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1985, 2012
By 미스터칠리의 인생기록보관소 | 2012년 12월 21일 |
이 영화가 감당하기 힘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남영동1985의 러닝타임은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죠. 고문이라는 것, 그 전근대적인 신체형이 버젓히 1985년의 대한민국에서 정치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압박, 수치심, 신체적 폭행, 다양한 고통들이 필름 안에 높은 수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김종태 역을 맡은 박원상씨는 전체 분량의 8할 이상을 헐벗은 육체로 연기합니다. 피복이 벗겨진 신체는 그 자체로 연약하고 보호받지 못한다는 감상을 줍니다. 몽둥이로 무장하고 갖춰 입은 자들 사이에서 적나라하게 벌거벗겨진 그의 몸은 그 자체로 권력의 폭력에 노출되고 시대의 짐을 어깨에 얹어야만 했던 수많은 이들을 대표합니다. 이경영
2012 한국영화 결산
By 그림자놀이 | 2012년 12월 25일 |
5. 전계수, <러브픽션> 전무후무한 작가적 로맨틱 코미디. 그보다 뛰어난 캐릭터 코미디로의 성취. 4. 정지영, <남영동 1985> 투박하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비극. 무시무시한 이경영의 에너지. 3. 최동훈, <도둑들> 새롭지는 않지만, 군상극을 다루는 솜씨는 언제나처럼 압권. 2. 홍상수, <다른나라에서> 홍상수의 세계에서 여전히, 그러나 새롭게.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1. 윤종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장르 안의 이야기와 시대적 공기를 능란하게 엮어 직조해내는 이야기꾼의 내공. 단연 무시무시하다.
[관능의 법칙] so so
By 시불렁시불렁 | 2014년 4월 29일 |
이미 '아줌마'란 낙인이 찍혀버린 40대 여성들의 색다른 로맨스를 다룬 영화. 가볍게 보기에 무리가 없다. 세 주인공 중 문소리의 연기가 탁월하다. 명륜동 요정이었다는 선배님의 연기... 존경합니다. 문소리의 파트너로 나오는 이성민의 과한 제스처와 표정도 재미를 더해준다. 역시 연극판의 힘은 다르구만. 이경영 아저씨의 묵직한 로맨스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뻔한 결말로 흐르고 만다는 게 단점이지만 힘있는 중견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다. 역시 묵은 김치가 맛있나 봉가....
<남영동 1985> 응답하라 1985!
By 루시드레인 | 2012년 11월 26일 |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여기가 남영동입니까?” ‘여기’에 끌려온 김종태(박원상)가 고문관들에게 처음 하는 말이다. ‘여기’가 어디인가. 대한민국 땅 한복판에 버젓이 있는 ‘여기’는, 그러나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공간이도 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짓 자백만이 통용된다. ‘빨갱이’ 축출이라는 명목으로 당국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가차 없이 잡아들이던 시절, 고문 집행관들은 상대가 풀에 죽어 거짓 자백을 토해낼 때까지 각종 고문의 기술을 쏟아냈다. 물고문, 전기고문, 고춧가루고문… ‘여기’에 자유는 없다. ‘여기’엔 인권도 없다. ‘여기’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인가? ‘여기’는 남영동, 비인간적인 야만의 행위가 펼쳐지는 ‘남영동 대공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