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짱 あまちゃん (2013)
By 멧가비 | 2020년 12월 31일 |
주인공 아키는 도망치듯 당도한 어머니의 고향 어촌에서 해녀의 꿈을 키우고, 한 사람 몫을 해내는 해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취근성을 발판 삼아 다시 도쿄에 재입성해 지역 아이돌 연습생에 도전한다. 쿠도칸 성장 드라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아웃사이더가 내면적 결핍과 청춘의 에너지빨을 양분 삼아 생소한 분야에 근성으로 도전하는 이야기. 역시 주목해야 할 점은, 해녀와 아이돌 모두 아키 본인의 꿈은 아니라는 점, 해녀는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어촌 주민들의 희망사항이었으며 아이돌은 처음 생긴 친구의 야망이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아키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법, 소통, 자존감 등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꿈이라는 게 별 거 아니다. 아키에게 해녀와 아이돌은 자신의 자아실현은 아니었겠으나, 좋아하는 사람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By 멧가비 | 2018년 10월 17일 |
류 치수의 오즈 영화 캐릭터들이 늘 그랬듯 어디에나 있을 평범하고 점잖은 초로의 남성 히라야마 슈헤이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그러나영화에서 결혼식이라는 것은 히치콕식으로 말하자면 맥거핀이다. 영화의 서사는 딸의 결혼 준비에 맞춰 흘러가지 않으며 그 결혼식 자체도 숫제 나오질 않는다. 영화의 서사는 히라야마가 딸의 결혼 문제로 심란한 가운데 마주치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로만 채워질 뿐이다. 딸의 결혼이라는 게 딸을 둔 아버지라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관혼상제"의 딱지가 붙는 굵직한 사건들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마주침부터 헤어짐 까지의 작은 순간들로 사실은 이뤄져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언제나 한발짝 물러서서 일본의 일상을 관조했던 오즈는 그의 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The Amazing Spider-Man (2012)
By 멧가비 | 2014년 4월 19일 |
샘 레이미는 마블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어 제낌과 동시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소재로 온갖 것들을 다 뽑아먹었다. 그야말로 모난 데 없이 완벽한 정삼각형 같은 삼부작이었다. 그 후 5년, 새로 시작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는 처음부터 강력한 비교 대상을 옆에 두고 시작한 위태로운 프렌차이즈였을 수 밖에 없다. 레이미가 쓰고 남은 걸 고물장수처럼 주워다 쓴 새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좋다. 질질 짜는 드라마 대신 신세대 피터와 새 히로인 그웬의 쿨한 연애담이 소개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심함 대신 조금 더 적극적인 영웅 활동을 펼치는 진취성을 보여준다. 이미 한 얘기를 또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빠지고 세련된 것들부터 보여준다. 액션 설계는 레이미 영화들에 비해 좀 후지지만 디테일한 동작 하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
By 멧가비 | 2017년 12월 12일 |
자고로 집 중 최고의 집은 빈집이다.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이 밉고, 늘 불공평하게 대하는 가족이 미운 막내. 빈집이란 어쩌면 세상 모든 막내들의 유토피아다.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가족을 잃어버린(줄 아는) 되바라진 막내의 이야기, 발상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 영화다. 플롯은 일종의 땅따먹기 배틀. 빈집을 탐하는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빈집털이범 해리와 마브 콤비. 1989년작 프랑스 영화 [또마]를 가족 등급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의 쟁점은 "빈집에 깃발 꽂기"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 줄곧 했던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를 실사화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상류층 지역의 넓은 집, 대책없이 많은 가족 그리고 그 가운데 보호 받지 못하는 약자. 세계 영토 규모 3위 미국의 치안 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