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7월 30일 |
덥다~ 덥다~ 란 말이 끊이지 않는 강력한 여름이 찾아온 7월.
밤과 새벽에도 무려 28℃를 왔다 갔다하는 열대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잠도 못 이루고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여름 꽃인 배롱나무들이 하나 둘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고풍스러운 고택 속 시원한 정원 형식의 남간정사가 생각나서 찾아갔습니다.
남간정사는 우암사적공원 내에 위치해 있는데요. 조선 중기의 별당 건축으로 우암 송시열선생이 강학하던 장소이며 현재는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호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버스에서 내려 우암사적공원 입구로 들어가니 바로 남간정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남간정사 개방시간과 우암사적공원의 개방시간과는 다르므로 참고하셔야겠습니다.
※ 남간정사 개방시간
10시~17시
※우암사적공원 개방시간
하절기 : 5시~21시
동절기 : 6시~20시
남간정사로 들어가는 대문은 지붕이 훨씬 커 보이고 문은 낮아서 가분수를 연상케 합니다. 문이 정말 낮으니 어른들은 꼭 머리 조심을 해야겠더군요.
대문 안으로는 분홍빛 배롱나무와 기국정이 바로 보이네요.
기국정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소제동 소제방죽 옆에 세웠던 건물로, 소제에 연꽃을 심고 국화와 구기자를 심었는데요. 연꽃은 군자를, 국화는 세상을 피하여 사는 것을, 구기자는 가족의 단란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암 송시열선생을 찾은 선비들이 구기자와 국화의 무성함을 보고 건물 이름을 기국정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초가지붕이었으나 선생의 큰손자가 기와지붕으로 수리하였고, 그 후 소제가 메워지면서 건물도 차츰 허물어지게 되자 1972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기국정 앞에 살포시 피어 있는 배롱나무는 백일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고 하여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부귀'라고 하는데 전설은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꽃들의 전설은 왜 이리 슬프고 애달픈 이야기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남간정사는 중앙에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울창한 숲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만나는 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 남간정사의 배롱나무는 만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7월 달에는 만개한 모습을 보지 못할 거 같고 8월초에나 이곳을 가득 메운 배롱나무를 만날 수 있을거 같은데 요즘 더운 날씨가 변수가 될 거 같습니다.
잔잔한 연못에 담긴 풍경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영화의 촬영지인 청송 주산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물위에 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옵니다.
남간정사는 계곡에 있는 샘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건물의 대청 밑을 통해 연못으로 흘러 가게 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정원 조경사에 있어서 하나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는 훌륭한 조경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간'이란 남쪽 볕바른 곳에 흐르는 물줄기를 의미하고 '정사'란 정자 가운데에서도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주변인들과 학문적 노쟁을 펼치는 공간을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고목에는 세월의 흔적을 알려 주듯이 이끼가 가득했는데요. 고목이 지팡이를 짚고 남간정사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듯한 모습이네요. 마치 친한 벗과 함께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더운 날씨때문인지 사람들의 인기척은 전혀 없고 산새들 소리만이 남간정사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고즈넉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라 그나마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숲으로 가려진 정자 위에서는 할머니 여러 분이 부채질을 하며 누워서 편안하게 쉬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저곳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잠이 솔솔 올 거 같아 보이네요.
우암사적공원내에도 분홍빛 배롱나무들이 보였는데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더위를 무릅쓰고 천천히 돌아봅니다. 배롱나무는 예로부터 사당, 절, 선비의 정원, 무덤 등에 많이 심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현재 배롱나무로 유명한 곳은 서원이거나 고택에서 볼 수 있는 듯 합니다.
분홍빛 배롱나무와 기와의 모습은 참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이렇게 배롱나무를 구경하다 너무 더워서 유물관으로 들어가 잠시 더위를 식혀 봅니다.
8월과 9월 우암사적공원에서는 오감 오락 역사탐험대가 '우암과 함께 노닐다'를 주제로 열립니다.
※ 오감오락 역사탐험대 안내
위치 : 우암사적공원 일원
기간 : 2018년 8월 22일, 24일, 29일, 31일 / 9월 5일, 7일, 12일. 14일, 19일, 21일, 28일
체험 내용 : 우암사적공원 탐방 미션수행, 조선시대 유학자 우암 송시열에 대해 알아보기, 유생복 입고 전통다례체험
관람 장소 : 송자대전판, 남간정사, 유물관, 서원복원 건물 등
유물관에서는 우암 송시열선생에 관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고요.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우암 송시열의 생애와 업적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우암 송시열은 여러 왕들에게 인정을 받았는데요. 그것을 입증하듯 효종이 하사한 초구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초구는 효종의 북벌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효종은 함께 요동을 정벌하러 가자고 당부했다고 하네요.
우암 송시열 선생의 영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송시열 선생의 초상화를 보면 늘 사람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정확하게 사람을 주시하고 있는 유일한 영정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건 반가운 사람의 급작스런 방문으로 깜짝 놀라며 본 모습을 그린 영정이라고 합니다.
서양과 우리나라 영정을 비교하면요. 서양은 그림에 명암을 넣어 입체감을 주지만 우리나라 영정은 명암 없이 그리면서 수염 한 오라기, 검버섯까지 인물 그대로를 그리는게 특징입니다.
이렇게 유물관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다 듣고 다시 우암사적공원을 돌아봅니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액운을 막아 주는 홍살문 사이로 명정문을 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우암사적공원은 송시열 선생이 말년에 제자를 가르치고 학문에 정진하던 곳을 재현해 1998년에 사적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곳인데요. 송시열의 생전 모습이 아닌 조선시대 서원의 형태를 재현한 곳입니다.
정면으로는 마음을 곧게 쓰라는 뜻의 강당인 이직당과 모0든 괴로움을 참아야 한다는 뜻의 인함가, 모든 일을 명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라는 뜻을 담은 명승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매사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라는 심결재와 선현의 가르침을 굳게 지키라는 견뢰재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남간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남간사는 제를 지내는 곳으로 굳게 문이 닫혀 있어 안을 보지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서원의 모습을 관람 후 명정문을 나오면 덕포루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도 배롱나무가 살포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얼핏 보면 이몽룡과 춘향이로 유명한 광한루의 모습도 연상이 됩니다.
덕포루 앞에 있는 조그마한 연못에는 연잎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연꽃이 한창 피면 정말 아름다울 듯 합니다.
배롱나무와 연꽃으로 가득할 때 다시 한번 찾아와 봐야겠네요. 상상만으로도 참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집니다.
우암사적공원은 분홍빛 배롱나무와 남간정사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철 대전여행명소입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역사공부와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뜻깊을 것 같습니다.
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4월 1일 |
학교 밖에서 학교의 역사를 배우고,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진잠향교를 다녀왔습니다.
진잠향교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교촌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지방관학교육기관인데요. 진잠향교의 대성전은 대전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읍내동에 있는 회덕향교와 함께 대전 지역 유학의 산실이 되어온 곳이기도 하지요.
향교는 조선왕조의 성립(태조5년)과 함께 정책적으로 유교의 문화적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지방관학교육기관이었습니다.
오늘날 교육기관은 초, 중고, 대학이 일반적인 교육기관인데요. 그럼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어떠했을까요?
성균관은 오늘날의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중앙의 최고 교육기관이고요. 사부학당은 중등교육을 받는 중앙의 관학교육기관, 향교는 중등교육을 받는 지방의 관학교육기관, 서원은 중등교육을 받는 지방의 사학기관입니다. 그리고 서당은 초등교육기관이라 정리할 수 있겠네요.
진잠향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하마비가 있습니다. 보통 종묘나 궐문앞에 세워지는 하마비(下馬碑)는 "말을 타고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내리는 지점도 품계에 따라 다르게 표시되고 있는데, 1품 이하는 홍살문으로 부터 10보, 3품 이하는 20보, 7품 이하는 30보 거리에서 말에서 내려야 한다고 하네요. 이는 장소에 대한 경외심의 표시로 조선시대 진잠향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지요.
홍살문은 신성시되는 장소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색과 화살 모양을 사용하였는데요. 붉은 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화살은 나쁜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답니다.
홍살문 옆에는 향교발전에 공을 세운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2004년 10월 조성한 공적비 5기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외삼문에는 흥학루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요. 문 안쪽으로 누각이 있기는 한데 그 누각의 쓰임은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출입시 가운데 문은 신들의 문이라 일반인 출입 못하고요.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왼쪽 문으로 나오는 거라고 하네요. 문이 세개인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교육공간인 명륜당은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바닥은 대청마루이고 오른쪽 한 칸에 온돌방을 두었구요. 공부하는 유생들이 묵었던 동재 및 서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입니다. 오른쪽이 양반자제, 왼쪽은 평민자제가 묶었던 일종의 기숙사인 셈이지요.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파손된 이후 여러 차례 중수와 보수를 거치며 현존하고 있는데요, 내삼문의 가운데 문은 아직도 보수중이네요.
대성전은 대전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이곳엔 중국의 5성(五聖) 및 송조6현(宋朝六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 등 29위의 위패를 배향하고, 해마다 음력 2월과 8월 상정일(上丁日)에 석전(釋奠)을 봉행한다고 합니다.
대성전은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의 겹처마 맞배지붕 건물인데요. 향교 안의 다른 건물과 달리 단청이 칠해져 있어요. 단청은 습기와 벌레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칠하는데 주로 대궐이나 종묘, 절 등 존경심을 가질만한 장소에 칠하지요. 단청으로도 대성전의 위상도 짐작할 수 있답니다.
진잠향교를 측면에서 바라보면 건물 배치를 잘 알 수 있어요. 진잠향교는 내삼문을 중심으로 앞쪽의 낮은 지대에 교육공간인 명륜당을, 뒤쪽 높은 지대에 문묘 공간인 대성전이 배치되어 있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구조이지요.
일반적인 건물 배치는 평지일 경우 앞쪽에 선현의 제사를 위한 건물을 세우고 뒤쪽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당과 기숙사를 지었으며, 구릉지의 경우는 반대였다 합니다. 진잠향교는 그릉지라 교육공간인 명륜당이 앞에 있고 대성전이 뒤쪽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네요, 유교문화가 발달한 조선시대에는 제향의 의미가 중요하고 신성시되었기에 앞쪽, 또는 높은 곳에 위치하였음을 알 수 있지요.
저는 오늘 진잠향교를 방문하여 문화관광해설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진잠향교의 역사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진잠향교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네 분이 교대 근무로 상주하기 때문에 진잠향교를 방문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향교 옆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사무장 겸 서예 선생님에게 향교 운영체계와 교육내용에 대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었어요. 2019년 현재 진행중인 진잠향교 교육시간표를 받았는데요, 논어, 대학 등의 고전과 서예를 배울 수 있습니다. 별도의 수강료는 없으며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함께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여름과 겨울방학에 충·효·예 교실을 개강하여 학생들이 훈장님께 사자소학 등 한자와 예절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데요, 지금껏 다녀간 학생이 8000여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용문의 : 042-543-1811
학교 밖의 학교,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문화재인 진잠향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 지향적 삶이 있는 공간입니다. 봄날에 진잠향교에서 역사의 숨결도 느끼고 바로 옆에 있는 피톤치드 나오는 솔숲도 산책하며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zoom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