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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8월 30일 |
전국이 펄펄 끓는 폭염으로 달아 오른 8월. 입추, 처서가 무색 할 만큼 날이 갈수록 폭염은 오래 계속되었습니다. 연일 숨막히는 폭염으로 일상에 지쳐있던 8월의 스무닷새날 해질녘 <대전문화재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행사가 진행되는 동춘당 고택을 찾았습니다.
문화재행사는 낮에만 이뤄지는게 아니었네요. 이날 진행된 '달빛따라 문화재탐방'은 어스름 해가 질 무렵 시작해 달빛이 비치는 야밤에 달빛따라 즐기는 문화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대전문화재야행'중 '동춘당야행'입니다.
제289호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동춘당 종택은 종부와 14대 후손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공간으로, 별당인 동춘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분홍빛 목백일홍이 한창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대전광역시와 대전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한밭문화마당에서 시행하는 '동춘당가 400년 여름생신상' 행사는 실제 동춘당 종택에서 살고 있는 종부와 자손들이 참여하여 더욱 뜻깊은 행사였는데요.
무서우리만치 온 세상을 달구던 폭염도 자연의 섭리엔 어쩔수없이 수그러드나 봅니다. 어둠이 깔리기 전 동춘당 입구엔 '동춘당家 400년 여름생신상'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두 그루의 감나무와 함께 참여자를 기다리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고택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적 있으신가요?
추녀가 아름다운 동춘당 고택의 밤 분위기가 서서히 느껴질 무렵 시작된 동춘당가 400년 여름 생신상 공개 행사는 문희순(충남대 교수) 사회자와 송정은(동춘당가 종부의 딸) 셰프, 이 두 사람의 진행으로 시작됐습니다.
평소엔 개방하지 않아 좀처럼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이 종택이 지난해 요맘 때 딱 한 번 생신상 비법을 공개 한 이후, 오늘이 딱 두 번째입니다.
태풍 솔릭이 조용히 지나가고 오늘은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드디어 동춘당 종택에서 400년동안 내려오는 생신상 비법이 공개되는 시간인데요. 상차림에 필요한 갖가지 재료들은 이미 깔끔하게 다듬어져 세팅되어 있었는데요.
오늘 이 귀한 시간 만큼은 단순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400년동안 전해 내려온 이 생신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의미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① 정구지 육개장
동춘당家 궁중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생신상 비법을 공개하기까지 레시피를 선정하고, 장을 보고, 다듬고 세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이 닿았을까요? 감동 그 자체입니다.
똑같은 재료라도 맛은 다릅니다. 쇠고기에 고사리 토란 등이 주재료가 되는 육개장이 일반적이지만, 동춘당家에선 고택의 뜰에서 직접 기른 정구지(부추)와 대파를 주재료로 끓여내는 육개장인데요.
부추는 생일이 다가오는 20일 전에 한 번 잘라내고 새롭게 잎이 돋은 부추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외식으로 대신하는 요즘에 비해 당시 시댁 어르신들을 위하는 종부의 배려 깊음이 그대로 엿보이는것 같습니다.
쇠고기는 푹~삶아 결대로 찟고, 정구지와 대파는 4㎝ 간격으로 썰고, 숙주와 함께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솥에 넣고 끓여 냅니다.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② 고추전
가마솥에서 육개장이 끓는 동안 생신상에 올릴 두 번째 요리 고추전을 만들어 봅니다.
400년 전. 그 당시에도 고추전을 생신상에 올렸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는데요. 요즘의 고추전과 유사하다는 점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홍고추와 청고추의 꼭지를 따고 고추의 뾰족한 끝은 잘라 내고 배를 갈라 씨를 모두 빼 줍니다. 그리고 고추 안쪽에 밀가루를 약간 바른 후 양념한 쇠고기를 편편하게 깔고 쇠고기 위에 약간의 밀가루를 뭍힌 다음 계란물을 입히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지져 주면 고추전이 완성됩니다.
청고추 홍고추가 어우러져 예쁜 색깔을 내 주네요. 접시에 썰어 놓으니 근사한 요리가 되었어요. 올 추석 차례상엔 저도 고추전을 올려볼 요량입니다.
<동춘당家 김정순 종부의 딸(송정은)이 자세히 레시피를 알려주며 각 조별로 잘 진행되고 있나 둘러보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동춘당家 고택의 네모진 마당에서 베어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참가자 6人씩이 한 조가 되어 여기저기서 뚝딱뚝닥 썰고 만들고 부치기 열전입니다. 400년전 전해 내려온 종가의 생신상 비법 전수에 눈코 뜰새 없이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거의가 여성들이 참여할 줄 알았는데, 젊은 청년도 있구요. 중·장년의 남성도 많습니다. 한 가족 모두가 참여한 팀도 있고요. 한창 게임에 열중할 초등학생도 두 명이나 엄마 따라 나섰습니다. 참으로 기특 기특하네요.
초저녁 달밤에 한 두방울의 빗방울이 떨어지다 어느새 멈췄는지 모를 정도로 요리에 바빴는데, 갑자기 누군가 밤하늘을 쳐다보며 무지개다 하고 소리쳐 얼른 고개를 들어 보니 정말로 일곱빛깔 무지개가 한옥지붕위로 예쁘게 수놓고 있었어요.
어릴적 봤던 바로 그 무지개. 그것도 깜깜해지기 바로 직전 고택의 안마당에서 바라보는 무지개빛이야말로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요?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③ 떡볶이
400년 전 그 옛날에도 떡볶이를 요리했다니! 참 경이롭습니다. 오늘 여러번 놀라네요. 지금의 떡볶이와는 좀 다른 떡볶이인데요. 요즘의 궁중떡볶이와 비슷한 점이 있긴하지만, 당시 조선시대 떡볶이에는 숙주가 많이 들어갑니다.
가래떡은 4분으로 썰어 두고, 양념한 쇠고기를 먼저 프라이팬에 볶다가 떡을 넣고 숙주와 미나리, 그리고 표고버섯과 당근을 넣고 양념장을 붓고 골고루 섞어 줍니다. 잣을 곱게 찧어 놓고 계란은 흰자 노른자 따로따로 지단을 붙여 4㎝ 간격으로 손가락 길이만하게 예쁘게 썰어 둡니다. 잣과 계란지단은 잡채위에 고명으로 얹을거니까요.
주부경력 20년이 넘은 요리에 달인 참가자도, 요리에 자신없는 참가자도 오늘은 모두 똑같습니다.
똑같은 레시피에 똑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음식에 담긴 깊이 있는 맛은 아마도 다르지 않을까요? 강사님이 한마디 하시네요. 손맛이 더해지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고.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종가 음식을 접시에 예쁘게 담고 있습니다. 가마솥에서 육개장이 다됐다고 기별이 올 무렵. 세프강사가 간을 보며 어느팀이 맛있게 예쁘게 잘 만들었나 한 접시씩 모아 봅니다.
육개장만 더해지면 격조높은 종가음식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종부가 직접 기른 20일 자란 부추로 만든 육개장,청색, 홍색이 쇠고기와 조화를 이룬 고추전, 가래떡과 쇠고기에 숙주와 미나리가 더해진 궁중떡볶이. 400년 동안 동춘당家에서 전해 내려온 여름생신상에 오른 음식들입니다.
생신상에 오른 음식이 이것뿐이 아니겠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춘당家에선 이 음식들이 그대로 생신상에 오르고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본 종가음식들을 모두 들고 대청마루로 이동해서 다함께 저넉을 대신합니다. 이미 식사를 하고 참가하신 분들은 아마도 배가 남산만큼 불렀을 거예요. 한 번 입에 대면 안먹을 수 없었을테니까요.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맛있게 먹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폭염에도 멈출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는 무로 담은 깍두기, 과일값 역시 여느해와 달리 치솟은 비싼데도 제철 포도도 밥상에 올랐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들끼리 참가한 팀들은 그 어떤 화려한 외식도 부럽지 않습니다. 초가을 바람 솔솔 불어주는 고즈넉한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맛보는 종가음식이야말로 값비싼 레스토랑에 스테이크에 비할 바 아니었습니다. .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④ 보리수단
들어는 봤어도 처음 맛 본 보리수단. 한 입 입에 대자마자 보리쌀의 탱글탱글함이 입안에서 그대로 느껴졌는데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올까? 몹시 궁금하여 물어 봤습니다. 보리쌀을 삶아 전분을 입힌 후 기름에 튀겨 냉수에 담그길 두 세번 반복해야 만들어지는 보리수단. 저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음식인것 같습니다.
다섯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를 우려 만든 오미자 茶에 얼음을 더하고 탱글탱글한 보리쌀을 띄어 낸 보리수단은 가히 궁중에서가 아니고서야 맛보기 힘든 음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함께 식사를 끝낸 후엔 대청마루에 넓게 둘러 앉아 동춘당家 종부의 말씀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산수(傘壽. 80세)를 넘기셨어도 또박또박 하시는 말씀은 시댁의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이 그대로 묻어 났으며, 종부의 역할을 다함에 있어 이 한치의 모자람없이 모두 소화해 냈음에 조상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60년 넘게 동춘당家의 종부로 살면서도 몸에 둘렀던 앞치마, 베개잇, 방석 등에 곱게 수를 놓아 만든 수예품들을 내놓으시며, 동춘당家의 전설같은 말씀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2018 달빛따라 문화재탐방 동춘당 야행은 이번 세번 째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9월 15일엔 '동춘당 풍류를 거닐다'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년 중 가장 풍성한 계절 가을의 초입에 2018 달빛따라 풍류를 거닐어 보시는건 어떠세요?
자세한 프로그램은 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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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당일 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사전에 신청하신 분에 한하여 행사 참여가 가능합니다.
■ 동춘당 야행 신청하기: http://naver.me/FjEswY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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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8월 30일 |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면 가지마다 붉은 꽃을 매다는 나무가 있습니다. 백일 동안을 핀다고 하여 나무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입니다. 거대한 군락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대전에도 배롱나무와 어울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지난 한 달여 간 배롱나무 꽃이 핀 풍경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개화 시기가 맞지 않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괜찮은 사진을 담아 오지 못한 곳은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기자의 이런 노력이 <나와유의 오감만족 이야기> 블로그 독자 분들께는 대전의 멋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 속으로 함께 떠나 보시겠습니다.
담장 너머 풍경이 발길을 붙잡았던 효심의 공간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제 제6호 유회당(有懷堂). 조선 숙종 임금 때 유회당 권이진 선생이 뒷산에 있는 부모님의 묘를 지키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었던 곳입니다.
지난겨울 유회당을 처음 찾았을 때 ‘유회당 바로 앞에 있는 배롱나무가 만개하면 정말 멋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길가에 배롱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찾아 갔는데 7월 초에 갔을 때는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고 7월 말에 다시 갔을 때 역시 사진 속의 모습처럼 막 피기 시작하는 정도였습니다.
‘다 피었을 때 한 번 더 오자.’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돌려 유회당 밖으로 나왔는데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들어 담장 너머로 다시 한 번 바라봤습니다. 그랬더니 연못 옆에서 피고 있던 배롱나무와 보일 듯 말 듯한 유회당의 지붕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는 하늘이 멋진 배경이 되어 흰 구름을 일으켜 내고 있었습니다.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 중 그 첫 번째 풍경을 담는 순간이었습니다.
▶ 위치 : 대전 중구 운남로 85번길 32-20 (무수동)
바람도 머물다 가는 곳, 숭현서원 영귀루
“기자님, 어서 와 보세요. 영귀루 옆 배롱나무 꽃이 다 피었어요.” 취재차 방문했었던 숭현서원의 김동순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숭현서원 영귀루 옆에 서 있는 배롱나무 꽃이 피면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잊지 않고 연락을 준 것입니다.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27호인 숭현서원은 16세기 후반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많은 학자와 인재를 배출한 명문 사학이었습니다. 이 숭현서원에 방문하시면 외삼문이 있는 영귀루를 지나 서원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영귀루는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구조의 누각입니다.
옛 선비들이 자연을 즐기며 학문을 했던 공간으로 누각 위에 올라가면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며 불어옵니다. 거기에 좌우로 서 있는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면 영귀루의 처마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그려 냅니다. 더운 여름 숭현서원 영귀루 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도 쐬고 흔들거리는 배롱나무 꽃도 보고 가는 여유의 시간을 누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위치 :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 251번길 36 (원촌동)
솟을대문 넘어서면 나오는 고즈넉한 고택의 풍경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30호 수정재(水晶齋).
수정재는 밀양 손씨 가문의 중시조인 역승공 손석(1371~1435)을 비롯한 문중의 선대 묘소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재실(제사를 모시기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행랑채와 붙어 있는 솟을대문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가면 정면의 재실과 좌우측의 동재, 서재를 볼 수 있는데 방문하실 때는 한 가지 주의하실 것이 있습니다.
도로 가에 있는데다 주차장이 넓다보니 운전하고 지나는 길에 잠시 둘러보고 가시려는 분들이 있으신데 문중의 재실로 관리되는 곳이다 보니 다른 문화재와 다르게 하루 전에 예약을 하셔야 관람을 하실 수 있습니다.(관람안내: 042-532-3542) 혹시라도 달이 뜬 밤에 수정재네거리를 지나는 길이라면 잠시 멈춰서 배롱나무와 서재(두 번째 사진) 그리고 그 지붕 위에 떠 있는 달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운치 있는 풍경이 될 것입니다.
▶ 위치 : 대전 서구 배재로 236 (변동)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호 남간정사(南澗精舍).
우암 송시열 선생이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웠던 정사(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집)로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대청마루 아래를 지나 정사 앞에 커다란 연못을 이루고 있어 그 운치를 더해주는데, 특히 떨어진 벚꽃 잎이 물 위에 떠 있을 때와 연못가에 서서 꽃을 피운 배롱나무의 빛깔이 반영으로 비칠 때 절경의 극치를 이룹니다. 아마 직접 보신다면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라는 우암 시조의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오르실 겁니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정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닫히는데 바로 돌아가지 마시고 담장 밖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려 보십시오. 일몰 후엔 남간정사를 비추는 조명이 들어오고 조명을 받은 남간정사의 반영이 연못 위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위치 : 대전 동구 충정로 53 (가양동)
동춘(同春),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
대한민국 보물 제209호 회덕 동춘당(懷德同春堂). 송시열 선생과 평생의 지기(知己)였던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말년에 학문을 하기 위해 지은 별당입니다. 선생의 호이기도 한 ‘동춘당’이라는 당호는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라는 의미인데 동춘당 선생이 생전에 지녔던 온화한 성품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름입니다.
처음 동춘당을 찾았을 때는 배롱나무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때였고 다시 찾았을 때는 만개하여 분홍빛의 둥그런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어 글자가 선명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두 번째 사진은 멀리서 아웃포커싱으로 담아 봤습니다. 사계절 모두가 봄인 곳, 동춘당. 가까이에 있는 남간정사와 함께 방문해 보신다면 그 옛날 동춘당과 남간정사를 서로 오가며 우정을 쌓았던 송준길, 송시열 두 분 선생의 모습이 그려질 것입니다.
▶ 위치 : 대전 대덕구 동춘당로 80 (송촌동)
꽃이 분분히 떨어져 땅이 가득 붉었도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90호 소대헌・호연재 고택. 동춘당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송준길 선생의 증손자인 소대헌 송요화와 부인 호연재 김씨가 살았던 고택이 나옵니다.
호연재 김씨(1681~1722)는 조선 후기 여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경서와 사서에 능통했다고 하며 134수라는 방대한 양의 한시를 남겼습니다. 제목에 적어 본 ‘꽃이 분분히 떨어져 땅이 가득 붉었도다.’라는 구절은 호연재 김씨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몽귀행(夢歸行)’이라는 한시의 여섯 번째 행입니다.
소대헌・호연재 고택 주변에 있는 배롱나무는 꽃의 빛깔이 유난히 붉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대문 앞을 가로지르는 길을 붉게 덮고 있는 배롱나무의 낙화를 보며 시상에 잠겨 있던 호연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 위치 : 대전 대덕구 동춘당로 70 (송촌동)
느티나무 할아버지와 배롱나무 손자
천연기념물 제545호 괴곡동 느티나무. 700여 년 전 처음 싹을 틔운 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주고 있는 나무입니다. 기자가 살고 있는 곳이 괴곡동과 가까운 동네이다 보니 차나 자전거를 타고 근처를 지날 때면 잠시 들러 느티나무가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고는 합니다. 그러다 문득 분홍색 꽃을 피운 어린 배롱나무 손자가 700살 잡수신 느티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눈이 트이고 나니 더 다양한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초록 등판 위에 분홍 얼굴을 디밀고 재롱을 떠는 모습, 자전거를 끌고 가다 마주친 두 할머니의 수다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모습,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마을 곁을 지나가는 기차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모습까지... 느티나무 할아버지와 배롱나무 손자가 만들어 낸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입니다.
▶ 주소 : 대전 서구 괴곡동 985번지
대청호 오백리길을 걷다 마주한 열녀의 빛깔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37호 관동묘려. 열녀문을 하사 받았던 쌍청당 송유 선생의 어머니 유씨 부인이 82세로 돌아가시자 장례를 지냈던 자리 옆에 지었던 재실입니다. 차를 타고 올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인 호반열녀길이나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따라 걸어오면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풍경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관동묘려에 도착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면에서 좌측으로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가 서 있는데 옆에 전신주가 서 있고 전깃줄이 지나서 그 자태를 제대로 담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시면 내부만 둘러보지 마시고 왼쪽 담장 쪽으로 나 있는 포장된 길을 따라 관동묘려 뒤편으로 올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추원사 앞에 이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 그루의 배롱나무와 관동묘려의 지붕 그리고 멀리 대청호가 어우러진 모습을 한 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소 : 대전 동구 냉천로152번길 291 (마산동)
청풍과 명월의 기상을 가슴에 새기다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7호 회덕 쌍청당(懷德雙淸堂). 관동묘려에 들른 뒤 회덕 쌍청당으로 향했습니다. 쌍청당은 관동묘려에서 모시고 있는 유씨 부인의 아들인 송유(1389~1446) 선생이 지은 별당입니다. 평소 송유 선생과 교분이 두터웠던 박팽년이 지어준 당호가 바로 쌍청당(雙淸堂)인데, 청풍(淸風)과 명월(明月)의 기상을 가슴에 새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관람 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고 쌍청당의 담장을 따라 돌며 밖에서만 경치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배롱나무가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담양의 명옥헌 원림인데 그곳에서 봤던 배롱나무 숲의 느낌이 이곳 쌍청당에서도 느껴졌습니다. 현대적으로 개량되지 않은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의 배롱나무들. 쌍청당을 처음 지었던 것이 1432년(세종 14)이었으니 이곳의 배롱나무도 600여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 위치 : 대전 대덕구 쌍청당로 17 (중리동)
견우와 직녀가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
대전의 야경 명소 엑스포다리.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 마지막 열 번째는 일명 견우직녀다리라고도 불리는 엑스포다리입니다. 한밭수목원 서원을 산책하다가 갑천 둑방길에 피어 있는 배롱나무 꽃을 보게 되어 발걸음을 옮겨 봤었는데 배롱나무 그늘 아래 서는 순간, ‘아, 구도 정말 좋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엑스포다리의 빨간 색과 파란 색 두 개의 아치는 일출과 일몰, 푸른 하늘과 붉은 노을 등 다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곤 하는데 배롱나무 꽃과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엑스포다리에서는 해마다 칠월칠석이 다가오면 ‘견우직녀축제’가 열립니다. 올해 견우직녀축제는 8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렸었는데 일 년 만에 재회한 견우와 직녀가 이 배롱나무 그늘 아래에서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자기들의 별로 돌아가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 위치 :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480 (도룡동)
지금까지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을 모두 보셨습니다. 기자의 개인적 견해로 선정해 취재했던 10곳을 모두 보셨는데 어떠셨나요? 먼 곳을 가지 않아도 우리 대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주변에 있습니다. 대전 시민 여러분과 ‘2019~2021 대전방문의 해’ 원년을 맞아 대전을 찾아오시고 있는 많은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특히 올해 추석은 아주 일러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전이 고향이신 분들은 차례를 지낸 뒤에 가족 나들이 코스로 ‘배롱나무가 있는 대전 풍경 10選’에서 소개해 드린 곳들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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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6월 10일 |
제26회 전통생활식물 展. "추억, 꽃으로 피어나다"
달콤한 꽃향기에 흠뻑 취했던 5월을 보내고, 싱그러움이 초록초록 물들어 가는 6월. 우리의 일상이 늘 꽃과 함께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우리 고유의 전통 꽃으로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꽃으로 추억을 더듬고 그 추억이 향기로운 꽃으로 새롭게 피어난 한밭수목원엔 수천 가지 종류의 꽃들을 만나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옛 어르신들이 농사일에 사용하거나 나무를 할 때 사용했던 지게엔 예쁜 초화들이 가득! 도심의 한 복판을 예쁘게 장식한 꽃들을 마주하니 두 눈을 어디다 초점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꽃들의 천국입니다.
한밭수목원 서원을 들어서면 어릴 적 추억이 스멀스멀 돋게끔 아담하게 꾸며진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정겨운 풍경인데요.
짚으로 이엉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 어깨 위로 힘껏 도리깨를 올려 타작을 하시는 아버지! 연신 키를 올렸다 내렸다 곡식을 까불고 계시는 어머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한낮의 도시 색깔이 이렇게 이쁠수가!! 연둣빛으로 한껏 치장한 낙우송의 싱그러움에 반하고, 그윽한 장미향에 또 한 번 넋을 잃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가 이곳에 서니 절로 마음의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는 듯합니다.
상쾌한 공기,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 들으며 그 옛날 추억 여행을 떠나 봅니다. 빨간 열매가 빙글빙글 돌며 바람에 나부끼는 단풍나무 길 양쪽을 시작으로 우리의 전통식물 초화류, 약용식물 등 우리가 늘 보고 먹던 식물들이 전시되어 향기까지 내뿜고 있습니다.
어른에겐 '추억의 공간' 아이들에겐 '교육의 장'
한밭수목원 서원과 동원에서 매년 치러지는 '우리 전통생활식물 展은 어른에겐 '추억의 공간'이요, 아이에겐 '교육의 장'입니다.
푸른 잔디광장에 길게 줄지어선 우리 전통 덩굴식물들. '나는 이런 종류의 식물입니다'라는 이름표를 달고 따가운 햇살에도 꿋꿋하게 서 있습니다. 그동안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해 알쏭달쏭했던 식물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흥미롭습니다.
분꽃
향기가 좋기로 이름난 분꽃. 까만 씨앗에 들어 있는 가루를 화장할 때 발랐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홍색, 황색, 백색 등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웁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해질 녘에 피어 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퍼질 때쯤 꽃잎이 다시 움츠러듭니다.
그래서 한낮에는 활짝 핀 꽃을 볼 수가 없으며, 여름 내내 피고 지는 꽃으로 오후 네 시에 피었다가 밤을 새우고 아침이 지나 해가 뜨면 서서히 꽃을 오므리기 때문에 'four-o´clock Flower(포어컬락 플라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주괭이
고양이가 좋아해서 고양이 밥으로 지칭하는 '괭이밥'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자주색 꽃을 피운다 하여 '자주 꽹이'라 부르지요.
세 잎은 완전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고 세 잎이 합쳐지면 예쁜 꽃 모양이 됩니다. 괭이밥 한 잎 떼서 아이들 얼굴에 붙여주면 참 좋아하는 꽃입니다. 식용이며 샐러드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레몬 같은 상큼한 맛이 식욕을 돋워 줍니다.
접시꽃
꽃 모양이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 이름 붙여진 꽃. 노란 꽃술이 연분홍 꽃잎과 조화를 이뤄 고운 색깔을 내는 접시꽃. 도종환 시인의 대표 詩 '접시꽃 당신'을 연상시키는 꽃이어서 그런 걸까요? 화려한 자태와 달리 슬픈 사연이 생각나는 꽃입니다.
풍요, 다산, 애절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접시꽃은 꽃이 아래에서 위로 차례로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 벼슬이 점차 오른다는 뜻으로 여겨 선비의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 하네요.
식물의 줄기가 덩굴이거나, 덩굴손, 빨판을 이용하여 다른 나무 바위틈을 감고 올라가 자라는 덩굴식물로 터널을 이뤘습니다. 우리 꽃과 우리 곡식 우리의 전통 식물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려서인지 한적한 숲길에 들어온 듯 한 착각마저 듭니다.
슬픈 사연에 비해 꽃이 너무 예쁜 트럼펫 모양을 닮은 '능소화'. 왕머루 덩굴과 인동덩굴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키가 큰 곡식들 앞에 서니 농촌의 너른 들판에 서 있는듯한 기분입니다. 저렇게 예쁜 꽃이 담배꽃 이래!!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주고받는 말입니다. 백해무익 몸에 해로운 연분홍 꽃은 긴 나팔꽃을 연상시킵니다.
어릴 적 숨바꼭질 많이 했던 담배밭. 키가 커서 숨기가 좋아 유난히 담배밭에서 많이 놀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부채만큼 잎이 커다랗게 자라면 잎은 모두 건조장으로 옮겨집니다. 늦여름까지 담배 대궁 꼭대기엔 분홍빛 꽃만 달랑 남았던 추억의 담배꽃 앞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물렀네요.
풍접초 & 잇꽃(홍화)
족두리꽃이라고도 불리는 풍접초. 꽃 모양이 옛날 혼례식 때 머리에 쓰던 족두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요. 여름부터 늦가을 추울 때까지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입니다. 물을 주거나 잎을 건드리면 특유의 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이로운 꽃'이란 이름으로 '잇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홍화'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꽃입니다. 옛날 시집갈 새색시의 이마에 찍었던 붉은 점(곤지)의 재료로도 사용됐고요. 꽃은 천연염료로도 사용한다고 해요. 처음엔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차츰 주황색으로 변하며 나중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식물입니다.
율
잡곡 중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알려진 율무. 벼과의 식물로 먹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저도 처음이네요.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서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곡류 중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먹고 입고, 편하게 누리는 것들이 바로 우리 전통생활식물에서 재료들이 나온다는 거. 잘 아셨나요?
십손이(관상용 호박)
왕관 모양의 호박이 다양한 색깔로 열린 관상용 호박으로 이름은 '십손이' 유기질 비료량을 조절해서 모양이나 크기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고 하네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을 연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해주는 식물입니다.
알록달록한 색을 가졌으며 혹같은 돌기가 10여 개나 되는 십손이. 느릿느릿 고향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네요.
이쯤 해서 잠시 쉬어 갑니다. 복잡한 도시들에게 농촌의 정취를 느끼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보고, 숲 속에 온 것 같은 수목원의 상쾌함을 만끽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전통생활식물 전. 가족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맛있는 간식도 함께 먹고 마주 보며 얘기꽃도 피울 수 있는 기회로 나들이 삼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우단동자꽃 & 샤스타데이
한 송이씩 핀 붉은 꽃들이 동자의 얼굴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동자꽃'. 긴 가지 끝에 빨간색 꽃이 한 송이씩 달려 피는데 앙증맞고 아름다운 색깔로 멀리서도 눈에 확 띕니다.
오른쪽 하얀꽃은 '샤스타데이지'라는 꽃으로 프랑스의 들국화와 동양의 섬 국화를 교배하여 만든 개량종입니다. 한 번 심어놓으면 다음 해에 또 자라는 꽃으로 여름에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와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는 꽃입니다. 강원도 정선 백운산(하이원 하늘길)에는 매년 샤스타데이지 축제 열린다고 합니다.
여주
도깨비방망이처럼 길쭉하고 울퉁불퉁한 열매가 달리는 채소입니다. 혈당조절에 효능이 있다 하여 약용으로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죠. 약재로 푸른 열매를 수확하지만 익으면 주홍빛으로 벌어져 빨간색 속이 훤히 보이면 먹습니다.
과자가 귀하던 어릴 적엔 과일 대신 많이 따 먹었던 식물로 '유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여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푸른 열매로 요리에도 많이 이용되는 여주는 쓴맛을 가지며 이 성분이 우리 몸속 혈당치를 떨어뜨려 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고 합니다. 열매가 푸를 때 따서 말린 후 차로 마시는 약용식물입니다.
풍선덩굴
풍처럼 생긴 열매가 대롱대롱 달린 모습을 가진 신기한 이 식물의 이름은 풍선덩굴 또는 풍선초라고 부릅니다. 도라지꽃 마냥 손으로 터뜨리면 빵! 빵! 터지면서 소리를 낼 것 같은 풍선 모양의 열매가 달립니다. 열매 안에는 예쁜 하트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씨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루피너스
'층층이 부채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루피너스'라는 콩과 식물입니다. 저도 자주 만나보지 못한 식물로 줄기는 직립으로 길게 자라며 털이 있습니다. 과다하게 사용된 농약과 다른 토양의 독성물질을 흡수하는 식물이라고 하네요.
나팔꽃
길가나 공터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나팔꽃. 흰색, 붉은색, 자주색 등 여러 가지 빛깔로 피는 나팔꽃은 아침을 열어주는 꽃으로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해요. 그래서 영어로는 morning glory. 매일 아침 나팔꽃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둥근잎유홍초
작고 귀여운 주홍색 통꽃에 하얀 꽃술이 매혹적인 둥근 잎 유홍초. '새깃 유홍초'라는 식물도 따로 있는데 꽃은 같고 잎이 서로 다릅니다. 대부분의 여름꽃이 흰색인데 반해 핫한 주홍색을 자랑하는 유홍초의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운" "항상 사랑스러운"이라고 합니다.
밀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된 작물 중의 하나인 밀은 소맥(小麥)이라고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식용작물의 하나로 보리와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6·25 전쟁 이후 밀가루가 수입되었고, 쌀이 귀했던 시절 밀가루로 만든 국수, 수제비 등 주식 대용으로 많이 먹었던 작물이 입니다. 특히 근래엔 쌀 소비가 많이 줄어들고 있고 대신 빵, 과자 등을 선호하여 밀가루의 소비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식은 밥인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일할 때 즐겨 썼던 밀짚모자가 바로 이 밀로 만든 거였네요.
추억! 꽃으로 피어나다.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아들을 따라나선 어머니. 평생 봐 온 꽃들보다 오늘 하루 눈에 담은 꽃들이 더 많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보는 아들. 내 자식 키우느라 꽃구경 한 번 제대로 못 시켜드렸는데 오늘서야 꽃길에서 추억을 남겨봅니다.
달콤한 꽃향기 찾아 꿀을 먹으러 날아온 나비. 소년의 눈이 반짝이며 나비를 따라다니느라 신났습니다. 매미채를 들고 꽃 주변을 수없이 돌고 돌아도 잡히지 않는 나비. 결국은 아빠가 나서 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즐겁고, 코는 점점 더 향기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수목원 숲길에서 내뿜는 건강한 피톤치드는 덤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의 전통식물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와 수많은 꽃들이 발산하는 향기 덕분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온 6월.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도시생활에선 이런 호사를 누려 본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전시기간 동안 동원 입구에서는 내 화분 만들기 체험과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도 진행됐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우리 고유의 전통생활식물도 만나보고, 오랜만에 한밭수목원을 한 바퀴 돌며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본 시간이었습니다.
오른 하루로 인해 6월 한 달은 끄떡없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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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5월 20일 |
지난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오원화랑(서구 둔산동)에서는 '2019 청년작가 기수전'이 열렸습니다.
오원화랑은 2017대전기네스에 대전최초 최고(最古)의 화랑으로 선정되기도 한 화랑입니다.
대전문화재단의 지원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는 청년작가 기수전은, 대전의 20, 30, 40 대 미술 전공 작가들의 그룹 전시회인데요. 올해로 벌써 13회재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모두 31 명의 작가가 선정됐는데요. 작가들의 출신학교인 대전 4개 대학의 교수님들이 지도교수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개막식이 있었던 전시회 첫날에는 지도교수님들도 참석해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개막식에 참석해 격려하는 김진원 오원화랑 대표와 각 대학 지도교수
44년 간 지역 미술발전을 위해 앞장서 왔다는 김진원 오원화랑 대표는, "신진 작가의 발굴과 육성은 오원화랑의 숙원으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 주는 데 전시회의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김진원 오원화랑 대표
전시회에서 만난 31개의 작품은 모두 특색과 개성이 있는 회화 작품들이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돼지작가'라고도 불리는 임성희 작가의 그림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임작가는 돼지 외에 많은 동물 그림을 그렸는데, 관람객들이 특히 돼지그림을 좋아해서 더 많이 그리게 됐다고 해요. 돼지의 '탐욕'과 '복'이라는 양면적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는데요.작가의 마음과 삶의 모습에 따라 돼지 역시 각각 다른 모습으로 표현이 된다고 합니다.
돼지 작가로 불리는 임성희 작가
주로 어떤 특정인이 아닌 일반적인 얼굴을 많이 그리는 정의철 작가의 작품은 일견 그로테스크 한 느낌을 주었는데요. 알고보니 캔버스에 물감을 칠해서 최종적으로 표면을 보여주는 보통의 회화 작품과 달리, 필름지에 물감으로 그린 후 뜯어내 그 이면을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런 방식의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은,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생각한 끝에 착안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정의철 작 '얼굴'
송일섭(왼쪽), 정의철 작가왼쪽부터) 이용제, 이정성, 송지연 작가
백요섭 작가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드로잉을 통해, 구체적인 형상은 제외한 채 그 형상을 떠올릴 수 있는 색감으로 실험적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종이에 드로잉을 한 것을 말아올려서 캔버스에 옮기는 제작 기법이라고 해요.
전시작 palimpsest는 옛날 고대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기록을 한 것을 훗날 지우고 다시 기록한다는 뜻의 용어라고 합니다. 백작가의 작품은 종이 위의 드로잉을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에서 결국 시간을 쌓아올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작품세계지요?
백요섭(왼쪽), 유재권 작가
2019 천년작가 기수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아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은 개인전은 물론 다른 작가들과의 그룹 전시회를 열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전시회를 할 수 있도록 해마다 장을 열어주고 있는 오원화랑 김진원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를 열어주고 있는, '대전 최초 최고'의 오원화랑은 대전기네스에 선정된 화랑답게 대전미술의 현주소와 지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9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zoom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