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 | 모로코 페즈 메디나이런 꾸질꾸질한 날엔 모로코의 골목이 자동연상된다. 일본의 골목은 고즈넉했고 중국의 골목은 수다스러웠으며 독일의 골목은 묵직했다면 이곳은 음산했다. 분명 해는 쨍하고 하늘은 파란데 골목은 어두침침하고 사람들은 전부 물에서 방금 건진 미역같았다. 쨍한 색감의 가죽공예품과 천연 아르간오일이 즐비했지만 시선이 가질 않았다. 그저 우물에 빠진 사람처럼 골목 저 끝에서 희미하게 비추는 빛을 향해 걷다가, 이윽고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