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라는 영화에 ' 쿵푸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 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수직, 서있는 자는 승리하고, 수평, 누워있는 자는 패배한다는 말인가보다. 드러누워서 업치락 뒷치락하는 모양을 대단히 경시했던 과거에는 그럴듯한 말이었을지 모르나 현대에 와서 얘기가 달라졌다. 주짓수라는 무술을 대표로 누워서 공방하는 문화가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평에서 강한 이가 수직에서 강한 이를 잡아먹는 일도 허다하다. 우린 전통권이다, 우린 뭐다하는 정체성의 멋과 고집도 좋지만 적어도 보편적인 격투문화의 조류에서 함께 호흡하려면 수직에서도, 수평에서도, 쿵푸(功夫)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