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_ 이거 복숭아색이야? _ 암회색으로 보여.

로메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엔 겨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며칠 전에 한 번 더 보았는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해변과 연인, 연인과 해변이라는 그림 같은 도입부를 채우던 피아노 곡을 좋아했었다. 여주인공이 아이와 함께 성당에 들어가는 장면이 후반부에 나오는데무슨 일 때문인지 영화를 잠시 멈추었다 돌아와 다시 보기 시작했을 때가 마침 그 성당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성당 안을 연인들의 웃음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이상하다고 생각했다.잠깐 멍하게 보고 있다가 알게 되었다.뭔가 잘못 눌러 더블 프레잉 되고 있었던 것. 그러니까 원래부터 성당 장면에 그 음악이 채워지는 게 아니라도입부 소리가 덧대어졌던 것.그건, 어쩌면 공허함마저 감도는 부산한 현실 위로 내려앉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