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매력적인 도망,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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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력적인 도망, '로마'

첫 장면에서 거의 모든 게 알 것 같은 영화가 있다. 빤한 줄거리가 예상되거나, 흔해 빠진 구도가 보이는 얘기같은 걸 하는 건 아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트럭 뒤로 담배 연기가 새어 나왔을 때, 홍상수 감독의 영화 '풀잎들'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카메라가 초라한 풀잎들을 바라볼 때, 나는 왜인지 이 영화들을 알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 느낌은 어쩌면 제목의 한 자락인 것 같기도 싶지만, 나는 이 영화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 첫 장면의 희미하고 선명한 기운이 떠오른다. 요 며칠 동안 '하마구치 류스케'의 '잘 때도 깨어있을 때도(寝ても覚めても)'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알포손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보고 무력한 아침의 빛 같은 걸 느꼈다. '잘 떄도 깨어있을 때도'는 어린 남자들이 폭죽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