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꽃

재꽃

연약한 세계는 얼마나 가녀린가. 가녀린 세계는 얼마나 연약한가. 막막하고 출구 없는 질문을 은 던진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시골 풍경이 시간이 흘러 드러내는 건 숨통 하나 찾을 수 없는 막막한 세계, 열 여섯 살 소녀의 세계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모자를 쓰고 밭에 나가 블루베리를 따며 살아가는 소녀는 현실을 버텨낸다. 너무나 조용해서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공간은 소녀의 삶을 짖누르는 무게다. 그녀가 유일하게 생기를 띄는 건 아무런 목적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달릴 때 뿐이다. 소녀는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반겨주는 이 없어도, 도착할 안락한 품 없어도 그녀는 달린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이다. 들판 너머 빌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