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아들](2016)
By 터 | 2018년 12월 21일 |
아웃포커싱이 주인공인 영화다. 카메라는 집요하게 사울의 목덜미 뒤를 좇고, 목덜미 너머로 아우슈비츠의 참상이 블러 처리된다. 만약 그것들 모두가 팬포커싱으로 스크린에 형형하게 그려졌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목덜미 너머 초점이 모조리 나간 부분이, 이 영화를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와 다르게끔 만들었다. 제국의 폭력에도 민족해방운동의 폭력에도 모두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조중동이 제일 좋아할 법한 수정-수정주의적 주장으로 빠지지 않고 제국의 통치가 얼마나 심원한지를 밝히는 것은 탈식민주의 비평의 기본적인 착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군사독재와 운동권을 동시에 까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렇다면 그 둘을 어렵게 밀쳐두고 대체 뭘
나치 독일 실화 영화 추천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By Der Sinn des Lebens | 2021년 1월 28일 |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By Call me Ishmael. | 2012년 6월 30일 |
영화가 주인공에게 던져주는 시련을 그들이 상대하는 법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맞서 싸우거나 혹은 피하고 달아나거나. 하지만 우리에게 감동을 주곤했던 저 헐리우드의 영웅들은 주로 전자를 택했다. 현실에서 우리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끌어내는 것은 달아나는 것보다 늘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픽션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고난과 역경에 맞서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극복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곤 했다. 하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그런 '영화속 영웅'들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그는 조국 폴란드와 유태 민족이라는 자신의 동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침탈한 나치 독일에 맞서
사울의 아들
By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블로그 | 2016년 6월 29일 |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 사울만을 비칩니다. 그것도 사울의 어깨, 혹은 머리만 중점적으로 잡습니다. 그렇다보니 시야가 제한이 되어서 배경이 되는 아우슈비츠는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상당히 답답하기도 합니다. 사울의 얼굴, 사울의 뒷통수, 옆통수, 좀 멀리 잡아봐야 어깨까지 잡은 샷만 보여주니 말입니다. 화면도 탁 트인 시야가 아닌 4:3 화면이라서 더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게 묘하게 막막함을 이뤄냅니다. 아우슈비츠는 수용된 사람들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로 막막한 곳이었으니, 특이한 방향으로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오는 겁니다. 심지어 가스실의 시체가 옆에 산처럼 쌓여있음에도 카메라는 묵묵히 바닥을 닦는 사울의 얼굴만을 비칩니다. 어쩌면 카메라 시점은 세상 만사 관심없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