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에서 가장 핫한 장소! 미드타운 원밴더빌트(One Vanderbilt) 빌딩의 서밋(SUMMIT) 전망대
두 달여 전인 6월초에 시작했던 지혜의 뉴욕 인턴생활이 지난 8월 중순에 모두 끝났다. 그래서 짐을 챙겨서 버지니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기 위해 다시 뉴욕을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우리도 뉴욕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캐나다 토론토 지역에 사는 누나 가족이 처음으로 뉴욕여행을 와서 우리와 함께 관광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10월에 생긴 '뉴욕핫플(New York Hot Place)' 즉, 지금 뉴욕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라는 이 전망대를 첫날 저녁에 두 가족 7명이 함께 방문을 하게 되었다.
먼저 타임스퀘어와 록펠러센터 등을 잠깐 둘러본 후에 맨하탄 미드타운(Midtown)의 도심공원인 브라이언트파크(Bryant Park)까지 걸어왔다. 일요일 오후의 야외 영화상영을 보는 뉴요커들 너머 한가운데로, 이제 우리가 올라갈 최신의 고층빌딩이 높이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반대편 뉴욕 공립도서관 쪽에서 바라본 브라이언트 공원의 모습으로 정말 뉴욕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42번가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서 고풍스런 외관의 그랜드센트럴 역까지 왔다. 역의 뒤로는 1963년에 팬암(Pan Am) 항공사 본사로 오픈해서, 지금은 보험사 메트라이프(MetLife) 소유인 59층의 빌딩이 보인다. 그리고 왼편의 유리건물이 2020년 9월에 완공된 93층의 원밴더빌트 빌딩(One Vanderbilt Building)으로 꼭대기 쪽에 다르게 보이는 외벽의 3개층이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이 건물의 전체 높이는 1,401피트(427 m)로 현재 뉴욕시에서 4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의 내부를 잠깐 구경했는데, 많은 영화에 나왔던 이 장소를 자세히 둘러보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사진 한 장으로만 소개하고 넘어간다. 역사 아래쪽의 푸드코트에서 쉑쉑버거로 저녁을 먹은 후에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옆 건물의 전망대 입구로 향했다.
원밴더빌트 빌딩의 서밋 전망대(SUMMIT Observatory)는 건물이 완공되고 1년이 지난 작년 10월에 일반에게 오픈을 했는데, 이 곳을 방문할 때의 주의사항으로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굽이 금속으로된 구두는 신고 오면 안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OH MY GOD!"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모습만 잠깐 비디오로 보여드릴까 하다가, 그냥 전망대에서 짧게 찍었던 영상들을 모두 합쳐서 하나로 만들었으니까 지금 보셔도 좋고, 사진과 설명을 다 본 다음에 위로 스크롤해서 보셔도 되지만, 꼭 클릭해서 직접 보시기 바란다. 편집한 영상을 다시 보니까 그냥 이 말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지금까지 이런 전망대는 세상에 없었다!"
아내와 딸이 왼쪽 통유리 창가에 서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고 있다. 이 날의 선셋타임이 7시55분이었는데 우리는 저녁 8시로 예약을 해서 올라왔으니까 일몰시간에 딱 맞춰서 방문을 했던 것이다.
비디오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몽환적인 색깔의 통로를 나와서 모든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거울로 되어있는 전망대를 만나는 순간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 까만 운동화를 신은 위기주부가 바닥을 내려다 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거울을 보호하기 위해서 모두가 검정색 덧신을 신어야 한다.
먼저 가족사진 한 장을 조카가 찍어줬는데, 아내가 손목에 QR코드가 있는 밴드를 차고있는 것이 보인다. 나중에 이 QR코드를 이용해서 개인적으로 아주 특별하게 하늘을 날으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게 되어있다.
자~ 이제 우리는 비켜 드리고...^^ 남쪽으로는 가까이 역사적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멀리 로워맨하탄에 우뚝 서있는 미국에서 제일 높은 원월드 무역센터(One World Trade Center)가 보인다.
긴 팔을 쭉 뻗어서 7명 단체셀카도 한 장 찍었다.
설명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우실텐데, 윗층으로 동그랗게 뚫린 곳을 올려다 보고 찍은 모습이다.
서쪽 바로 아래로는 처음에 소개했던 녹색의 브라이언트파크가 내려다 보이고, 왼편으로 멀리 고층빌딩들이 모여있는 곳은 지난 달 여행기에서 잠깐 소개해드렸던 허드슨야드(Hudson Yards)로 뉴욕시에서는 6등인 저기 제일 높은 건물에서 툭 튀어나온 발코니가 넓은 야외 전망대 '에지(Edge)'이다.
영상에도 잠깐 나왔지만 거울이 없는 방 하나에는 대신에 반짝이는 미술작품이 바닥에 전시되어 있다.
그 방의 북쪽 창문으로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와 함께 그 앞으로 젓가락처럼 솟아있는 억만장자용 콘도 빌딩들이 보인다. 하늘을 찌르는 3개 중에서 왼쪽이 뉴욕시 2등(472 m)인 99층의 Central Park Tower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이고, 가운데 85층의 Steinway Tower는 3등(435 m)으로 세계에서 가장 날씬한 고층건물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오른쪽 레고같은 432 Park Avenue는 85층, 426 m로 5등이다. 그리고 NBC 방송국 로고와 COMCAST 글자가 보이는 건물의 꼭대기가 우리 가족이 2015년에 올라갔던 록펠러센터 전망대인 '탑오브더락(Top of the Rock)'이다.
전망을 감상한 후에 터미네이터 영화의 T-1000 로봇이 녹아있는 모습을 앞에 두고 여성 4분만 사진을 찍어드렸다. 꾸물꾸물 다시 한 덩어리로 합체되어서 우리를 쫓아오기 전에 빨리 옆방으로 도망가자~^^
옆방은 완전히 파티 분위기로 시끌벅적했다. 저 은색의 반짝이는 풍선들은 완벽한 구형에 헬륨가스를 넣어서 대부분이 천장에 붙어있기는 했지만, 가끔은 중간에 떠서 돌아다니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도 있어서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가 있었다.
풍선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아직 안 보셨다면 처음 소개한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커다란 은색의 구슬들이 떠있는 석양의 검푸른 하늘 아래로 동쪽 풍경을 내려다 보면,
바로 아래로 그랜드센트럴 역의 지붕과 메트라이프 빌딩, 그리고 중앙에는 화려한 첨탑을 자랑하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보인다. 맨하탄의 동쪽을 흐르는 이스트리버(East River) 너머로는 역시 지난 달 여행에서 구경했던 브루클린 지역이다. 이렇게 건물을 한 바퀴 돌면서 동서남북 방향을 모두 구경하고 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면 이 전망대의 진짜 멋있는 공간이 나온다.
남쪽면 중앙의 창가는 아랫층과 연결되어 전체가 뚫려있어서, 이렇게 두 개 층의 통유리를 통해서 파노라마로 맨하탄의 풍경을 전망할 수가 있다. 풍경이 보이는 유리창을 제외한 모든 면은 당연히 거울이라서, 불빛과 사람들을 무한히 반사하고 있다~
일몰 후 30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는데,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파란 하늘 아래로 불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아주 완벽한 타이밍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앞쪽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전망대는 옛날옛적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렸던 학회 참석을 하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욕에서 하루 잘 때 올라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왼쪽 멀리 원월드 무역센터 전망대는 이번에 저기도 올라가볼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후일을 기약했다. 즉, 위기주부는 이렇게 5개의 대표적인 뉴욕시 전망대들 중에서 3곳에 올라간 것이 되었다.
사실 밖으로 보이는 풍경보다도 이 전망대 내부의 모습이 더 시선을 끌었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몰입형(immersive)' 전시와 같이 전망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아랫층 바닥에 완전히 누워서 감상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보인다.
기둥을 가리고 있던 거울의 안쪽에는 LED 조명도 설치가 되어 있어서, 이렇게 무한한 빛의 기둥이 위아래로 뻗어있는 모습과 함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직도 안 보신 분은 지금이라도 앞서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시면, 영상 후반부에서 음향효과와 함께 저 빛줄기가 움직이는 장면을 직접 보실 수 있다.
서쪽으로는 붉은 석양이 구름에 가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날 전망대를 예약해놓고 날씨가 흐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참 기뻤던 기억이다. 윗층에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들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렇게 93층의 바닥이 유리로 된 툭 튀어나온 공간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긴 줄을 기다려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두 개의 칸에 차례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 우리는 일행이 7명이라서 나누어 들어가게 할 줄 알았더니 7명 모두 이 한 칸에 올라가라고 해서 모두가 겁을 먹었었다! 몇 명까지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을까?
발밑의 달랑 유리 한 장을 통해서 약 400미터 아래에 있는 도로의 지나가는 차들과 "BUS ONLY" 글자를 잠시 내려다 봤다. 갑자기 점프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는데, 다행히 직원이 이 유리박스에서 나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양쪽으로 탁 트인 건물의 모퉁이에서 지혜의 독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고, 이렇게 코너를 돌아가면 윗층의 두번째 방이 나온다.
그 방은 한쪽 벽면 전체가 스크린으로 되어 있어서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구름 가운데에 사람 얼굴이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망대로 올라오기 전에 얼굴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데, 이 방 입구에서 자신의 QR코드를 스캔하고 들어오면 잠시 후에 자신의 얼굴이 저렇게 구름 속에서 음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었다.
구름 속에 서있는 모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윗층 전망대 구경도 마치고, 이제 덧신은 벗고 옥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옥상층의 내부는 따뜻한 벽난로와 함께 이렇게 나무벤치와 의자가 만들어져 있어서 편하게 쉴 수가 있다. 전망대 입장권이 비싼 대신에 전체적으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북적이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밖으로 나와서 완전히 깜깜해진 맨하탄의 야경을 내려다 봤는데, 8월말이었지만 여기 지상에서 4백미터 위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반바지에 반팔만으로는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옥상 위로도 건물의 장식과 조명을 위한 추가 구조물이 있었다. 여기서 저 꼭대기까지 더 올라갔다 내려오는 유리바닥의 저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있는데, 미리 입장권 예약시에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예약해야 한다. 또 사진에 보이는 바가 있어서 칵테일이나 맥주 등을 사서 마시며 멍때리고 있는 커플들도 많이 있었다. 정말 시간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가격이 싼 오후 낮시간에 올라와서 늦은 밤까지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은 멋진 전망대였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서 다시 92층까지 내려와서 역시 거울로 된 이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지금 뉴욕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밋원밴더빌트(SUMMIT One Vanderbilt) 전망대의 구경을 마쳤다. 건물을 나와서 타임스퀘어로 걸어가면서, 솔직히 말해 다른 전망대들은 다 망할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위기주부도 오래간만에 보는 타임스퀘어(Times Square)의 야경을 잠깐 구경하고는 인근 44번가에 있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숙박을 했다. 다음 날 우리 가족도 10여년만에 다시 만나는 자유의 여신상을 함께 보러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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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스트리트(Wall St)의 황소상과 소녀상, 세계무역센터 911 메모리얼과 쇼핑몰 오큘러스(Oculus)
6월초에 시작해서 두달반 동안 뉴욕시(New York City) 맨하탄에서 진행되었던 지혜의 여름인턴 덕분에, 우리 부부는 6월과 7월에 모두 당일치기로 두 번 뉴욕을 잠깐 구경했었다. 그리고 지혜가 인턴을 마치는 8월의 주말에 맞춰서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누나 가족이 처음으로 뉴욕여행을 하기로 하셔서, 우리도 함께 1박만 하면서 '가이드'를 해드기로 했던 것이다. 도착하신 일요일 저녁에는 요즘 가장 인기있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구경했고, 다음날 오전에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갔다가 이제 로워맨하탄(Lower Manhattan)으로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우리집 3명은 이 날 오후에 차를 몰고 버지니아의 집으로 먼저 돌아갔기 때문에, 이 포스팅이 당분간은(?) 위기주부가 보여드리는 뉴욕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 싶다.
페리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걸어 나오면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공원인 볼링그린(Bowling Green)이 나오고, 그 정면에 1907년에 만들어졌다는 멋진 건물이 서있다. 안에는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국립 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의 뉴욕별관이 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내부 구경은 또 다음을 기약하고 공원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운타운의 빌딩에 둘러싸인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 너머로 관광버스와 인파가 가득 몰려있고, 그 가운데에 뭔가가 반짝거리며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반짝이는 커다란 물체는 황소의 엉덩이였다~ 그 아래에 노랗게 더 반짝이는 '쌍방울'에 양손을 갖다데고 사진을 찍으신 분이 막 일어나시는 참인데, 그런 포즈로 자신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왼편에 만들어져 있었다. 별도로 또 오른편에도 철제펜스 너머로 만들어진 줄을 지나서 앞쪽으로 가보면,
세계금융의 중심인 맨하탄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상징이 된 유명한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를 볼 수 있었다. 이 황소상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져서 우여곡절 끝에 뉴욕시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2011년 여행기에 설명이 나와있다.
저 때 10여년 전에는 황소상 주변에 펜스도 없고 줄도 없어서, 낮에는 무조건 저렇게 '단체사진'만 가능했던 기억이고, 클릭해서 보시면 황소에 올라타고 안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고 그랬었다. 지금은 주변에 펜스가 쳐져서 독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하지만, 많이 기다려야 해서 우리 일행은 황소뿔을 잡고 사진을 찍는 것은 생략했다.
뾰족한 교차로 모퉁이에 이렇게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위험성 때문에, 2019년에 뉴욕시에서 안전을 위해 다른 위치로 옮기려고 했지만, 30년 이상 전시된 이 자리에 계속 남아있기를 바란 조각가의 의견에 따라 철회되었다. 그런데 작년 2021년에 그 이탈리아 조각가가 80세의 나이로 고향 시칠리아에서 숨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란다.
근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은 후에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는 모녀가 서있는 곳은 브로드스트리트(Broad St)이고, 이 길이 교차하는 월스트리트(Wall St)와 만나는 모퉁이에 저 성조기가 걸려있는 건물이...
월가를 대표하는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로 빌딩의 전면만 커다란 돌기둥을 세워 신전처럼 보이게 1903년에 만들어서 국가유적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정면사진을 찍는 위기주부 옆에 왠 작은 소녀 한 명이 당돌한 자세로 서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뉴욕 월가의 용감한 소녀상이라고 많이 부르지만, 원제를 직역하자면 '겁없는 소녀(Fearless Girl)'인 이 조각은 원래 2017년 3월에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앞서 소개한 황소상을 마주보는 위치에 처음 세워졌다. 하지만 황소의 돌진, 즉 주식시장의 상승을 막는 것 같다는 의견과 황소상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조각가의 항의에 따라서 2018년 11월에 현재의 이 위치로 옮겨졌다.
"앞으로 이 곳은 내가 접수한다!" 이 소녀상이 남성 중심의 월가 금융계에서 여성 참여의 확대와 승진에서의 성평등을 주장하는 의미의 조형물로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제작을 후원한 곳이 성별다양성지수(Gender Diversity Index)가 높은, 즉 쉽게 말해서 여성 임원이 많은 상장사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운용하는 나스닥 투자회사라는 점에서, 공공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따른다고 한다.
여기서 월스트리트 바로 건너편에... 황소상과 소녀상에 밀려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동상이 정면에 세워져 있는 페더럴홀 국립기념관(Federal Hall National Memorial)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 입구는 보수중이었기 때문에 뒷문으로 잠깐 들어가서 구경해보기로 했다. 지금의 그리스 신전과 같은 건물은 1842년에 세관(Custom House)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이 세워진 장소가 가지는 의미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1703년에 만들어진 뉴욕 시청(City Hall)이 있었는데, 미국 독립 후에 뉴욕이 미국의 수도이던 1785~1789년 기간에 국회가 열렸고, 1789년에 워싱턴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시청은 1812년에 완전히 철거가 되고, 지금의 이 건물이 새로 들어선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맨하탄을 남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도로인 브로드웨이(Broadway)를 만나면서 끝나고, 그 건너편에 서있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는 트리니티처치(Trinity Church)를 잠깐 바라보고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광각으로도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는, 전체높이 1,776피트(541.3 m)의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 1WTC)의 사진을 한 장 찍고는 그 아래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안내판에 그려진 파란색 정사각형 두 개가 911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이 서있던 자리이고, 지금은 그 자리에 두 개의 정사각형 연못이 대신 만들어져 있는... 국립 911메모리얼(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또는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에 들어선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남쪽 타워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사우스풀(South Pool)인데, 그냥 추모의 의미로 흑백으로 올려본다~ (마침 여기 그라운드제로를 방문했던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는 날이 911테러가 발생한 지 정확히 21주년!)
연못의 정사각형의 테두리를 둘러싼 사방에서 쏟아진 눈물이 모여서 다시 한가운데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직접 들려드리기 위해서 찍은 짧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911박물관이 추모공원 안에 만들어져 있는데, 우리 일행은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참고로 박물관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그날 오후 3시반에 입장하는 한정된 수량의 무료 티켓을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NYPD 경찰차들만 서있는 도로 건너편으로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뉴욕의 명소가 등장을 해주셨다. 여기서 봐서는 하얀 생선가시처럼 보이지만, 노스풀(North Pool) 너머 멀리에서 보면 양쪽으로 날개를 펼친 하얀 새처럼 보인다고 하는 세계무역센터 교통허브(Transportation Hub)로 2016년에 만들어진 쇼핑몰 겸 지하철 역사인 오큘러스(Oculus)이다.
회색의 고전적인 빌딩들 아래의 공사가림막에 원색으로 그려진 현대적 벽화들을 잠깐 구경하고는 총공사비가 40억불, 한국돈으로 5조원 이상이 들어가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철역이라는 오큘러스 안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의 건축가이자 구조공학자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타원형의 내부는 한마디로 엄청났다! 뉴욕시의 지하철 노선 5개와 허드슨 강 건너의 뉴저지와 연결되는 PATH의 환승역인 동시에 웨스트필드(Westfield) 쇼핑몰이 만들어져 있지만, 여기서 바라본 느낌은 오히려 초현대식 신전이나 예배당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아내와 지혜는 둘만의 2017년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여행에서 벌써 와봤던 곳이라서 두번째 방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거대한 역사(station)는 911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역할도 하는데, 양쪽의 구조물 사이에 만들어진 천정의 좁고 긴 유리창이 그러한 장치이다. 매년 9월 11일 오전에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8:46분부터 두번째 타워가 무너져 내린 10:28분까지의 그 사이 동안에 태양이 정확히 저 슬릿을 통과해 바닥 중앙에 일직선의 햇빛을 비추도록 설계되어서, 항상 덮여있는 천정의 유리창을 9월 11일에만 딱 한 번 열어 놓는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온 누나 가족 4명은 뉴욕에 하루 더 숙박하면서 저녁에 뮤지컬도 관람하고, 다음 날 센트럴파크와 현대미술관도 구경을 하기로 해서, 우리집 3명만 여기서 전철을 타고 숙박했던 호텔 건너편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아서 버지니아 집으로 먼저 돌아갔다. 이것으로 작년에 미동부 DC 지역으로 이사를 온 후에 아껴두었던 뉴욕을 6~8월 동안 3번 방문한 총 6편의 여행기록이 끝났고, 아마도 내년 여름 전까지 뉴욕이 다시 위기주부의 블로그에 소개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내년 여름에 다시 뉴욕을 꼭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저 위쪽의 작은 사진에 엄마와 함께 주황색 쟈켓을 입고 황소상의 콧구멍을 만지고 있던 꼬맹이가, 내년 대학교 졸업후에 첫번째 풀타임 직장생활을 뉴욕 맨하탄에서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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