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를 다시보다
By walk by | 2018년 1월 17일 |
이 영화를 스무살 무렵 처음 본 이후로 10번이 넘게 본 것 같다.그러다 꽤 오랫동안 이 영화를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왔다.그런데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게됐다. 이십대에 이 영화의 초점은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 맞춰져 있었다.그 당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바뀌는 그녀의 감정선으로 영화를 봤었다.그러다 보니 당연히 오랫동안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명장면도 마지막에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이 그려진 도서 카드를 보는 장면이었다.물론 다시 봐도 이 마지막 장면은 로맨스물 중 최고의 클라이막스씬이자 엔딩씬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에 보기 전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보다 보니 히로코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히로코는 남자 이츠키가 죽은 이후에도
문라이트 Moonlight (2016)
By 멧가비 | 2017년 3월 11일 |
흑인 빈민가는 은근히 마초이즘을 지향하는 미국 사회에서도 터프하지 못하면 부서지는 것으로는 최상위권 난이도의 정글이다. 첫사랑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로 자신을 숨기고 살게 된 샤이론에게 '블랙'이라는 별명은 가면이자 갑옷이다. 케빈은 자신이 평생을 쓰고 사는 가면을 친구에게도 나눠 준 셈이다. 샤이론에게는 섬세한 내면을 드러낼 용기가 없고 케빈처럼 가면 위로 가짜 얼굴을 그릴 융통성도 없다. 결국 아무도 몸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머슬카와 근육, 권총이라는 단단한 갑옷에 의지해 그저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타인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식하길 즐기며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동성애자든 뭐가 됐든 소수로 낙인 찍어 고립시키기를 잘하는 미국 사회의 편협한 단면이 드러나는 영화. 많은 아웃사이더와 소수자에
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2009)
By 멧가비 | 2014년 4월 24일 |
사랑의 크기에 비해 방법을 너무 몰랐던 멍청한 순정남 탐과 최고의 연애를 수행하고 마지막 순간에 자존감을 챙겨서 떠난 애증의 여자 썸머의 한 여름 정오같은 나른한 연애담.연애후일담. 편집, 조명,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촘촘히 엮여 있으면서도 특유의 연출빨로 잔잔하고 느슨한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만든 영화다. 울고 짜고 그딴 거 없이도, 서로 상처와 추억을 남긴 아련한 연애의 끝을 섬세하게 잘 묘사해서 좋다. 진짜 섬세 끝판왕인데 막상 감독 생긴 건 미국 소도둑처럼 생겨서 한 번 더 놀란다. 연애란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열심히 철길을 달리다가 연료가 떨어져 기차가 멈출 때 쯤 하차하면 되는 그저 해프닝같은 일일 뿐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누가 먼저 내리느냐로 심정적인 승패가 갈
로드 샹고 (Lord Shango.1975)
By 뿌리의 이글루스 | 2022년 7월 22일 |
1975년에 ‘레이 마쉬’ 감독이 만든 블랙스플로테이션 호러 영화. 타이틀 뒤에 붙은 ‘샹고’는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서부와 베넹, 토고에 거주하는 요루바어를 쓰는 민족이 숭배하는 신으로 요루바 전통 종교와 부두교에서 모셔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WWF 시절에 프로 레슬러 ‘찰스 라이트’의 링네임이었던 부두술사 ‘파파 샹고’의 ‘샹고’가 그 샹고다. 내용은 미혼모인 ‘제니’가 10대 딸인 ‘빌리’가 있지만 새 아이를 갖기를 갈망하던 중. 남자 친구인 ‘멤피스’가 교회에 다니면 임신을 쉽게 할 수 있다고 꼬드겨, 제니와 빌리를 데리고 목사를 찾아가 냇가에서 세례식을 가졌는데. 실은 두 모녀가 ‘샹고’를 숭배하는 ‘요루바 종교’의 일원이라, 같은 종교에 소속된 빌리의 남자 친구 ‘페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