 가기로 했다. 유르말라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다.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다. 숙소 열쇠를 받자마자 바다로 향한다. 유르말라에서 발트해 일몰을 본다. 아직 일몰은 바다 쪽이 아니라 육지 쪽이다. 다음날 인근에 있는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을 산책을 한 후 투표를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다.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 대사관이 밀접한 곳에 위치한 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쉽게 찾아 아르누보 건축물의 곡선 계단을 따라 3층을 올라간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작은 투표장에서 투표를 한다. 비례대표를 뽑는 종이가 그야말로 두루마기다. 내가 누른 붉은 잉크가 접으면 번져서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시 접으면 잉크가 번지지 않나요?"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도 먼거리를 와서 투표하는데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살짝 입김을 불어서 말려 본다. 투표장을 나서면서 인증샷을 찍는다. 배가 꼬르륵~~~ 발걸음을 리가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옮긴다. 마치 시골 5일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팔고 한 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가족 계좌 카드가 아니라 내 개인 계좌 카드로 밥값을 폼나게 낸다. ㅎ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트넘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본다. 경기 86분에 손흥민이 극적인 역전골을 넣으니 오늘 우리 부녀가 투표한 것을 마치 축하라도 하는 듯하다. 기분 좋게 라트비아 맥주 캔을 딴다. 모두 투표에 참가하세요!!!!
22대 총선 22세 대학생 딸과 함께 왕복 640 km 이동해 투표하다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서 긍지를 느낄 때 중 하나가 바로 대선과 총선에 참가하기 위해 대사관에 가서 투표하는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다해야 한다는 거창한 책임감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이번에도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2023년 11월 12일부터 2024년 2월 10일까지)을 놓치지 않고 제시간에 등록했다. 상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리투아니아에는 아직까지 한국 대사관이 설립되지 않아서 폴란드 대사관이 겸임 관할하고 있다. 예전에는 관할 대사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대사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거주 도시 빌뉴스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는 500 km (6시간 30분)이고 라트비아 리가까지는 320 km (4시간)이다.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대학생 딸 요가일래에게 관심이 있으면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하라고 주소를 일러주었다. "이번에 너 나이 숫자와 일치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갈지 안 갈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관심 있으면 한번 등록해봐라." 22대 총선 투표했어요!!! 등록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3월 19일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투표일 안내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주라트비아대사관입니다. 동 메일은 재외투표 안내 메일이며, 사전에 국외부재자 신청을 하신 분들께 송부되는 메일입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운영기간은 3.29(금) - 4.1(월)이며, 운영시간은 08:00-17:00 이오니, 동 기간 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투표소 방문 시,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세 내용은 별첨 안내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라트비아대사관 재외투표소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소 : Jura Alunāna iela 2, Centra rajons, Rīga, LV-1010, 3층 이제 투표일 안내를 받았으니 4일 동안 지속되는 투표기간에서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 이 기간은 부활절 경축일과 겹치는 황금기간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따뜻한 남유럽으로 여행 가려고 여러 후보지를 한창 찾고 있다. "나, 29일 투표하러 라트비아 리가로 갈 거야!" "교통비와 식사비가 꽤 나올 텐데 간다고?! 유권자수가 수천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당신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가기를 바라는 말투다. 은근히 남편을 미친 투표쟁이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도 아내는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혹시 요가일래도 등록을 했는지 저녁에 돌아오면 물어봐." 요가일래는 빌뉴스대학교 마지막 학년에 다니고 있다. 1월부터 졸업일이 있는 6월까지 대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없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의무적으로 3개월 동안 전공과 관련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무급 실습이니 고용주에게는 전혀 부담이 없다. 인력을 보충할 수도 있고 미래의 인재를 키울 수도 있다. 요가일래는 현재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두 군데서 실습을 하고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 물어본다. "아빠는 곧 라트비아로 가서 국회의원 투표를 하는데 너도 제외선거인으로 등록했니?" "당연 했지."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온 투표안내문을 받았니?" "편지함을 확인해볼게." 큰 기대하지 않고 등록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등록을 했구나! 이제 두 사람이 왕복 640 km를 이동해서 투표하러 간다. 기차나 버스를 가면 1인당 왕복 교통비만 50 유로다. 둘이니 100 유로다. 이재에 밝은 아내가 머리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동거리 640 킬로미터. 100 킬로미터당 소요되는 경유는 6리터. 1 리터에 1.5 유로. 9유로다. 총 기값 60유로! 승용차로 가는 것이 유리하네. 모처럼 가족이 리가 구경도 하고 또 인근에 있는 유르말라도 가볼 수 있고..." 아내는 "아버지와 딸" 투표에 승용차로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 투표를 한 후 리가를 구경하고 유르말라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에 출발해 유르말라에서 자고 다음날 투표하러 가기로 했다. 유르말라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다.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다. 숙소 열쇠를 받자마자 바다로 향한다. 유르말라에서 발트해 일몰을 본다. 아직 일몰은 바다 쪽이 아니라 육지 쪽이다. 다음날 인근에 있는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을 산책을 한 후 투표를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다. 체메리 국립공원 습지 둘레길 대사관이 밀접한 곳에 위치한 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쉽게 찾아 아르누보 건축물의 곡선 계단을 따라 3층을 올라간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작은 투표장에서 투표를 한다. 비례대표를 뽑는 종이가 그야말로 두루마기다. 내가 누른 붉은 잉크가 접으면 번져서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시 접으면 잉크가 번지지 않나요?"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도 먼거리를 와서 투표하는데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살짝 입김을 불어서 말려 본다. 투표장을 나서면서 인증샷을 찍는다. 배가 꼬르륵~~~ 발걸음을 리가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옮긴다. 마치 시골 5일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팔고 한 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가족 계좌 카드가 아니라 내 개인 계좌 카드로 밥값을 폼나게 낸다. ㅎ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트넘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본다. 경기 86분에 손흥민이 극적인 역전골을 넣으니 오늘 우리 부녀가 투표한 것을 마치 축하라도 하는 듯하다. 기분 좋게 라트비아 맥주 캔을 딴다. 모두 투표에 참가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